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리더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 : 헨리 민츠버그의 "관리자 업무의 본질"

by 불꽃유랑단 2024. 6. 2.
반응형

경영이론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지만 대개는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러 이론을 접해도 어떤 유사성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언제나 독특한 시선으로 기존 경영이론을 뒤집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헨리 민츠버드다. 오늘은 그의 리더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전에 여러 차례 다룬 바와 같이 헨리 민츠버그는 특이한 관점을 제시하는 철저한 실전파 현장주의 경영학자다. 기존의 이론을 뒤집고 전혀 새로운 측면을 드러내는 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경영자 혹은 관리자에 대해서도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다. 경영자 5명에게 일주일씩 밀착해 그들이 실제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하고 논문을 썼는데, 그 논문은 1973년에 출판한 "관리자 업무의 본질(The Nature of Managerial Work)"이다. 이 논문은 30년 후에 연구를 확장하여 "이것이 경영이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논문은 관리자들은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뒤엎는 것이었고, 경영학계의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거 피터 드러커관리자를 "팀 리더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동시에 작곡가다"라고 비유했는데, 여기에 대해 민츠버그는 "온갖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고 그때마다 신속하게 문제를 수정해야 하는 리허설 때의 지휘자와 같다"라고 리더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이 말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통찰이다. 리더의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보통 리더의 이미지는 뭔가 중장기 계획을 구상하고 여러 고심을 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리더의 일상은 시간에 쫓겨 업무를 수행하고 시시때때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자질구레한 상황에 대해서도 계속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현실세계의 리더 : 관리자 업무의 본질

현실세계의 리더는 잘 정리된 정보를 손에 쥐고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은 별로 없다. 엄청나게 바쁘게 순간순간 업무를 처리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취득된 정리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어떻게 보면 잡다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리더의 업무로 볼 수 있을 지경이다. 

 

민츠버그는 리더의 업무를 매니지먼트 모델로 정형화했다. 현장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부터 정보의 차원, 인간의 차원, 행동의 차원으로 업무를 구조화하여 제시했다. 순서대로 살펴보자.

 

정보의 차원

리더는 현실에서 부하 직원을 만나 빈번히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정보를 철저히 숙지하고 정보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움직인다. 리더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야말로 오감이 살아있는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더는 조직에서 정보의 중추신경 역할을 한다. 

 

인간의 차원

리더는 기본적으로 실무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부하 직원을 통해서 성과를 낸다. 리더는 실무자인 부하직원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며, 또 필요하면 직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을 대표하여 외부와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행동의 차원

리더는 조직에서 실무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직접 실행하기도 한다. 조직 외부와의 거래 및 교섭을 통해 부하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거래에는 조직 내부에서의 교섭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예산이나 인원을 확보하는 일 같은 것이 포함된다.

 

헨리-민츠버그-이것이-경영이다
헨리 민츠버그의 책은 경영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담고 있다

 

리더의 세 가지 유형 혹은 요소

민츠버그는 리더의 유형도 제시했다. 세 가지 유형인데, 과학예술 그리고 공예로 표현했다. 과학은 분석 중심의 '두뇌형', 예술아디디어와 비전 중시의 '통찰형', 공예경험을 중시하면서 부하직원을 도우며 자신도 업무를 처리하는 '관여형'을 의미한다. 민츠버그는 이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어느 한 가지 요소만 지나치게 두드러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 요소가 지나치게 강하면 분석만 할 뿐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는 '계산형'이 되고 말고, 예술 요소만 지나치게 강하면 성과를 생각하지 않고 비전만 강조하는 '나르시시스트형'이 되며 공예만 강하면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좁은 시야의 '고리타분형'이 되고 만다. 

 

위에서는 한 가지 요소만 강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 보았는데, 두 가지 요소에 강점을 갖고 한 가지 요소만 지나치게 약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예술과 공예 요소만 강한 무질서형과학과 예술만 강한 도피형이 있고, 과학과 공예만 있으면 무기력형이 된다. 결국 3가지 요소의 균형이 그만치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더의 선정 방법

리더는 현실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한다.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직무 자체가 애초에 성과를 내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리더와 조직이 상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맞은 좋은 리더라는 것은 없다. 조직 상황에 잘 맞는 리더는 따로 있다. 모든 조직에서 유능함을 발휘하는 리더는 환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직과 상성이 맞는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리더를 선정해야 할까?

 

만약 리더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대개 장점에 기반하여 어떤 한 가지 자질로 판단하기 쉬운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민츠버그는 리더를 선정할 때, 결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결점인지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민츠버그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나름 일리는 있는 방법이다. 바로 리더 선정에 대해서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리더들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하직원일 수 있다. 컨설팅 업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매킨지최고 책임자를 뽑을 때 팀 리더들의 비밀투표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민츠버그의 리더에 대한 관점은 매우 독특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 부합하는 측면이 많다. 경영이론들을 보면 대개 리더에 대한 당위성으로 가득하다. 현실에서의 모습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츠버그의 이론은 현실적이기 때문에 색다른 통찰을 준다. 관리자 업무의 본질에 관한 이론을 보면 리더의 역할을 현실감 있게 지적하고, 정작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 같은 것도 주는 것 같다. 음미할 가치가 있다. 민츠버그의 리더에 대한 이론들을 자신의 위치에서 대입하고 검토해 보자. 얻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