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생각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글이 읽히기 위해서는, 그리하여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흥미요소가 있어야 한다. 유명 경영학자가 흥미로운 연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쓴 글을 발견하고 이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이후 내용이 연구에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관련 분야 지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라 소개해 보려고 한다.
흥미로운 글? 흥미로운 연구?
서비스 운영관리 분야의 유명 학자인 Cachon(Gerard P. Cachon)은 흥미로운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문 형식을 빌어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비단 서비스 운영관리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당연하게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연구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다. 논문이건 보고서건 혹은 개인적인 글쓰기이건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질문해 보고자 한다. 흥미로운 글은 어떤 특징을 갖는가? 어떠한 형식의 글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가?
이후 내용에서 연구라든가 논문이라든가 하는 내용을 그냥 일반적인 글쓰기에 관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사례로 나오는 내용들은 연구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냥 참고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흥미로운 글은 어떤 특성과 구성을 갖는가?
Cachon은 흥미로운 연구의 핵심요소를 '예상과 다른(Unexpected)'이라고 제시했다. 사실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을 단순히 확인하는 것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다. 즉, 흥미로운 연구의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은 "X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Y였다(What was thought to be X is really Y)"라는 것이다. 일종의 '반전'인 것이다.
흥미로운 연구의 다양한 형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외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내생적인 것이었다(What was thought to be exgenous is really endogenous)
예를 들 수 있는 연구는 이렇다.
전략적 소비자 연구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운영상의 결정이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됐지만 기업의 운영적인 측면의 선택에 소비자 수요가 반응한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소비자 행동에 대한 간과가 과소재고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최적가격(Optimal Price)이 시즌판매를 확대시키거나 가격할인을 하지 않겠다는 확증을 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있다.
2.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단순한 것이었다(What was thought to be complex is really simple)
예를 들어 Gallego and Van Ryzin(1994)은 복잡한 확률적 동적문제가 결정론적 대안에 의해 근사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의 통찰은 단순한 고정가격 정책이 동적가격정책만큼 잘 기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3.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복잡한 것이었다(What was thought to be simple is really complex)
뉴스벤더 문제에서 해법은 알려져 있지만, 실제 선택의 문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보라. 또 다른 이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정말 복잡할 수 있다.
4. 작은 영향이 있다고 기대했던 것들이 사실은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What was expected to be small effect is really a large effect)
Fisher and Raman(1996)은 시즌의 초기판매를 잘 활용하면 기대보다 상당한 이익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Van Mieghem(1998)은 여러 제품 수요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운영의 유연성에 별 가치가 없다고 가정되어 왔지만 사실은 긍정적 가치가 있음을 보여줬다.
5. 커다란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별 영향이 없는 것이었다(What was thought to be a large effect is really a small effect)
6. 커다란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What was thought to be a large effect is really much large)
7. 쉽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어려운 문제다(What was thought to be easy is really hard)
8. 문제라고 가정하지 않았던 것이 실제는 문제였다(What was assumed to not be a problem is really problem)
재고관리에 관한 거의 모든 문헌은 의사결정자가 재고량을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실제로 De Horatins and Raman(2008)은 문제가 아니라고 가정했던 것(재고기록은 정확하다)이 사실은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9. 성능을 향상하려는 것이 실제로는 성능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What should improve performance really harms performance)
글에서 흥미요소 외에 필요한 것
그러면 글을 쓸 때 흥미요소가 전부인가? 비록 흥미로운 것이 확실히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연구던 글이던 중요해야 한다. 중요한 연구는 더 많은 연구를 창출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즉 유용해야 하는데, 이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고, 적어도 중요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가 유용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다른 학자의 연구 질문을 변경하게 하고, 더 중요한 것은 학계 외부의 경영자, 정책결정자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비록 Interesting 한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사실일 필요는 없지만, 그럴듯할 필요는 있다. 호손실험의 영향은 예상외였고 그럴듯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호손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확실히 학자들과 실무자들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흥미로운 연구나 글은 대답보다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논란을 일으킨다. 독자들에게 불만족, 무관심, 혹은 그것이 잘못되었거나 적어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동기를 일으킨다. 또한 중요하면서 흥미로운 연구는 행동을 변화시킨다. 즉, 그것은 바람직한 충격을 낳는다.
<Reference: Gerard P. cachon, What is interesting in operations managemen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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