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해지고 혁신이 강조되면서 시너지는 이른바 대세용어가 되었다. 시너지는 '함께 일하다'라는 그리스어 어원을 갖고 있다. '1+1=3' 같은 느낌으로 여럿이 함께 하면 더 큰 힘을 낸다는 뜻으로 쓰인다. 시너지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메디치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폭넓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현대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용어다. 이종 간의 융합을 통해 혁신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살펴보자.
메디치 효과란 무엇인가? : 정의와 유래
'21세기 혁신은 모두 메디치 효과로 설명된다'는 주장이 있다. '프란스 요한슨'은 "메디치 효과"에서 그러한 주장을 펼쳤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과 기업들을 면밀히 연구해 왔던 저자는 성공의 원천이 혁신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라고 보았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메디치 효과'라고 주장했다.
메디치 효과란 전혀 다른 역량의 융합으로 생겨나는 창조와 혁신의 빅뱅 현상을 의미하며,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한다. 14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피렌체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메디치 가문은 학문과 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많은 예술가, 과학자, 철학자들이 한 곳에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각 분야의 벽을 허물고 서로의 재능을 융합하여 큰 시너지를 내게 되었다. 이러한 시너지는 결국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레오라르도 다빈치, 단테, 미켈란젤로 같은 역사적인 융합적 천재들을 탄생시켰다.
프란스 요한슨은 이질적 역량을 능숙하고 유연하게 융합했던 메디치 가문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비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메디치 효과는 바로 교차적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이에 주목했다. 교차적 아이디어는 이질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하나로 모아지는 교차점에서 창출되며, 바로 이곳에서 창조와 혁신의 대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차적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 교차적 아이디어는 다양한 발상의 결합이다 :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올린 발상의 요소가 다양할수록 그 해결방법은 더욱 독창적이다.
- 교차적 아이디어는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 우리는 어떤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해결책이 떠오는 경우를 경험한다. 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아이디어가 잠복해 있다가 얼핏 무관해 보이는 다른 생각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진다 : 이질적인 지식과 기술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다양한 발상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온갖 독특한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일단 아이디어의 교차점에 들어서면 단일 분야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메디치 효과 창출을 위한 방법
요한슨은 조직에서 메디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른바 메디치 혁명을 일으키는 7가지 방법이다.
-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장벽을 허물어라 : 연상 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특정한 말 한마디에도 비슷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이러한 연상작용은 폭넓게 생각하는 능력을 제한한다. 연상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무엇이든 다양하게 배우고,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 업무 다각화를 실시하라 : 다양한 업무경험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보직순환과 업무교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 불편한 환경을 일부러 조성하라 :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놓이면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 많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라 : 역사적으로 혁신자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실현한 사람들이다. 아이디어의 양과 질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끝까지 동기부여를 유지하라 : 자신의 일에 흥미와 열정을 잃으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위험을 감수할 마음도 시들어 버린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데 동기부여는 무척 중요한 요소다.
- 기존 네트워크를 확실히 끊어라 : 파괴적 혁신을 주창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네트워크가 일류기업을 실패로 이끄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은 한 개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강력한 가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러나 가치 네트워크는 교차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한다.
- 위기를 받아들이고 두려움을 극복하라 :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위기는 피할 수 없는 극복의 대상이다. 교차점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매 순간 위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과 행동이 일반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다.
메디치 효과와 경영
위에서 본 것처럼 메디치 효과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를 접목하여 창조적,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기업의 경영방식으로 연결된다.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종 간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 융합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뛰어난 생산성을 나타내고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경영이론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최근 이질적인 부서 간에 협업하거나 통합하여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이른바 메디치 효과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콜라보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제 첨단분야 같은 경우는 융합이 당연시된다. 자동차만 해도 과거의 전통적인 제품에 머물지 않는다. 요즘의 자동차는 거의 컴퓨터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된다면 그 자동차는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핀테크, 바이오 기술 같은 것은 이종 간의 결합을 통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야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적 지식을 결합하여 사용자 중심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의 경우도 검색 엔진에서 시작했지만 운영체제,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각 분야 간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계속해서 창조해 나가고 있다.
메디치 효과는 단순히 다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결합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요구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우리도 메디치 효과를 경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메디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기업 입장에서 주로 살펴보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이 복잡하다고 느껴진다면 아래의 세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메디치 효과가 일어나는 핵심적인 요소다.
- 새로운 관점 :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고 충돌시키면서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 창의적인 해결책 :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일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여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비슷한 사람만 모여있으면 비슷한 해결책 밖에 나오지 않는다.
- 시너지 효과 : 서로 다른 분야의 강점이 결합되어 1+1=2가 아닌 1+1>2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너지 효과야말로 메디치 효과를 일으키는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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