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에게는 수많은 심리적 오류들이 존재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 오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교묘히 활동한다. 이러한 오류들을 피하려면 부단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오늘 다루려고 하는 심리적 오류는 '도박사의 오류'다. 아주 단순하지만 우리가 흔히 빠지는 오류다.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는 계속 잃기만 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꼭 딸 거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말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듯 도박에서 이기고 질 확률은 대략 50:50이다. 확률의 세계에서는 각 사건은 서로 독립적이다. 그러니까 앞 사건의 결과와 뒤 사건의 결과는 서로 독립적인데, 도박사의 오류는 이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서 생기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도박사의 오류' 용어의 뜻과 유래
'도박사의 오류'라는 말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은 19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까지도 카지노로 유명한 모나코에 있는 몬테카를로 보자르 카지노의 룰렛 게임에서 구슬이 20번 연속 검은색 칸에 떨어지는 일이 당시 벌어졌다. 그러자 게임 참가자들은 이제 붉은색 칸에 구슬이 떨어질 차례라고 확신하여 돈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26번째를 지날 때까지 구슬은 검은색에 멈췄고, 많은 게임 참가자들이 수많은 돈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 '몬테카를로의 오류'고, 이를 달리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그런데, 도박사의 오류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다. 간단히 말해, 과거의 결과가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앞면이 연속해서 5번 나왔다면, 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각 던지기는 서로 독립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이전 결과는 다음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도박사의 오류를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 확률에 대한 오해 : 확률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건들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과거의 결과가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심리적 요인 : 불안, 욕심, 과거의 경험 등 심리적인 요인이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 패턴 찾기 :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패턴을 찾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 무작위적인 사건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도박사의 오류' 전형적인 예와 극복 방법
도박사의 오류를 저지르는 흔한 예를 보자.
- 주식투자 :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계속 주가가 떨어졌으니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등의 주관적인 판단
- 복권 : 특정 번호가 자주 당첨되었으니 다음에도 그 번호가 당첨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 스포츠 : 특정 선수가 연속으로 승리했으니 다음 경기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야구를 예로 들면, 전 타석에서 안타를 친 선수가 타석에 등장하면 안타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올라간다. 이것을 '뜨거운 손 오류'라고 칭하기도 한다. 한 번 성공한 사람이 다음에도 계속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도박사의 오류는 아주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류를 피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이렇다. 물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 확률에 대한 이해 : 확률의 기본적인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돌발적인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도록 한다.
- 객관적인 정보 : 감정적인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보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 장기적 관점 :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오늘 도박사의 오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사실 주식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실제 도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도박의 오류를 굳이 따지겠는가. 주식투자에서 도박사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 보자. 먼저 말하지만,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다.
주식투자에서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기초적인 사항들
확률과 통계에 대한 이해
- 과거의 데이터 분석 : 과거의 주가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여 주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단순한 패턴보다는 장기적인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더 확실히 이야기하면 내재적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
- 확률적 사고 :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곳이므로 확률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운에 대한 관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통계적, 재무적 지표 활용 : p/e, per, 배당수익률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과대평가 또는 과소평가된 종목을 찾아내야 한다. 주식투자도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객관적인 정보 수집
- 기업분석 : 투자하려는 기업의 사업 내용, 재무상태, 경쟁우위 등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투자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투기를 한다고 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 뉴스와 시장분석 : 관련 산업의 동향, 경제지표, 정책 변화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투자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의 둘러싼 환경분석을 말하는 것이다.
- 전문가 의견 참고 : 필요한 경우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투자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감정조절
- 공포와 탐욕 극복 : 하락장에서 불안감에 휩쓸려 매도하거나 상승장에서 탐욕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공포와 탐욕은 각종 인식의 오류를 불러들인다.
- 장기적인 관점 유지 : 단기적인 시장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 분산투자 : 하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확신만 있다면 집중투자가 큰 수익을 얻는 길이기는 하다.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점검
- 정기적인 리밸런싱 :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자산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
- 손절 : 투자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올 경우 손절을 통해 추가적인 손실을 방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한 셈인데, 그래도 주식투자는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의사항을 준수해 나가지 않으면 쉽게 '도박사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운에 대한 관점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투자도 어느 정도는 운의 영역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운의 영역을 최소화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 이전에 어디까지가 운의 영역이고 또 실력의 영역은 어디인지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박사의 오류' 같은 심리적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가령 동전 던지기는 철저히 운의 영역이다.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심리적 오류들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고,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할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보는 작업을 권하고 싶다. 무척 어려운 작업일 테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