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제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체에서 아예 가격 책정을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가격 차별은 아주 흔하다. 가격차별을 하는 이유와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란 동일한 상품을 구매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격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소비자의 지불의사만큼 가격을 차별해서 책정해야 할 것이다. 특정 제품에 대해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할 때, 기업 입장에서는 행사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구매할 고객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조건 할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쿠폰을 오려온다든지 앱으로 할인코드를 제시한다든지 하는 수고로움을 일부러 부과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든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가격차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기업이 가격차별 전략을 쓰게 되는 동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이 가격차별 전략을 쓰는 이유
이윤 극대화
가격차별은 기업이 소비자의 지불의사나 수요의 탄력성에 따라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서로 다른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각 소비자 그룹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 충족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비행기 출발 시간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함으로써,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와 저렴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된다.
시장지배력 유지
가격차별은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격차별을 통해 기업은 경쟁 기업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경쟁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이 기업에게 주는 이득이 많지만,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가격차별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이 더 낮은 그룹의 소비자에게 사실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차별이 이윤을 극대화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며,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에서 채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가격차별의 3가지 이론적 유형
이론적으로 보면, 가격차별은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1도 가격차별
생산자인 기업이 수요자의 소비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 상품을 1 단위씩 나누어 각각의 소비자에게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형태이다. 완전 가격 차별(perfect price discrimination) 또는 개인화된 가격 책정(personalized pricing)이라고도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형태다.
2도 가격차별
기업이 소비자를 그룹별로 구분하여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관은 성인과 학생, 주중과 주말 등 소비자를 그룹별로 구분하여 가격을 차별화한다.
3도 가격차별
기업이 소비자의 위치나 시간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비행기 출발 시기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고, 마트는 지역별로 가격을 차별화한다.
실제로 실행이 가능한 것은 2도 가격차별과 3도 가격차별임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가격차별 형태를 이용한 실제 사례다.
- 영화관 : 성인, 학생 혹은 주중, 주말
- 항공사 : 비행기 출발 시각, 좌석 위치
- 마트 : 지역별, 시간대별
- 통신사 : 요금제별
- 신문, 잡지 : 구독 기간별
- 전기요금 : 계절별
가격차별은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가격차별을 기업 입장에서 실행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일까?
가격차별 전략의 실행 수단
제품 차별화
제품 차별화는 기업이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서로 다른 제품으로 구분하여, 각 제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경우 기본 모델, 고급 모델, 플래그십 모델 등으로 나누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차별화
시간 차별화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항공사는 비행기 출발 시기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하고, 마트는 시간대별로 가격을 차별화한다.
장소 차별화
장소 차별화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호텔체인의 경우 지역별로 요금을 차별화하고, 쇼핑몰은 위치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한다.
소비자 그룹 차별화
소비자 그룹 차별화는 기업이 소비자를 그룹별로 구분하여, 각 그룹에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영화관은 성인과 학생 소비자를 그룹별로 구분하여 가격을 차별화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경우 개인용과 기업용으로 가격차별을 두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위와 같은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여 가격차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격차별 전략을 유효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기업이 어는 정도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 소비자의 지불의사나 수요의 탄력성이 서로 달라야 한다.
- 소비자를 의미 있는 그룹별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가격차별의 기본 이론과 기업 입장에서의 전략을 살펴봤다. 가격차별은 예전부터 실행되어 왔으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가장 주목할 만한 가격차별 전략은 아마 버저닝(Versioning)이 아닐까 한다.
주목해야 할 가격차별 전략 : 버저닝
버저닝(versioning)은 제품의 성능, 기능, 구성, 용량, 디자인 등에서 차이가 있는 여러 버전을 출시하여, 소비자의 선호도나 지불의사 등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차별 전략이다. 소프트웨어 같은 디지털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소프트웨어들을 보면 개인용 버전과 기업용 버전으로 나누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학생용을 따로 구분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불능력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버전 같은 경우 아주 낮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도 많은 데, 소프트웨어 제품의 경우 제품을 추가 생산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료버전, 유료버전으로 나누는 경우도 많다. 유료버전에는 주로 '프로' 같은 말을 많이 붙인다.
가격차별 수단으로써의 버저닝은 일반적으로 가격차별이 기업 이윤 극대화 전략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통계프로그램 같은 경우 엄청난 고가인 데, 학생용은 아주 낮은 저가로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다. MS 오피스 제품도 365버전의 경우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애플은 어떤가? 학습에 관련된 제품들은 학생들에게 별도의 할인을 해주고 있다.
이처럼 가격차별이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일률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가격차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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