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혁 중 하나로 생산방식과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의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주로 수공업 방식으로 생산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기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규모의 경제
오래전부터 경제학자들은 산업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연구해 왔다. 규모의 경제란 간단히 말해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단위 생산원가가 낮아짐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이 개념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잘 알려진 대로 '애덤 스미스'다. 그는 "국부론"에서 분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규모의 경제 개념을 제시했다. 분업을 실현하려면 대량의 상품을 판매할 시장이 존재해야 하고, 그러한 시장이 존재한다면 대량생산이 필요한데, 대량생산은 분업을 통해 가능하다. 그리고 정교한 분업은 단위원가 하락을 가져온다.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생산량이 증가하면 노동의 특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고 과업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둘째, 생산량이 증가하면 단위당 원가가 하락한다. 이는 생산량이 증가하면 고정비용을 더 많은 단위에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해 보자. 10만 건에서 20만 건으로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면 매출액은 배가 되지만 비용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이익은 기학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때 비용이 매출액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 것은 고정비용이 다운로드 건수 증가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에서도 존재하고 물류나 마케팅에서도 통용된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산업에서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높은 시장점유율은 낮은 생산원가를 보장해 주므로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좀 더 확대해 보자.
- 분업의 효과 : 생산 과정을 세분화하여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설비의 효율적 활용 : 대규모 생산 시설은 가동률을 높여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기술 개발 및 도입 :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 대량 구매 할인 :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규모의 경제 예시도 간단하게 보자.
- 자동차 산업 : 대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힌다.
- 반도체 산업 : 첨단 생산 시설을 통해 미세한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가격을 낮춘다.
범위의 경제
규모의 경제와 연관되어 자주 언급되는 것이 범위의 경제다.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는 서로 다른 분야 간에 공동으로 이용하는 자원이나 기능이 있을 때 존재한다. 범위의 경제는 한 기업이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각각의 제품을 개별 기업이 생산하는 것보다 총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규모의 경제를 지탱하는 것이 생산량이라면, 범위의 경제는 다양성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요즘 여러 자동차의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범위의 경제 실현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범위의 경제가 달성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동일한 고객에게 성격이 다른 상품을 파는 교차판매가 대표적이다. 범위의 경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좀 더 살펴보자.
- 공동 자원 활용 : 생산시설, 유통망, 연구개발 시설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관련 기술 활용 : 서로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면서 기술을 공유하고 활용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 브랜드 이미지 활용 : 하나의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범위의 경제 예시까지 보자.
- 전자산업 :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부품 공급망, 유통망 등을 공동으로 활용한다.
- 음료산업 :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생수, 주스 등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다.
경험의 경제
한편으로는 경험의 경제(economy of experience)라는 용어도 있다. 경험의 경제는 규모의 경제와 유사한 개념이다. 일정 시점 이후로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개당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규모의 경제라면 시간이 흘러 경험이 축적될수록 개당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경험의 경제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 과정에 대한 학습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도 발현될 수 있다. 자본집약적인 산업에서 흔히 나타난다. 반면에 상당한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산업도 있다. 아마 수제 명품 제조업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이처럼 경험의 경제는 노동집약적인 성격을 갖는 산업에서 나타난다.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경험의 경제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제적 개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여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는 기업의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소비자 행동, 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면 경제 현상을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산업별로 어떤 경제적 이익을 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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