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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징(Managing), 전설적인 경영자가 들려주는 현실 경영 노하우

by 불꽃유랑단 2024. 6. 24.

경영의 바이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판되는 책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책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나름대로 선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은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자신의 경영바이블이라고 추천하면서 유명해진 책이다. '해럴드 제닌'의 "매니징"이다. 해럴드 제닌은 미국에서 전설적인 경영자로 꼽히는 사람이다. 책도 인사이트로 넘친다. 살펴보자.


 

경영 관련 서적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세 부류인 것 같다. 경영학 혹은 관련 학문의 학자, 경영 컨설턴트, 그리고 경영자들이다. 그중 경영자들이 쓴 책은 상당한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순히 자서전이나 회고록류가 아니라 실제 경영의 경험을 충실히 다룬 책들은 희소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 경영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위대한 경영자의 예를 들 때 관용구처럼 쓰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포드의 리 '아이어코카', 'GE의 잭 웰치', 그리고 'ITT의 해럴드 제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해럴드 제닌(Harold Geneen)'은 1960~1970년대에 활동한 경영자로, 부실기업이던 ITT를 세계적인 복합기업으로 일군 경영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58분기 연속 전년대비 수익증가라는 전대미문의 실적을 달성한 인물로 유명하다. ITT를 경영하면서 에이비스렌터카, 쉐라톤호텔, 하트퍼드보험회사 등 80개국에 걸쳐 350여 개의 회사를 인수합병하였으며 취임초기 7억 달러였던 회사 매출을 22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총 고용인원이 37만 5천 명에 이르는 회사 규모였다.   

 

해럴드 제닌이 쓴 책은 여러 권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책은 "매니징(Managing)"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가 자신의 경영 바이블로 삼고 있는 책이라고 추천사를 써서 꽤 알려지게 되었다. 

 

해럴드-제닌의-매니징
해럴드 제닌, "매니징"

 

제닌이 "매니징"에서 다루고 있는 경영 주제 중 누구에게나 관심을 끌만한 내용 몇 가지만 다뤄보려고 한다. 

 

경영은 현장에서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제닌은 "매니징"에서 경영이론을 철저히 부정하는 입장을 취한다. 경영이란 과학이나 통계가 아니라 오히려 예술과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경영은 학교에서 배우거나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서 경영 현장에서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하며, 그게 경영의 본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제닌은 "매니징"에서 그야말로 광범위한 경영분야를 다룬다. 기존 이론을 대체하는 노하우를 넓은 범위로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성과 달성 노하우, 개별 사업부 관리, 회의 진행 방식, 보고서 작성 팁, 리더십, 숫자를 다루는 법, M&A, 기업가 정신, 이사회까지 자신이 논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제닌은 책의 첫 챕터 'G이론' 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내가 경영자가 되어 기업의 명운이 걸린 결정을 내려야 했을 때 나는 이론들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BCG매트릭스를 들면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펼쳐나가는 이론이나 견해도 맹신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경영은 '끝'부터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중요한 말이 나온다. 이 책을 경영바이블로 삼고 있다고 밝힌 야나이 다다시가 이 문장을 읽고 자신의 경영방향을 180도 바꾸고, 또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말한 그 문장이다. 이렇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읽어나간다. 그러나 사업 운영은 반대로 한다.  즉 끝에서부터 시작한 다음 최종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나씩 처리한다." 이 말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조금씩 구체화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정반대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달하고자 하는 곳(To-be)의 모습을 먼저 설정하고 현재의 모습(As-is)과의 간극을 메우는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경영이다." 어쨌든 경영자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분명히 확인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말 같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가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에고티즘'을 절대 경계해야 한다

리더십에 관한 지적도 귀담아들을만하다. 제닌은 리더가 걸리는 가장 무서운 병이 '에고티즘(Egotism)'이라고 말한다. '에고티즘'은 자기중심주의, 자기숭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리더에게 권한이 생기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순간 에고티즘의 덫에 걸려든다. 에고티즘 증상이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그런 증상에 빠져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영을 하면서 실패의 순간에 직면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없을뿐더러 객관성도 상실하게 된다. 에고티즘에 빠진 리더 곁에는 아첨꾼들만 남는다. 그리고 이익과 실적은 악화되기 시작한다.

 

제닌은 에고티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하면서 중요한 것은 '성공을 어떻게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라고 했다. 에고티즘에 빠지지 않고, 아첨을 멀리하며,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숫자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

숫자에 대한 제닌의 생각도 살펴볼만하다. 제닌은 "숫자 자체는 당신에게 어떻게 하라고 답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기업 경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숫자의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다."라고 숫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영에 관한 많은 사실들은 숫자로 집계되고 보고된다. 숫자가 보내는 신호를 등한시하면 경영은 그야말로 엉망이 된다. 그러나 숫자 자체는 많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힌트를 줄 뿐이다. 경영자는 숫자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지루한 일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숫자를 해석하는 문제는 분석과 연결된다. 분석이란 쪼개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전년대비 매출액이 10% 성장했다고 한다면 이는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까? 먼저 드는 생각은 동종업계와 비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동종업계 성장 평균이 만약 20%라면 10% 성장은 문제가 있는 실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단지 동종업계보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만을 알게 될 뿐이다. 원인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분석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먼저 제품군별로 쪼개본다. 그러면 특히 실적이 부진한 제품군이 드러난다. 여기까지만 와도 숫자의 의미가 한층 커진다. 문제가 된 제품군을 개별 제품별로 보면 어떨까? 그리고 더 나아가 개별 제품을 가격과 판매수량으로 나눠보면 어떨까? 분석은 이렇게 계속 진행될 수 있고, 새로운 의미가 계속 드러날 것이다. 

 

이처럼 모든 숫자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영자에게는 숫자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분석은 참모진에게 맡기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해럴드 제닌의 책 "매니징"에서 극히 일부만을 다뤄봤다. 나름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 만을 다룬 것이다. 이 외에도 중요한 내용들이 많다. 직접 책의 모든 내용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해럴드 제닌은 현실 경영자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영서와는 논조가 조금 다르다. 더 직접적이고 거칠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마음의 문제까지도 다룬다. 경험은 중요한 것이다. 현실 경영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의 경험담은 흥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 주의하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다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상황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다. 그리고 우연이라는 요소도 개입된다. 이러한 주의점만 명심한다면 충분히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가르침이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눈에 띄는 성공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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