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에서는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한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다고는 할 수 없다. 기업 성공의 핵심요소로 고객 충성도를 강조한 고전적인 작품인 "The Loyalty Effect"가 큰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기념비적인 책의 핵심을 살펴보자.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 로열티 경영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턴트인 '프레데릭 F. 라이히헬드(Frederick F. Reichherd)'는 "로열티 경영"에서 오늘날 다수의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에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가장 중요한 자산을 잃고 있고, 만약 이런 식의 경영이 지속된다면 많은 기업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고객, 직원,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고객, 직원, 투자자의 기업에 대한 로열티 확보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는 기업만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케팅의 목적은 대개 두 가지다. 신규시장 개척과 기존 고객 유지 혹은 충성도 강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중 신규시장 개척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기존 고객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다면 신규 고객을 아무리 창출해도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늘 소개하는 라이히헬드는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것보다 현재의 고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고객을 소중히 하면 매출도, 이익도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라이히헬드는 이를 '로열티 경영'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 콘셉트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고객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로열티 경영'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 고객 충성도의 정의와 중요성 : 고객 충성도는 단순히 특정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넘어, 해당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경쟁사 제품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고객 충성도가 기업의 수익성, 성장률,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한다.
-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 :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저자는 고객 관계 관리(CRM) 시스템을 활용하여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충성고객의 가치 : 충성 고객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또한, 충성 고객은 기업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로열티 경영'을 통해 이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 :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고객충성도 측정 필요성 : 고객 충성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고객 만족도 조사, Net Promoter Score(NPS) 등 다양한 측정 도구를 활용하여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장기적인 관점 : 고객 충성도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 구축될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매출 증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The Loyalty Effect'는 고객 충성도가 기업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기업들이 고객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바로 고객유지율과 고객생애가치다.
로열티 경영을 위한 두 가지 핵심
고객유지율(Customer Retention)
로열티 경영의 전략적 기초는 '고객 유지율'이다. 고객유지율은 현재의 고객 중 1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고객의 비율로 측정할 수 있다. 고객유지율이 높으면 고객이 구매를 지속하는 기간도 길어진다. 고객충성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만약 기존 고객이 100명이고 고객유지율이 50%라고 하면 1년 후에는 50명, 2년 후에는 25명이 된다. 그리고 5년 후에는 1명 정도만이 남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존 고객이 100명인데 고객유지율이 90%라고 하면, 1년 후에 90명, 2년 후에 81명이 된다. 그리고 5년 후에는 60명이 된다. 고객유지율이 50%인 경우와 비교해 보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고객유지율이 높다는 것은 오랫동안 우리 제품을 구매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 인당 매출액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신규고객의 경우 재구매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고객은 방치한 채 신규고객 획득에만 열의 올리는 것은 전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객유지율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아마 충성고객이 많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고객은 가망고객(pontential customer), 신규고객(acquired customer), 단골고객(core customer)으로 발전해 가고, 이 경로를 따라 충성도가 높아진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막대한 매출과 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발적인 홍보주체가 되고 열성적인 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이익은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라이히헬드는 고객생애가치를 6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 고객획득비용(acquisition cost) : 고객을 확보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광고비나 홍보비가 그것이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기까지 들어간 모든 비용을 고객획득비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객획득비용은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잠재고객에서 신규고객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비용으로 남는다.
- 기준이익 : 새로운 고객의 구매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을 기준이익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해당 고객을 통해 처음 실현된 이익이다.
- 구매 증가에 따른 이익 : 구매를 시작한 고객이 동일 제품을 반복 구매하건 그 회사의 다른 제품을 구매하건 구매 증가에 의한 이익을 말한다.
- 영업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 : 고객이 반복 구매를 하게 되면 어쨌든 그 고객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줄게 마련이다. 매출에 대응하는 비용이 줄기 때문에 이익은 증가한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고객의 반복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쓴다. 구독제를 도입하거나 정기배송에 따른 혜택을 주거나 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 입소문에 따른 이익 : 충성고객들은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입소문의 위력은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고객에 의한 우호적 구전은 기업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
- 가격 프리미엄에 따른 이익 :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면 높은 가격의 제품이 출시되어도 적극적으로 구매해 주는 경향이 있다. 충성고객들은 비싼 새 제품이 나와도 기꺼이 구매해 준다.
라이히헬드는 고객생애가치를 6단계로 나눠 설명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식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CLV(customer lifetime Value) = (구매에 따른 평균 이익 × 구매빈도 × 고객유지기간) - 고객획득비용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압축하여 표현하면, '현재 우리 회사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비용과 노력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고객 로열티를 이해하고 고객생애가치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애써라'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실제로 마케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포인트 및 마일리지 프로그램, 고객만족센터, CRM 등이 모두 고객 로열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많은 기업들이 다른 경영지표보다 우선하여 고객유지율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그러한 기업들은 노력에 걸맞은 이익을 누리고 있다. 낮은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고객 로열티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체크해봐야 한다. 혹시 기존 고객은 나 몰라라 한 채 신규고객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라이히헬드도 강조했듯이 고객 로열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 로열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도 좋아야겠지만 고객을 대하는 고객 접점의 직원들 태도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야말로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원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만족 이전에 직원만족이 먼저다'라는 모토를 가진 기업들도 꽤 있다고 한다.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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