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딜버트의 법칙을 아십니까? : 승진제도에 대한 신랄한 풍자

by 불꽃유랑단 2023. 7. 19.

승진제도에 대한 불신은 많은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제도를 설계해도 불만은 있게 마련이다. 승진제도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을 보여주는 예로 '딜버트의 법칙'을 들고 싶다. 풍자적인 내용이지만 어느 정도 미묘한 진실도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인정하기 싫은 사실에 직면하곤 한다. 그러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승진에 관련된 것이 아닐까 한다. 승진인사가 나면 그야말로 불만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조직 내에 넘실댄다. 어떤 사람은 불공정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조직의 정치화를 이야기한다. 회사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 승진제도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구성원들이 최대한 수긍할 수 있고, 후유증이 가장 작은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딜버트의 법칙?

그런데 직원들의 불만에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 그저 질투와 시기로 인한 맹목적인 불평불만은 아니란 얘기다. '딜버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승진제도의 불합리성을 풍자한 것으로 이해된다. 알아보자.

 

영리하고 열정적인 직원보다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이 조직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딜버트(Dilbert)는 미국의 만화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가 1989년부터 연재해 온 풍자만화의 제목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 딜버트는 착하고 똑똑한 엔지니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만 회사에서는 오히려 성가신 존재로 취급받는다.

1995년 스콧 애덤스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딜버트의 법칙'을 소개했으며, 내용을 보충해서 1996년 책 《딜버트의 법칙(The Dilbert principle)》을 출간하였다. 이 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딜버트의 법칙 또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딜버트의 법칙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의욕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직원보다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이 중간 경쟁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승진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이다. 즉, 영리하고 열정적인 직원보다는 회사에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직원이 조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능력한 직원들의 경우 그들의 실수가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현장 실무가 아닌 경영 관리 부문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며, 이러한 사람들은 실패로 인한 리스크가 없어 평가에 무난하게 통과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승진에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출처 : 두산백과>

 

딜버트의 법칙을 정리하면 가장 무능력한 직원이 회사에 가장 작은 타격을 입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장 먼저 승진한다는 것이다. 딜버트의 법칙이 실현되려면 일정한 조직 내 조건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조직 자체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하여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조직에서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직원을 오히려 성가신 존재로 취급하기 쉽다. 

 

책-딜버트의-법칙
스콧 애덤스의 저서 "딜버트의 법칙"

 

 

딜버트의 법칙과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딜버트의 법칙을 의도적으로 구사하는 조직도 있다는 주장이다. 최고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경쟁자의 성장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무능한 사람들만 고위직에 승진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장은 이러한 불합리해 보이는 승진구조가 오히려 조직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능한 인재가 낮은 직급에 있으면서 중요한 실무를 계속해서 하게 되므로 오히려 지속적으로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딜버트의 법칙이 있기 이전에 '피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피터의 법칙은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제시한 것으로 "위계조직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의 결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직원들로 채워질 것이고, 하위직 직원들은 제 살 길만 찾게 될 것이다. 능력의 한계까지 올라간 직장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을 회사 규칙이나 관례를 잘 따르는지와 큰 말썽을 부리지 않고 현 체재를 잘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지로 평가할 것이다.

 

딜버트의 법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적 상황에 대입해 보면 연고에 의해 승진할수록 무능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평소 인맥관리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업무에서는 무능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읽고 "이건 우리 회사 얘기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콧 애덤스의 풍자만화 '딜버트'에 직장인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딜버트의 법칙을 하나의 풍자와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애초에 딜버트는 직장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풍자만화다. 무능과 유능을 구분하는 기준도 명확하지는 않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외에는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법칙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딜버트의 법칙이 아무리 풍자만화에 기반하고 있다 하더라도 조직 내 대다수 직원들이 딜버트의 감정을 느낀다면 그 조직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있어 승진은 무척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이 승진하는지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의도를 읽으려 할 것이다. 앞으로의 직원태도와 조직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다. 딜버트의 법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