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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비합리적 태도 : 행동주의적 가격 결정

by 불꽃유랑단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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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가격이다. 가격 때문에 쉽게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기도 한다. 나름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고심하는 것 이상으로 판매자도 가격에 대해 고민한다. 과연 우리는 가격에 대해 합리적인 태도를 갖고 있을까? 가격과 구매선택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들을 보자.

 


 

가격에 따른 수요곡선

고전경제학은 합리적인 소비자를 전제로 이론을 전개한다. 특히, 가격에 따른 수요곡선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가격을 낮추면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을 높이면 반대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누구나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가격에 대해 현장의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격과 수요의 관계가 그런 식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비가 항상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 심리에 근거한 여러 가격 결정 방법들이 등장한다. 무척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다. 

 

수요곡선은 음수의 기울기를 가진다. 이는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가 더 적게 구매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고전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소비자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외는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소비자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점을 파고드는 가격결정 기법들이 한편에서 발전되어 왔다.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들을 보자.

 

수요함수-수요곡선
고전경제학에 바탕을 둔 일반적인 수요곡선(함수)

 

일반적 수요곡선의 예외 사례들

가격이 품격을 높여주는 효과

비합리적인 소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다.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은 지위와 사회적 위신을 상징하는 것이며, 따라서 구매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위신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 같은 특정 상품들의 수요곡선은 우상향 하는 기울기를 가진다. 가격 인상에 따라 폭발적인 이익증가를 누릴 수 있는 특이한 상품들이다. 만약 자사의 상품이 프리미엄 급이거나 사치재라면 그 상품에 품격효과가 존재하는지, 수요곡선이 우상향 할 수 있는지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 성향의 상품이라면 최적 가격은 수요곡선이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지점에서 형성될 것이다. 최적 가격을 찾기 위해 자사 상품의 수요곡선을 아는 것은 엄청난 혜택을 준다. 수요곡선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가격대를 조금씩 올리면서 추정해 보는 방법을 쓸 수 있다. 디자인이나 포장재를 개선하면서 이 방법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실제로 가격을 올려 매출이 크게 늘어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프리미엄 상품의 경우 흔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품질 지표로서의 가격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여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소비자가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생각할 때, 가격의 품격효과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 소비자들은 너무 낮은 가격의 제품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품질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가격이 품질의 지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가 고가 제품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면 높은 가격의 제품이 품질이 좋다는 인상을 갖게 될 수 있다. 경험에 의해 가격을 품질 지표로 삼는 경우다. 또 하나는 비교의 편리성이다. 제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특히, 정가로 팔리고 가격협상이 불가능한 소비재의 경우 가격의 비교기능이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도 가격을 대할 때, '원가 가산 사고방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가격과 제품에 들어가는 원가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품질을 확신할 수 없는 제품을 살 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일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또한 제품의 절대 가격이 그리 높지 않을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아니면 시간에 쫓길 때 가격을 근거로 품질을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의 플라시보 효과

위에서 가격의 품질의 지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때로는 단순한 지각을 넘어서 실제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효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느 실험에서 환자들에게 가격이 높은 진통제와 가격이 낮은 진통제를 주었는데, 가격이 높다고 소개한 진통제가 훨씬 더 나은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실제로 제공된 약은 비타민C였다. 단순히 진통제에 매겨진 가격이 차별화된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가격의 엥커효과

품질에 대한 정보도 없고, 품질을 평가할 만한 기준도 없을 때, 그리고 동종 제품의 가격대도 잘 알지 못할 때, 구매자는 흔히 참고할 만한 기준점, 엥커(anchor)를 찾는다. 처음에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보고 나면 더 낮은 가격은 쉽게 수용된다. 어떤 실험에서 60명의 자동차 전문가에게 중고자동차에 대한 가격을 매기게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특정 가격을 먼저 매기자 나머지 전문가들도 그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했다. 또 다른 집단에서 비전문가가 먼저 그 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매기자 전문가들은 또다시 그 가격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했다. 엥커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가격의 엥커효과는 무척 강력하기 때문에 피하기 어렵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우리도 자주 겪는 일이다. 옷을 사러 매장에 들어갔다. 애초에 생각은 10만 원 정도 하는 바지를 사려고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점원이 너무 추천해 주고 싶은 상품이 있다면서 30만 원에 이르는 바지를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원하는 가격대의 상품인 10만 원 정도의 상품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면서 중간중간 15만 원, 20만 원의 바지를 보여주면, 결국 10만 원짜리 바지가 아니라 15~20만 원의 바지를 고르게 된다. 30만 원의 바지가 엥커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중간 가격의 위력

구매자들은 동종 제품의 가격대를 잘 알지 못하거나 가격에 대한 특정 선호가 있지 않은 이상 중간 가격대의 제품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어 있다. 이는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구매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팔고 싶은 제품을 중간 가격대가 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중간 가격은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만약 좀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팔고 싶다면 그보다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더 추가하면 된다. 중간 가격대의 제품을 외면하고 최고가 제품과 최저가 제품을 택하는 소비자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 정보가 적을수록 중간 가격의 위력은 더욱 거세진다. 이는 심리적으로 꽤 합리성을 갖는다. 통상 너무 낮은 가격의 제품은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너무 높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과소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 소비자의 비합리성 

지금까지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곡선을 따르지 않는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봤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트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엄연히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과 행동이 비단 가격과 관련한 제품 선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마케팅 이론들이 이러한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오늘은 가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만 몇 가지 알아본 것이지만, 이후 가격과 조금 연관성이 떨어지는 측면에서의 소비자 선택에 대해서도 살펴볼 생각이다. 경영학은 실용적인 것이다. 어쨌든 소비자 심리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마케팅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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