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인 지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분야와 강도를 더하가면서 말이다. 오늘은 글로벌화의 의의와 기업차원의 대응전략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의의
글로벌화는 개념적으로 “국경을 초월한 거래와 투자가 확산되고, 상호 연결 혹은 의존이 심화됨에 따라 특정 기업과 국가의 경제적인 행위가 다른 국가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사건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정의된다.
글로벌화의 촉발요인으로 우선 기술혁신으로 인한 교통, IT기술의 비약적 발전, 그리고 WTO체제의 자유무역, 다자간 투자협정 등으로 상품, 기술, 자본의 자유로운 국제적 이동이 수월해진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기업 간 경쟁심화로 인해 저비용경제 실현을 위한 규모의 경제 추구와 학습곡선효과 또한 글로벌화를 촉진시켰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글로벌 기업활동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또한 측면에서 글로벌 고객이 등장하며, 수요가 동질화해 가는 현상이 발생되면서 글로벌화를 더욱 촉진시킨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글로벌화는 현상적으로 볼 때 생산의 글로벌화, 시장의 글로벌화를 거쳐 정치적 글로벌화와 문화적 글로벌화로 확대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수출기업, 내수기업을 불문하고 글로벌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기업전략 수립에 있어 글로벌화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화의 특징과 전개양상
글로벌화 현상에서 가장 부각되는 단면은 기업측면에서 볼 때 아마도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일 것이다. 이러한 무한경쟁은 결국 규모의 경제를 갖춘 거대 글로벌기업의 시장 독식으로 흔히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는 또한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어느 비즈니스 영역에서나 파괴적 혁신이 만연하여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고 있으므로 비즈니스 모델 등 지속적 혁신만이 성장 동력이 되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 발전과 경제의 글로벌화로 동질적 사고와 소비문화를 공유하는 글로벌 시민사회를 촉진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빛의 속도로 지구촌 움직임과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편, 글로벌화로 전체적인 국민후생이 증대되고 있다. 생각해 보자. 만약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같은 상품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생활비가 얼마나 증가했을까를 말이다. 교역량과 범위의 증대로 비교우위가 실현됨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빈부격차를 확대시킨 면도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소득증대에 따른 중산층 확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소득증가율 차로 인해 개인 간의 소득격차가 급속도로 확대되기도 했었던 것이다.
글로벌화는 다른 한편으로 수단과 목적의 전도, 주체와 객체의 전도도 가져왔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 확보 경쟁이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키기도 했으며,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으로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되기도 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글로벌화의 특징들을 정리해 보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제 이러한 글로벌화의 명과 암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화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꾸고 있는 현상의 양면성
1. 긍정적 측면
글로벌화의 긍정적 측면으로 경쟁심화에 따른 효율성 증대, 그리고 여러 글로벌화 혜택에 의한 경제성장 및 국민소득 증대, 국민후생 증대, 외국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경제활성화,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 필요성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개혁 촉진 등을 들 수 있다. 즉, 글로벌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무한경쟁을 통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자본조달 기회 확대로 산업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글로벌화를 계기로 제도개혁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2. 부정적 측면
반대로 글로벌화의 부정적 측면을 보면 외국자본 직접투자의 수용국 입장에서의 무질서하고 불공정한 제도변화 가능성, 글로벌 경재에 대응한 지속적 경영혁신으로 촉발되는 일자리의 불안정, 계층 간 갈등조장, 글로벌화에 소외된 개발도상국 경제와 빈민계층의 황폐화, 소득 증대와 동시에 발생하는 빈부격차의 확대 등이 있다. 즉,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경쟁력이 약한 계층이나 국가는 무한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계층이나 국가와의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의 문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할 경우 고유의 문화가 사라지고 선진국의 문화에 종속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정부기구를 중심으로 반세계화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함양해야 할 비즈니스 역량
글로벌화에 직면한 혹은 광범위한 시장에서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들이 함양해야 할 비즈니스 역량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하는데, 논리적 전개와 논의의 비약을 방지하기 위해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의 경쟁전략을 기본 사고틀로 사용하고자 한다.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수익률이 경쟁업체의 위협으로부터 결정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경쟁업체의 위협은 신규창업자의 위협, 공급자의 교섭력, 소비자의 교섭력, 대체품의 위협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기업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글로벌화는 바로 이러한 경쟁업체의 위협이 광범위해지고 심화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이클 포터의 이론을 기반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역량을 비용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화 전략 차원에서 서술해 보고자 한다.
1. 비용우위 전략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비용우위 전략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즉,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마련하여 공격적인 저가격 전략으로 신속히 시장점유를 가져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학습곡선효과를 통해 비용을 급속히 떨어뜨릴 필요도 있다. 이렇게 확보된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대량 원자재 구매를 통해 다시 생산에 들어가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현대의 최첨단 산업에서는 비용우위가 다른 측면에서 확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제품을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한다는 개념을 떠나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보다 기능을 단순화해서 생산비용을 낮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파괴적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다 뛰어난 기술, 보다 많은 기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보통 우량기업들은 지나치게 신기술에 집착하고 선도고객의 반응에 경도되어 있어서 파괴적 혁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즉, 글로벌화에 대응한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려고 할 때 기술위주의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마케팅에 대한 생각, 최근 소니의 저가격 제품 개발 노력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차별화 전략
차별화 전략은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힘든 제품을 만들어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이다. 차별화 전략은 사업비용의 증대를 초래하지만 높은 매출액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시장 세분화와 합리적 표적시장 선택 없이는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 차별화 전략 추진과정에서 여러 세분시장에 대한 각각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게 되므로 마케팅 믹스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의 인식과 제품이미지가 강화되어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로열티를 제고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글로벌화 현상을 돌파할 전략으로 차별화 전략을 너무나 흔하게 거론한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 보면 차별화는 리스크가 큰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힘든 제품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제품인 경우가 많을 것이며, 실패가능성이 높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차별화 전략을 다시 구성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골몰하기보단 세계시장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차별화를 우선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글로벌화로 인해 소비의 동질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이 부족한 현상을 대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창의성에 대한 중요도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데,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분야가 현실적으로 이 지점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3. 집중화 전략
집중화 전략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중소기업이 많이 사용하는 전략으로 큰 시장에서 낮은 점유율을 추구하기보다는 한 개 혹은 소수의 하위 세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여 확보하는 전략이다. 집중화 전략은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세분시장상황이 악화되거나 고객의 니즈가 변할 수 있으므로 일정 부분의 위험을 수반하게 되며, 특히 대기업이 동일한 세분시장에 진출할 경우 매우 위험해지게 된다.
글로벌화된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거대 글로벌 기업이거나 세분시장에서 특화된 강소기업일 것이다. 한 국가의 산업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는가, 혹은 중소기업 위주로 되어있는가에 따라 처한 환경이 다르겠지만 특정 세분시장을 독점하는 강소기업(히든 챔피언)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히든 챔피언 육성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갖춘 많은 스타트업의 출현이 필요하고, 정부의 합리적 지원 대책도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대기업도 사내보유 중인 핵심기술을 사내 분사 형태로 분산하여 육성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큰 기업규모로 인해 사장되는 기술도 상당할 것이다.
결론: 비즈니스는 글로벌화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글로벌화의 의의와 비즈니스 현장에서 초래되고 있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살펴봤다. 또한 글로벌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차원의 전략도 논의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글로벌화에 대응한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먼저 생각할 것은 기업의 본원적 역량을 확인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화를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기초부터 강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반하여 글로벌화로 인한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해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핵심역량과 혁신, 그리고 창의적 생각인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글로벌 세상이다. IT 관련 기술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촉발시켰으며, 세계적 공급망 체계 형성으로 강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팬더믹, 전쟁 등 세계적 이슈들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동기로 인한 흐름은 오래가기 힘들다. 비즈니스는 어쨌든 필요에 의해 글로벌화를 더욱 지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