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자신을 바꾸고 싶어 한다. 자기계발서들이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사람들의 열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험으로 알고 있듯 자신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뇌는 변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 흐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성장과정에서 다른 경험을 통해 다른 형태의 신경세포 연결을 독특한 존재다. 사람마다 성격도 능력도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 특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람의 뇌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번 형성된 뇌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말이 안 된다. 이와 관련된 관심과 연구는 역사가 오래된 것이고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다. 가소성이란 어떠한 물체에 일정한 힘을 가하면 그 물체가 쉽게 변형되고, 원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 흐름을 보면 과거에는 뇌는 고착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뇌의 가소성은 그리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청소년기 이후 사람의 뇌는 고정된 것이라는 믿음이 우세했다. 이러한 흐름에 전환점이 생긴 것은 1990대 말이다. 이 즈음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뇌의 새로운 신경세포 연결이 인생전반에 걸쳐 일어날 수 있으며, 외부 자극과 경험, 학습에 의해 얼마든지 신경세포 재조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는 조금 다르다. 뇌의 가소성에 부정적인 과거의 믿음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에 대하여
우리 주변의 환경을 보자. 우리나라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한 곳이다. 성장형 사고방식이 강해 개인이건 기업이건 무한경쟁의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다 보니 노력만 하면 어떤 목표도 이룰 수 있고 자신의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 과학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좌절감도 크다는 부작용이 팽배하다.
뇌가 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지만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여 인간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나 기술을 연마하여 뇌신경세포의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경험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는 운전을 배우거나 어떤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능숙하게 되는 경험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훈련하면 뇌에서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고 뇌의 신경구조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프로세스는 뇌의 전반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뇌의 가소성으로 기능 향상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0대 중반쯤 되면 뇌 발달이 완성되어 고착되고 이후는 미세한 변화만 가능한 것이다.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을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인코딩하여 이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반복적으로 끄집어내어 습관화하는 수밖에 없다.
뇌를 변화시키기는 작동방식들
이때, 특별한 작용을 하는 것은 성공의 경험이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성공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데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다. 작지만 강력한 성공 경험은 신경세포 연결망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보상시스템을 이용하여 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뇌가 작동하는 이면에는 보상 네트워크가 있다. 그런데, 보상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좋은 기분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보상시스템이 단지 배고픔 같은 1차적 생존을 위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자아실현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에 의해서도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다. 좀 더 차원이 놓은, 예를 들어 분배의 공정성, 평등의 실현 같은 추상적인 요소들도 보상시스템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이 있다. 인사정책에 있어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추상적인 비전이나 미션 같은 것들이 인사관리에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계발, 유대감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이 급여 같은 요소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에도 참고점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제품에 관한 것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ESG 같은 것으로 고객 충성도를 유도할 수 있다.
조직문화 차원에서 꼭 참고했으면 하는 사항도 있다. 사람의 뇌는 칭찬보다 비난에 더 심대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칭찬을 들으면 보상신경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5분 정도 지속되는 반면 비난에 의한 스트레스는 그 지속시간이 2시간 정도 이어진다고 한다. 비난은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도모하기에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비난에 의해 망상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조직문화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공정성도 보상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공정하지 못한 직장 환경은 직원들의 보상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급여가 공정하게 집행될 때, 보상시스템이 활성화된다고 하는 연구결과다.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여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뇌의 보상 신경 시스템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뇌 보상 신경 시스템을 최대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별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고, 각자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 조직 내에서 정당한 평가와 인전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뇌과학에 대한 이해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조직은 개인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개인 모두의 뇌가 활성화될 수 있는 조직은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해 뇌과학 원리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뇌 자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작은 성공의 경험을 지속적을 누적시키고, 자신만의 효과적 보상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계속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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