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적 관점에서 본 제로섬 게임 : 경쟁적 경영환경을 이해하는 기본 틀

제로섬 게임은 게임 이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승자의 이득이 반드시 패자의 손실로 이어져 전체적인 이득의 합이 영(0)이 되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개념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영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직관적으로 제로섬은 제한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기업 간의 시장 경쟁, 인수 합병, 자원 확보 경쟁 등 다양한 경영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제로섬 게임의 정의와 핵심 원리를 상세히 설명하고, 다양한 산업과 상황에서의 실제 사례를 분석한다. 더불어 제로섬 게임의 한계점과 비판적 시각을 논하며, 협력, 혁신, 시장 확대 등 비제로섬적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영학에서 제로섬 게임의 정의

경영학에서 제로섬 게임은 상호작용하는 주체들의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항상 영(0)이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한쪽 참가자의 이익이 다른 참가자의 동일한 크기의 손실로 상쇄되어 전체적인 부나 효용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제로섬 게임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고정된 자원 : 제로섬 게임은 총량적으로 변하지 않는 유한한 자원을 전제로 한다. 이는 마치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는 상황과 유사하며, 한 사람이 더 많은 조각을 가져가면 다른 사람은 필연적으로 더 적은 조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고정된 자원의 개념은 기업 환경에서 시장 점유율이나 특정 고객층과 같이 제한된 형태로 존재하는 가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다른 경쟁 기업의 점유율 감소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의 직접적 대립 : 제로섬 게임의 참가자들은 서로 상반되는 목표를 추구하며, 한 참가자의 성공은 다른 참가자의 실패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참가자들은 서로 타협하거나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는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로섬 결과 : 게임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의 이득과 손실을 합하면 항상 영(0)이 된다. 승리한 쪽의 이득은 패배한 쪽의 손실과 정확히 일치하며, 시스템 전체의 순수한 이익 증가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 활동의 결과를 분석할 때, 특정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전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로섬 게임과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총합이 고정되지 않고 변동할 수 있는 논제로섬 게임이 있다. 논제로섬 게임에서는 참가자 간의 협력을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경영환경에서의 제로섬 게임 사례

경영환경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제로섬 게임의 특징이 나타난다.

시장 점유율 경쟁(Market Share Competition)

성숙기에 접어들어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지 않는 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제한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곧 다른 경쟁 기업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

항공산업 : 특정 노선에서 항공사들은 제한된 수의 승객을 놓고 가격 경쟁, 서비스 경쟁 등을 펼친다. 한 항공사가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면 다른 항공사의 승객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해당 노선에서의 경쟁이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스마트폰 시장 :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비교적 제한된 규모를 가지며, 애플과 삼성과 같은 주요 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가진 이 시장에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인다. 한 기업의 판매량 증가는 경쟁사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의 특징을 보인다. 혁신적인 제품 출시나 마케팅 전략의 성공은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패스트푸드 산업 : 특정 지역 내에서 패스트푸드점들은 제한된 수의 고객과 그들의 식사 예산을 놓고 경쟁한다. 새로운 패스트푸드점이 등장하거나 기존 점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고객을 유치하면, 주변의 다른 음식점들은 매출 감소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제로섬 경쟁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메뉴 개발이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시장 전체의 수요를 늘리는 경우에는 논제로섬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인수합병(Mergers and Acquisitions)

기업 간의 인수 합병은 때때로 제로섬 게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경쟁 관계에 있던 두 기업이 합쳐지면서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거나,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흡수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경우, 이는 피인수 기업의 소멸 또는 시장 경쟁자의 감소라는 손실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나 자원 확보라는 이득은 피인수 기업의 상실과 맞바꿀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만, 많은 인수 합병은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나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며, 장기적으로 관련 기업들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논제로섬적인 결과를 추구하기도 한다. M&A 시장에서 '위험 차익 거래'와 같이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은 거래 성사 여부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명확히 갈리는 제로섬적인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제한된 자원 확보 경쟁(Competition for Limited Resources)

기업들은 경영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러한 자원에는 원자재, 핵심 인력, 기술, 금융 자본,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특정 자원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 기업이 해당 자원을 독점하거나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의 자원 접근성을 낮추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제로섬 게임의 특징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특정 광물의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을 때, 한 기업이 해당 광산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권리를 획득하면 다른 경쟁 기업들은 해당 광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의 뛰어난 인재는 그 수가 제한적이므로, 한 기업이 핵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면 다른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정 산업에서의 제로섬 게임의 특징

비디오 게임 콘솔 시장 :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와 같이 경쟁하는 콘솔 플랫폼들은 독점적인 게임 콘텐츠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며, 이는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정 콘솔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인기 게임은 사용자들이 해당 콘솔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경쟁 플랫폼의 사용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매업 : 전반적인 소비 수요가 정체된 시장에서 소매업체 간의 경쟁은 제로섬적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한 소매업체의 매출 증가는 다른 경쟁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가격 경쟁이 심화될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동차 산업 :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며, 특정 부품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제한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띨 수 있다. 또한, 전기차 충전 시장과 같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은 제로섬적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경영환경에서 제로섬 게임의 한계점과 비판적인 시각

제로섬 게임 이론은 경쟁적인 경영 환경의 일부 측면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점과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단순화된 현실 묘사 : 제로섬 모델은 복잡한 비즈니스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경영 환경에서는 자원의 양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혁신, 협력, 시장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따라서 제로섬 모델은 기업 간의 상호작용을 제한적이고 정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가치 창출 가능성 간과 : 제로섬 사고방식은 혁신, 협력, 시장 확대와 같은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간과한다. 기업들은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도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시장 개척을 통해 전체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 이러한 논제로섬적인 접근 방식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비합리적 가정 : 제로섬 게임 이론은 모든 참가자가 완벽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다. 실제 기업 경영은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 사회적 규범 등 다양한 요인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부효과 미고려 : 제로섬 모델은 기업 활동이 제3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친환경 경영 활동은 경쟁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제로섬 모델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포착하기 어렵다.
혁신 및 협력 저해 : 제로섬 사고방식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경쟁 우위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여 장기적인 혁신과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 모든 상호작용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게 되면, 기업들은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비제로섬 전략의 중요성

제로섬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제로섬적인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협력 및 전략적 제휴 : 경쟁 기업, 공급업체, 기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은 비제로섬적인 접근 방식의 핵심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협력하여 시장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은 대표적인 예이다. 전략적 제휴는 새로운 시장 진출, 자원 공유, 기술 제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참여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은 전 세계 개발자들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이는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혁신 및 차별화 : 혁신을 통해 경쟁 기업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제로섬 경쟁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전략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업은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블루 오션 전략'은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레드 오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독창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 확대 및 새로운 가치 창출 : 새로운 지리적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기존에 충족되지 않았던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비제로섬적인 성장 전략이다. 이는 기존 경쟁자들의 점유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여러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제로섬 전략과 윈-윈 및 상호 이익 전략 비교

제로섬 전략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윈-윈 전략과 상호 이익 전략은 모든 참여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추구한다.

윈-윈 전략(Win-Win Strategy) : 협상을 포함한 다양한 상호작용에서 모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목표로 한다. 제로섬 게임이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윈-윈 전략은 상호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함으로써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얻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는 장기적인 관계 구축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
상호 이익 전략(Mutual Benefit Strategy) : 윈-윈 전략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강조한다. 기업의 의사 결정 시 직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성공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한다. 제로섬 사고방식이 고정된 파이를 나누는 데 집중하는 반면, 윈-윈 및 상호 이익 전략은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윈-윈 및 상호 이익 전략은 제로섬 전략보다 더 지속 가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결론

제로섬 게임은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경영 환경의 특정 측면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지만,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시장 점유율 경쟁, 인수 합병, 자원 확보 경쟁 등 다양한 경영 활동에서 제로섬적인 특징이 나타날 수 있지만, 혁신, 협력, 시장 확대와 같은 비제로섬적인 전략은 기업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긍정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상호 연결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윈-윈 및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접근 방식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로섬적 사고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논제로섬적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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