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기획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그리고 기획과 계획이라는 용어를 정확한 구분 없이 사용하다 보니 기획이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 같다. 오늘 이 글의 취지는 기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계획과의 구분을 통해 알아보고, 목적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기획은 무엇을 의미하고 계획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획인가 계획인가(Planning vs Plan)
우리는 흔히 기획과 계획의 차이에 대해 헷갈려하거나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 단어 뜻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기획과 계획의 동일한 글자인 '획(劃)'은 '긋다', '구획하다', '쪼개다'의 뜻을 갖고 있다. 두 용어를 구분 짓는 앞글자의 뜻을 각각 보면, 기획의 '기(企)'는 '꾀하다', '도모하다', '발돋움하다'의 뜻을 갖고 있고, 계획의 '계(計)'는 '세다', '계산하다', '헤아리다', '조사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한자의 뜻을 통해 구분해 보면, 기획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방안을 구상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반면에 계획은 구체적으로 무언가 조직하고 틀을 짜고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기획은 'Planning'으로, 계획은 'Plan'으로 쓴다.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획은 과정을 나타내고, 계획은 결과물을 의미한다. 즉, Planning은 Plan을 만드는, 도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개념이 조금 잡히는 것 같다. 기획과 계획의 차이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뤄보자.
기획과 계획의 차이
순서적, 시간적 측면
계획은 기획의 산물이다. 기획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이 수립된다. 따라서 계획은 기획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획은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다루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긴 기간을 다루고, 계획은 단기적 실행,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 실현되어야 하는 구제적인 작업을 다룬다.
위계적 측면
기획은 거시적이고 계획은 미시적이다. 기획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계획은 그 그림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획은 계획보다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목적적인 측면
기획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한 목적을 지니며, 계획은 일의 세부방침이나 단계를 수립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따라서 기획은 창의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계획은 실행논리성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범위의 측면
기획은 더 넓은 시야에서 이루어지며, 전략, 비전, 목표, 우선순위 등을 다룬다. 이는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하고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계획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단계에 집중한다. 작업의 세부적인 내용, 책임자, 일정, 자원할당 등을 다루며, 주로 단기적인 실행을 위해 필요한 계획을 작성한다.
역할의 측면
기획은 전체적인 목표나 비전을 수립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획은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초기 단계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반면, 계획은 구체적인 단계와 일정을 정하는 과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정의하고 그 작업의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은 주로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 또는 일정을 나타내며, 기획에서 수립한 비전과 전략을 실제로 실행 가능한 단계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위에서 다룬 기획과 계획의 차이점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 준 | 기획(Planning) | 계획(Plan) |
| 순 서 | 계획보다 먼저 이루어짐 | 기획의 산물 |
| 위 계 | 거시적 | 미시적 |
| 목 적 | 창조성, 효율성 | 실행논리성 |
| 의 미 | 계획을 세우는 과정 | 계획의 결과물 |
| 범 위 | 계획의 시작부터 실행까지 | 계획서 |
| 내 용 | 계획의 방향성, 목표, 방법, 절차 등 | 계획의 세부내용 |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제품의 콘셉트, 타깃시장, 마케팅 전략 등은 기획의 영역에 속하고, 제품의 디자인, 기능, 가격, 생산일정 등은 계획의 영역에 속한다고 구분할 수 있다.
또한, 회사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경우, 회사의 비전, 목표, 전략방향 등은 기획의 영역에 속하고, 중장기 목표, 연간 목표, 예산, 조직, 인력 등은 계획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물인 기획서와 계획서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서가 무언가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 일정, 자원할당 등 주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집합이라고 한다면, 기획서는 계획이 도출되기까지의 배경, 문제의식, 분석과정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본 이유로 인해 실제 조직에서 기획팀은 있어도 계획팀은 없다. 계획은 결과물에 중점이 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하는 일을 표현하지 못한다. 조직 내 부서나 팀은 하는 일과 역할을 주로 표현한다. 기획은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한 고차원의 일이다. 기획과 계획의 차이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기획이 어떤 것인가를 새삼 알게 된다. '기획'이라는 용어를 막무가내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기획을 한다고 말하려면 정말 '기획'답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은 이거다. "아무 일에나 기획이라는 용어를 붙이지 말자. 그리고 기획을 하려면 기획답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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