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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친환경의 역설과 그늘

by 불꽃유랑단 2024. 5. 22.

세상 거의 대부분의 사건이나 현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어떤 의사결정도 100%는 없다. 의사결정의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흔하게 목격된다. '친환경'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소위 '그린플레이션'이다. 다분히 논쟁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살펴보자.


 

'친환경'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방향성이다. 친환경의 대의에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친환경은 이미 시대의 대세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전지구적 환경위기로 인해 국제 정상회의의 단골 주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각 국의 정부는 탄소배출을 감축하자는 기조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고, 기업들도 친환경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플레이션이란?

친환경의 불가피성과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확산된 친환경이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만들 위험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친환경 방식은 비용을 높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즉, 인플레이션을 광범위하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로,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과 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관련 산업의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부족해져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위가 높아질수록 사회의 유지, 발전에 드는 비용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한다. 

 

그린플레이션-친환경의-역설
출처: SK E&S 홈페이지

 

그린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친환경 에너지 및 전기차 보급 확대 :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친환경 관련 광물수요 급증으로 인한 가격 상승
  •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 기업 수익 감소, 일자리 감소 가능성
  • 경제 성장 둔화 :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

위에서 그린플레이션의 영향을 간단하게 살펴봤는데,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어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보려고 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그린플레이션의 몇 가지 사례

에너지 가격 상승

2021년 말부터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급등했다. 이는 주로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난방비,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 전반에 걸쳐 상승을 야기했으며, 이는 생활비 증가와 기업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미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석유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교통비 부담을 증가시켰으며, 항공 운임 인상되었다. 또한, 석유는 화학 제품 등 다양한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이기 때문에 석유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리튬 가격은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리튬 수요 급증 때문이다. 리튬 가격 상승은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니켈 또한 전기차 배터리에 중요한 원자재이며,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니켈 가격 상승은 전기차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스테인리스 스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리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 생산에 사용되는 중요한 광물이다.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확대와 함께 구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리 가격상승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런던 금속거래소(LME)의 구리 현물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

친환경 농업 방식은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는 대신, 유기농 비료와 생물학적 방제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 방식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기농 비료와 생물학적 방제제화학 비료와 농약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친환경 농산물 가격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축산물의 동물복지 이슈도 있다. 친환경적이고 동물복지까지 생각하는 사육방식은 무조건 원가상승 요인이다. 이러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 식료품 소비 부담가중시킬 수 있고, 거시적으로 엥겔지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친환경 규제 강화 영향 확대

유럽연합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규제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이는 생산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또한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석탄 발전소에 대한 규제강화되면서 중국은 전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 부족은 산업 생산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타 영향

플라스틱 사용 제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체 제품 가격상승하고 있다. 이는 포장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식품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법 벌채 단속 강화와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정책으로 인해 목재 가격상승하고 있다. 목재 가격 상승은 건축 비용 증가종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린플레이션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문제들

그린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 상승 현상이 아닌, 기후 변화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와 저소득층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 간, 계층 간 차이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 당장 친환경 소비는 분명히 더 많은 지불능력을 필요로 한다. 친환경의 당위성과 가격 상승이라는 현실이 부딪힌다. 따라서, 앞에서도 밝힌 것처럼 논쟁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그린플레이션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유는 친환경이라는 당위성에만 함몰되지 말고 숨어 있는 이면의 그늘도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플레이션은 교훈적인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 친환경의 그늘도 살펴보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경영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너무 건조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정부와 기업은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를 통해 그린플레이션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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