'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CSR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CSR은 사회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자율규제 성격의 비정화된 도리와 같은 개념이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것에 더해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적 규범을 지키며, 자선적인 봉사를 행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제반 행위를 포함한다. 오늘은 CSR의 기본 개념과 논리를 제시한 '아치 캐롤'의 이론을 살펴보려고 한다. CSR을 거론할 때면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이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자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자세나 행동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 나라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보더라도 작은 국가들보다 훨씬 큰 기업이 다수 출현한 상황에서 국가가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듯이 기업 역시 한 나라 또는 국제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는 의미다.
미국의 경영학자 '아치 캐롤(Archie Carroll)'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내용은 경제적 책임, 법률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으로 구분된다. 아치 캐롤은 CSR을 4단계로 구분하여 피라미드 형태로 제시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와 단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델로, 오늘날까지도 CSR 연구와 실천에 있어 기본적인 틀로 활용되고 있다. 캐롤의 CSR 피라미드는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아치 캐롤의 CSR 피라미드 모델
경제적 책임(Economic Responsibility)
기업은 먼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주주의 투자에 대해 수익을 내고 직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 등도 이에 해당된다. 즉, 기업은 경제시스템 내에서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법률적 책임(Legal Responsibility)
시장에서의 기업활동이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법은 사회의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반영하며, 기업은 이를 준수함으로써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기업이 유통업자를 대상으로 불법 밀어내기를 시도하는 경우 이익을 창출하는 등 경제적 책임은 다한다고 할 수 있으나 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법률적 책임에는 소홀한 것이 된다.
윤리적 책임(Ethical Responsibility)
기업이 이해관계자에게 윤리적이고 옳은 일을 행하며, 위해한 일은 피해야 한다. 법적 의무나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규범상 행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될 경우 고객이나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넘어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 소비자 보호, 직원의 권리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경영방식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쌓으며 경영 성과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자선적 책임(Philanthropic Responsibility)
기업이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번영 및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가장 고차원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당장 관련된 이슈가 없더라도 평소에 스스로 알아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행하면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이익의 일정액을 기부하거나 공익적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아치 캐롤 CSR 모델의 의의와 한계
캐롤의 모델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갖고 있다.
- CSR의 단계적 접근 : 캐롤 모델은 CSR을 단순히 하나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책임에서부터 자선적 책임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기업의 다양한 역할 강조 : 기업이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책임을 지닌다는 것을 강조한다.
- CSR 실천의 지침 : 기업들은 캐롤 모델을 참고하여 자신들의 CSR 활동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캐롤 모델은 다음과 같은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 시대적 변화에 대한 반영 부족 : 캐롤 모델은 1990년대에 제시된 모델로, 그 이후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계가 드러난다.
- 각 단계 간의 상호작용 간과 : 캐롤 모델은 각 단계를 분리하여 설명하지만, 현실에서는 각 단계가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 측정의 어려움 : 자선적 책임과 같은 비금전적인 활동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캐롤의 CSR 피라미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있어 여전히 유용한 모델이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각 단계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보다 발전된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치 캐롤의 CSR 피라미드 모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단계별로 구분하여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현대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아치 캐롤의 CSR 모델에 추가로 고려할 사항들
각 단계의 심층적인 평가
- 경제적 책임 : 단순히 이윤 창출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등을 평가해야 한다.
- 법적 책임 : 법규 준수는 기본이며, 관련 법규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투명한 정보공개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 윤리적 책임 : 공정한 거래, 인권 존중, 다양성 존중, 윤리적 리더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윤리적 행동을 평가해야 한다.
- 자선적 책임 : 단순한 기부를 넘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 지역사회와의 협력,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평가해야 한다.
단계 간 상호작용 고려
각 단계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윤리적인 경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높일 수 있으며,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 환경적 지속 가능성 : 탄소배출 감축, 자원효율성 증대, 환경 보호를 위한 투자 등을 평가해야 한다.
- 사회적 지속 가능성 : 다양성과 포용성, 공정한 고용환경 조성, 지역사회 개발 기여 등을 평가해야 한다.
- 경제적 지속 가능성 :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재무 건전성, 위험 관리 등을 평가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관점
- 고객 : 제품의 품질, 서비스 만족도,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을 평가해야 한다.
- 직원 : 근무환경, 교육기회, 직원 참여 등을 평가해야 한다.
- 투자자 : 투명한 정보 공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한 반응 등을 평가해야 한다.
- 지역사회 :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사회문제 해결 참여, 지역사회와의 소통 등을 평가해야 한다.
측정 가능성
- 정량적 지표 : 매출액, 이익률, 탄소 배출량, 기부금액 등 수치화 가능한 지표를 활용하여 평가해야 한다.
- 정성적 지표 : 설문조사, 사례 연구, 언론 보도 분석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시대적 변화 반영
- ESG 경영 :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ESG 경영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 디지털 전환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
- 다양성과 포용성 :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포용하고,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 기업의 CSR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캐롤 모델을 기본 틀로 삼되, 시대적 변화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 아니다. 일단 소비자가 기업에 기대하는 것이 달라졌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기능과 품질, 가격 같은 기본적인 요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기여, 공익적 이미지 같은 것도 모두 고려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나, 이것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경쟁력을 갖출 새로운 기회다.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런 건 무엇이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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