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가치와 가격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가격은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믿음이지만 가치와 가격은 유리되어 있는 것이 더 일반적인 것 같다. 가치는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특정한 모형을 이용하여 가치를 계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실제 숫자로 산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은 가치와 가격의 관계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한다.
경제학에서 가치이론은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고 측정되는지 설명하는 이론이다. 가치이론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이며, 가격 결정, 자원 배분, 후생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가치이론이 경제학에서 큰 부분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이러한 가치의 문제는 경제학의 오랜 과제였다. 오래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가치에 대한 정의를 내놓았다. 재화의 가치는 그것이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에 달렸다는 '효용가치 이론',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투입된 노동의 양과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노동가치 이론'이 가장 유명하다. '교환가치 이론'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신고전주의 학파가 가치란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이라고 주장한 이후 이 이론이 현대경제학의 주류가 되었다. 정리해 보자.
경제학의 가치이론
고전적 가치이론
- 노동가치설 : 고전 경제학의 대표적인 가치 이론인 노동 가치설은 재화의 가치가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즉,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된 재화는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 노동가치설의 한계 : 노동 가치설은 노동 이외의 다른 생산 요소(자본, 토지 등)의 기여를 대체로 무시하고, 재화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신고전적 가치이론
- 한계효용이론 : 신고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이론을 통해 재화의 가치를 설명한다. 한계 효용은 재화 1 단위를 추가로 소비했을 때 얻는 만족감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한계효용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한계 효용이 높은 재화를 더 선호하며, 이는 재화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수요와 공급 : 신고전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을 통해 재화의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고 본다. 수요는 소비자의 선호와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며, 공급은 생산 비용과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적 가치이론
- 행동경제학 : 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고려하여 가치 이론을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재화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정보경제학 : 정보 경제학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재화의 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량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적정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가치이론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치이론을 통해 우리는 재화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소비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재화를 선택하는지, 시장에서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가치이론은 정책결정에도 활용되어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사회후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 그리고 괴리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가치는 사실상 가격으로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경영학에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말도 하는 것이다. 가격과 가치는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금액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반면 가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이나 만족감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라는 측면이 있다. 가치와 가격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가치와 가격의 관계
- 가치는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인 : 일반적으로 가치가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가격도 높게 형성된다. 사람들은 더 큰 효용이나 만족을 주는 것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 가격은 가치를 반영하지만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님 : 가격은 시장 상황, 경쟁,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치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때로는 가격이 가치보다 높거나 낮게 형성되기도 한다.
- 주관적인 가치 : 가치는 개인의 경험, 선호도, 필요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높은 가치를 가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낮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 객관적인 가치 : 객관적인 가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실제적인 효용이나 가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희소성과 아름다움이라는 객관적인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가치와 가격의 괴리
- 투기 : 투기는 특정 상품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하는 행위다. 투기 거품이 발생하면 가격은 실제 가치와 괴리되어 폭낙할 위험이 있다.
- 정보 비대칭 : 정보 비대칭은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의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량의 상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 마케팅 :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부풀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마케팅에 현혹되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
재무이론에서의 '가치'
가격과 가치는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일치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가격은 시장 상황, 경쟁, 정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가치는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와 상품의 객관적인 효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경영학에서 가치에 대해 독보적인 이론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재무이론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가치와 가격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지만 재무이론에서는 현대경제학의 주류 이론을 따라 어떤 자산의 가격은 그 가치에 수렴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 자산의 가치를 산정한 후 실제 가격과 비교하여 그 자산을 구입하거나 매각하는 결정의 잣대로 삼는다. 매우 명확한 논리다.'자본자산 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이나 '차익거래 가격결정모형(Atbitrage Pricing Model)' 등이 대표적인 이론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실제로 활용하는 모델들이다. 예를 들면, 만약 이렇게 산출된 주식의 이론적 가치가 현재 가격보다 낮으면 매수를 고려하게 되고, 반대라면 매도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재무이론에서의 가치는 명확히 계산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치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 사실이다. 가치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그것을 계산하거나 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가치가 가격보다 높을 때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서 쓸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치와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작업이다. 어쨌든 기업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곳이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가치는 어찌 보면 심오하고 모호한 개념이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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