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시장과 주류시장의 단절을 의미하는 캐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이론적 신선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론적 우수성에 비해 현실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주 취급되지는 않는 것 같다. 워낙 하이테크 제품에 특화된 이론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언급되는 '볼링앨리'를 보면 그 대상이 꼭 하이테크 제품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볼링앨리 전략의 유효성에 대해 살펴보자.
볼링은 공을 굴려 10개의 핀을 쓰러뜨리는 경기다. 그런데, 이 경기의 묘미는 10개의 핀을 모두 맞출 필요 없이 맨 앞에 위치한 헤드핀 하나만 제대로 맞추면 그 핀의 움직임으로 다른 핀들도 덩달아 넘어지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앨리'는 좁은 길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볼링앨리'란 헤드핀을 맞추겠다는 목표로 틈새시장을 집중공략하는 전략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볼링앨리 전략과 캐즘
캐즘이론에 따르면 초기시장은 주로 소위말하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주류시장으로 확대되면 시장규모는 커지고 고객층도 다양해진다. 이때가 마케팅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그런데, 주류시장의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는 없다. 비효율적이고 효과성도 의문이다. 대신 볼링에서 헤드핀을 겨냥하듯 넓은 주류시장 중 세분화된 틈새시장을 목표로 잡아 집중공략해야 할 것이다. 즉, 볼링앨리 전략은 캐즘을 극복하고 주류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은 혁신적인 신제품이 초기 시장(얼리어답터)을 넘어 주류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정리된다. 이는 마치 볼링 경기에서 첫 번째 핀을 쓰러뜨리면 나머지 핀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것처럼, 특정 세분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성공을 거두면 인접한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유래한 것이다.
볼링앨리 전략의 핵심개념 : 이론적 기초
볼링앨리 전략은 세 가지 핵심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 케즘 : 혁신적인, 특히 하이테크 신제품이 초기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깊은 틈새, 매출 정체기를 의미
- 세분 시장 집중 공략 : 다양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보다는 특정 세분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성공가능성 제고
- 연쇄적인 시장 확산 : 초기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인접한 시장으로 점진적으로 확산하여 시장점유를 높임
볼링앨리 전략이 중요한 이유
그럼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볼링앨리 전략이 유효한 이유를 보자.
- 캐즘의 존재 : 혁신 제품은 초기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주류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 마케팅 부족,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시장의 불확실성 :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항상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볼링앨리 전략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 다양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보다는 특정시장에 집중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볼링앨리 전략의 성공 조건
볼링앨리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도 알아봐야겠다.
- 명확한 목표시장 선정 : 제품의 특성과 경쟁 우위를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목표시장을 선정해야 한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 차별화된 가치 제안 :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는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여 목표시장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 강력한 브랜딩 :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목표시장 고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야말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 목표시장에 맞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 지속적인 개선 : 시장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계속해서 제품의 완벽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볼링앨리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틈새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고객의 구매충동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틈새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것을 지렛대 삼아 다른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볼링앨리 전략으로 캐즘을 넘어서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정체되어 있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정하는 단계, 즉 '토네이도'가 찾아온다. 스마트폰 시장도 그랬고 전기자동차 시장도 그랬다.
초기 스마트폰은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판매되었지만 특정 기능, 예를 들어 카메라, 게임, 각종 생산성 앱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하여 특정 세분시장을 공략하고, 이를 발판으로 주류시장으로 확산되었다. 테슬라의 경우를 보면, 초기에 고급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후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출시하여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볼링앨리와 유사하거나 상반된 전략들
지금까지 위에서 본 것처럼 볼링앨리 전략은 왠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유사하거나 상반되는 전략도 같이 알아보면 좋을 것이다. 볼링앨리 전략은 특정 세분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성공을 확보하고 이를 발판으로 인접 시장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전략이다. 이와 유사하거나 상반되는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하며, 각 전략은 기업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진다.
볼링앨리와 유사한 전략
- 블루오션 전략 : 기존 시장의 경쟁을 피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과 마찬가지로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점에서 유사한다.
- 틈새시장 전략 : 대규모 시장보다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의 초기 단계와 유사하게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니치 마케팅 : 특정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에서도 특정 세분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볼링앨리 전략과 상반되는 전략
- 매스 마케팅 : 대규모 시장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과 달리 다양한 소비자층을 포괄적으로 공략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다.
- 다각화 전략 : 사업영역을 확장하여 여러 가지 사업에 진출하는 전략이다. 볼링앨리 전략과 달리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물론 여러 시장에서 볼링앨리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마케팅 믹스 : 볼링앨리 전략이 특정 고객층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마케팅 믹스는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4P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광범위한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 믹스를 전략으로 취급하면 분명히 볼링앨리 전략과 대조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마케팅 믹스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바라본다면 그렇지 않다.
위에서 볼링앨리와 유사한, 그리고 대조되는 전략들을 살펴봤는데, 전략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다. 먼저 기업의 자원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자금, 인력, 기술 등 기업의 보유자원에 따라 적합한 전략이 달라진다. 시장환경도 꼭 살펴봐야 할 요소다. 시장의 성장 잠재력, 경쟁 강도, 고객의 니즈, 트렌드 등 시장환경을 분석하여 적합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의 목표에 따라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목표가 시장점유율 확대인지, 수익성 증대인지, 아니면 브랜드 이미지 향상인지에 따라 당연히 전략도 달라진다.
볼링앨리 전략은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하여 성공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분명히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에게 적합한 전략은 아니며, 기업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최적의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여러 전략의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사의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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