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2기를 맞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용어 중에 '근린궁핍화'라는 것이 있다.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뜻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관세맨'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우려는 당연할 것이다. 드럼프 이전에도 근린궁핍화는 많은 주목을 받아온 용어다. 몇 차례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린궁핍화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자.
근린궁핍화의 유래와 대표 사례
'근린궁핍화'는 원래 영어 'Beggar Thy Neighbour'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까운 이웃을 가난하게 만들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때 'Thy'는 'Yours'의 옛날 표현이다. 경제학에 접목하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키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 된다. 이 용어의 시초는 애덤 스미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부론"에서 당시 식민지 건설의 상징인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들의 이해는 모든 이웃 나라들을 가난하게 하는 데 있다'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만한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 중 하나가 '플라자 합의'다. 1985년 9월, 미국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등 선진 5개국의 경제수장이 모여 미국 달러를 제외한 주요 통화들의 가치를 올리기로 한 합의다. 이 합의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국이 내세운 표면적인 명분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만년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일본, 서독에 환율 절상을 하도록 하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강제적인 환율 절상으로 미국 수입 물가를 높이는 동시에 해당 국가 무역수지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나 다름없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는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근린궁핍화 정책은 다시 화제 선상에 올랐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미국의 1, 2, 3위 교역국이다. 더구나 이중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면서 트럼프 2기 정부 내내 근린궁핍화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린궁핍화 정책의 수단과 목적, 그리고 문제점
근린궁핍화 정책의 주요 수단
근린궁핍화 정책의 주요 수단은 세 가지로 대표될 수 있다. 먼저 관세 인상이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수입 규제다. 수입쿼터제,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해 외국 상품의 유입을 제한하여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다. 환율 조작도 근린궁핍화 정책의 주요 수단이다. 자국 통화를 고의적으로 평가절하하여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을 줄이는 방법이다.
근린궁핍화 정책의 목적
그러면 근립궁핍화 정책을 통해 꾀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목적은 무척 다양할 테지만 대표적인 목적은 세 가지 정도로 보인다. 먼저, 경제 성장이다.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목적이 가장 주요할 것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무역 흑자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출을 증대하고 수입을 감소시켜 무역 흑자를 달성하려는 목적 말이다. 실업 감소도 주요 유인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여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을 창출하려는 목적도 근린궁핍화 정책의 주요한 목적이 될 수 있다.
근린궁핍화 정책의 문제점
그런데, 이토록 자국에게 유리한 근린궁핍화 정책을 보통은 함부로 추진하지 못한다. 여러 문제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 보복 조치 유발 : 한 국가의 보호무역 정책은 다른 국가의 보복 조치를 유발하여 무역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 세계 경제 위축 : 각국이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전체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경제 위축은 자국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소비자 후생 감소 : 보호무역은 소비자들에게 더 비싸고 질이 낮은 상품을 제공하여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 효과의 불확실성 : 근린궁핍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근린궁핍화 정책의 대안 : 자유무역 촉진
근린궁핍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교과서적으로 말해, 근린궁핍화 정책 대신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근린궁핍화 정책을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의 예시를 몇 가지 생각해 보자.
- 자유무역협정(FTA) : 여러 국가 간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여 무역을 활성화하고 경제규모를 확대하는 정책이다.
- 국제기구 활용 : WTO(세계무역기구),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무역 분쟁을 해결한다.
-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 :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기술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정책이다.
- 환율 협력 : 각국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 생산성 향상 :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한다.
위에서 근린궁핍화 정책과 대척점에 서있는 정책 예시들을 보았는데, 사실 국가 간에 추구해야 할 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모든 국가는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되어 있다.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국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공정 경쟁도 놓치면 안 될 가치다.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여 모든 국가가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근린궁핍화 정책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비생산적인 정책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국제 사회는 근린궁핍화 정책을 지양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 번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자유무역 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국제기구를 활용하여 국제 경제 질서를 유지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것처럼 세계경제가 더욱 협력하여 발전하려면 근린궁핍화 정책이 아닌 자유무역을 권장해야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세계 주요국이 근린궁핍화 정책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는 못하는 모습이다. 교역국 간 협력과 조정을 해야 하는 국제기구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자유무역 기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WTO 등 관련 기구가 미국,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공정한 게임을 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는 보호무역과 자국 이기주의로 점철된 행보를 내딛게 될 것이다.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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