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과 조직구조의 관계는 기업경영에서 핵심적인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너무나 유명한 명제가 있다. 바로 '알프레드 챈들러'가 밝힌 견해다. 이 명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D, Chandler)'는 미국의 경영사학자로 소유경영, 가족경영 소기업 형태가 20세기 근대적 대기업 형태로 기업의 모습이 변하는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챈들러의 대표 저작으로는 "전략과 구조(Strategy and Structure: Chapters in the History of the Industrial Enterprise, 1962)"와 "보이는 손(The Visual Hand, 1977)"이 있다.
챈들러의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명제, 혹은 원칙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영 전반에 대한 영감을 줬다. 그는 역사적 연구를 통해 기업들이 성정과 전략적 변화에 따라 조직 구조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챈들러의 명제를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전략은 구조를 따른다"는 명제의 세 가지 측면
전략 우선성
성공적인 기업들은 먼저 시장환경과 경쟁상황을 분석하여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조를 그에 맞게 설계하고 조정해야 한다.
구조적 적응
시장환경이나 경쟁상황이 변화하면 기업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직구조 또한 새로운 전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즉, 구조는 전략적 요구 사항에 맞게 지속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역사적 증거
챈들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기업들의 성장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전략적 변화에 따라 조직구조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듀폰은 다각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사업부제 조직구조를 도입했다. 포드는 대량생산 전략을 위해 생산라인 방식의 조직구조를 구축했다.
챈들러의 이러한 견해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첸들러 명제의 중요성
전략과 구조의 상호연관성 강조
챈들러의 명제는 전략과 구조가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닌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전략과 구조를 일관되게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략의 실행은 결국 조직이 하는 것이다.
조직변화의 중요성 제시
시장환경이나 경제상황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경영환경에서 조직의 지속적인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략과 구조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경영분석 도구 제공
챈들러의 명제는 기업의 전략과 구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공한다. 경영자들은 이 명제를 통해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현실의 기업에서 전략과 조직구조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심각한 결함이다. 전략과 조직구조를 정렬하고 적합화하는 것만으로도 경영개선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구조가 전략을 따른다는 명제에 관한 비판적 논의도 많다. 몇 가지 살펴보자.
챈들러 명제에 대한 비판적 논의
환경적 영향 무시
챈들러의 명제는 전략과 구조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환경적 요인이 조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기술발전, 정치적 변화, 사회적 가치 등 환경적 요인은 조직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환경변화에 조직구조가 대응하는 식으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경영전략에 환경변화를 충분히 포괄하고 있다면 이 역시 유의미한 비판은 아닐 것이다.
경영진의 역할 축소
챈들러의 명제는 마치 전략과 구조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거처럼 보이게 할 수 있으며,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역할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조직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진이다. 경영진의 리더십, 전략적 선택, 의사결정 능력이 조직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전략에 맞게 조직구조를 개편해 나가야 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률적인 적용 제한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명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의 규모, 산업, 성장단계 등에 따라 전략과 구조의 관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조직규모가 작은 경우 변경시켜야 할 조직구조 자체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위에서 제시된 비판적 관점 외에 이런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챈들러 명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
경영진과 전략파트에서 아무리 멋진 전략을 수립했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조직구조를 바꾸는 것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조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더 힘들다. 이런 사정을 놓고 보면, 전략이 먼저고 조직구조가 나중이라는 관점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관점이 조직의 경직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수립된 전략에 맞추기 위해 조직을 즉시 바꿀 수 있을 만큼 통제력이 강하다면, 조직은 오히려 경직되고 수동적이 되기 쉽다.
지나치게 공식화된 전략 수립 절차에 의존하며, 전략의 일관된 실행을 위해 조직 시스템을 엄격히 통제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실험하고 혁신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는 주장도 있고, 이러한 주장은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 기존 전략 수립과 조직구조 개편의 패턴에 빠지기보다 유연성과 혁신성을 키우기 위해 어느 정도 전략 부재의 상태를 조성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질수록 조직의 경직성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러한 시대에는 더 나은 전략, 더 좋은 조직구조를 찾기에 앞서 전략에 대한 더 근본적인 생각부터 해 볼 필요가 있다. 헨리 민츠버그의 이런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세련된 전략수립 프로세스와 정밀한 분석 툴을 갖고 있어도 나쁜 전략이 양산되는 이유는 기업이 빠지기 쉬운 심리적, 구조적 혹은 관성적 함정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전략 스텝들이 전략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그릇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전략과 구조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여러 생각들과 주장이 있다.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략과 조직구조의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챈들러의 "조직은 구조를 따른다"는 명제는 깊이 붙들어야 할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영 현실을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여전히 핵심 경영전략과 조직구조가 따로 노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략 따로, 조직 따로다. 조직구조가 전략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없는 듯하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회사의 경쟁력을 판단할 일이 있으면, 핵심전략 목록과 조직도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그 회사에 큰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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