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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 : 바이런 샤프의 "브랜딩의 과학"

by 불꽃유랑단 2024. 4. 22.

오늘은 브랜딩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견해를 담고 있는 브랜딩 이론이다. 기존에 상식처럼 알고 있던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한 이론을 뒤집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전적인 내용이다. 바이런 샤프(Byron Sharp)가 쓴 책 "How Brands Grow: What Marketers Don't Know"의 핵심내용을 알아보려고 한다.


바이런 샤프(Byron Sharp)가 쓴 책 "How Brands Grow: What Marketers Don't Know"의 내용을 알아보기 전에 이 책의 출판사가 제공하는 카드리뷰를 먼저 보자. 책의 핵심내용을 상당 부분 담고 있어 먼저 가볍게 보기 안성맞춤이다.

 

질문 1 : 브랜드 차별화는 중요한 마케팅 업무다?
답변 : 아니다. 차별화는 존재하지만, 그 정도는 약하며 경쟁 브랜드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차별화 대신, 브랜드의 독특한 식별 특성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질문 2 :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 유지에 힘써야 한다?
답변 : 아니다. 모든 브랜드는 구매자의 일부를 잃기 때문에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도, 돈이 적게 드는 일도 아니다. 또한,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성장 잠재력이 훨씬 크다. 

 

질문 3 : A 브랜드의 구매자와 B 브랜드의 구매자는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에 대해 갖는 생각이 다르다?
답변 : 아니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구매자들은 각각 자신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대해 매우 유사한 태도와 인식을 보인다.

 

우리는 브랜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마케팅 이론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이 책은 브랜드 마케팅에 관한 오래된 상식을 과학적으로 파괴하며 테이터로 검증된 전략을 제안한다. 세계 최대 비영리 마케팅 연구 기관 에렌버그-배스 마케팅 과학 연구소 소장인 저자 바이런 샤프 교수는 60명 이상의 마케팅 사이언티스트들과 함께 “과학적 브랜딩”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전통적 마케팅 이론의 약점들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마케팅에 종사한다면 반드시 고민하게 되는 브랜딩 관련 주제에 대한 명쾌하고 도발적인 대답을 내린다.

 

책의 제목처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높일까?’, ‘어떤 전략을 써야 고객 충성도를 높일까?’ 대부분의 경영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거의 매일 골치가 아플 지경일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에 의존한 결과 효과적인 마케팅과 멀어져 가는 느낌도 받았을 것이다.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전략들이 속속 출현한다. 마케팅에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잘못 인식된 사실을 바로잡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의 내용은 에렌버그-배스 마케팅 과학 연구소의 브랜드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브랜드의 고객 이탈률, 이중 위험의 법칙, 파레토 점유율, 브랜드 차별화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브랜드별 충성도 차이 등 각양각색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과학적으로 검증된, 더욱 정교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방대한 연구 결과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일례로, 저자는 심리적, 물리적 가용성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브랜드의 대량 구매자나 특정 부류의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타기팅 하는 것에서 벗어나 카테고리에 속한 모든 구매자를 타기팅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모두가 차별화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는 실제로 브랜드의 성장이나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즉, 브랜드 차별화가 마케팅 전략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며, 코카콜라를 떠올렸을 때 빨간색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처럼 브랜드를 더 쉽게 인지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독특성을 강조한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념을 탈피한 브랜딩 법칙들은 지적 흥미를 돋우는 동시에 실무적으로도 독자들에게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준다.

 

바이런-샤프의-브랜딩의-과학
Byron Sharp, "How Brands Grow"

 

이제 샤프가 주장하는 브랜딩 이론 중 핵심적인 사항들을 살펴볼 차례다.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니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How Brands Grow 1 : 무조건 고객수를 늘려라

매출액은 이렇게 구성된다. '판매가 * (고객수 * 구매빈도)'


이 식에 의해 판매가가 경쟁사와 비슷하다고 하면, 고객수가 경쟁사에 비해 적더라도 구매빈도를 높이면 매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고객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례 연구에 의하면, 확보한 고객수를 의미하는 시장침투율(소비자 중 구매자 비율)과 구매빈도는 같이 움직인다. 즉, 시장침투율이 높은 브랜드가 구매빈도도 높다. 고객수가 적으면 구매빈도도 낮은 패턴은 다양한 분야에서 관찰된다고 한다. 이를 '이중 위험의 법칙(Double Jeopardy)'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브랜드 성공의 가장 근본적인 열쇠는 고객수를 늘리는 것이다. 

 

How Brands Grow 2 : 기존고객 유지보다 신규고객 확보에 집중하라

우리의 마케팅 상식은 "기존 고객을 소중히 해야 한다. 신규고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의 몇 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런 샤프는 이게 틀린 말이라고 지적한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대규모 고객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있다. 어차피 이탈고객 규모가 크니 신규고객 유치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계속적인 신규고객 확보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놓아야 고객이탈에 따른 부담도 적다. 같은 수의 고객이 이탈해도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이탈률이 적은 건 당연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2%인 기업이 있다고 해보자. 해당 시장에서 고객이탈률이 50%이고 매출기존고객에서 50%, 신규고객에서 50%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 기업이 고객이탈을 0%로 막는다고 하면 시장점유율은 몇 %가 될까?  고작 3%다. 기존 고객이 구매하는 경우는 50%고 신규고객은 100%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경우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1%를 노릴 것이 아니라 50%를 노려야 한다. 매출 성장의 가능성은 고객이탈 방지보다 신규고객 획득에 집중할 때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신규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고객이탈률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정에도 기인한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고객이탈률이 25% 이하인 브랜드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성장의 키 포인트는 신규고객을 획득하는 것이다. 

 

How Brands Grow 3 : 가장 중요한 고객은 헤비유저가 아닌 라이트유저다

매스마케팅의 위력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코틀러는 매스마케팅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매스마케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의 구매자 분석을 보면 1년에 0~2개를 마시는 사람들이 50%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코카콜라 구매자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라이트 유저다. 헤비유저에 분류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1년에 3개 정도 소비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상위 10%의 헤비유저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분석된다. 나머지 50%는 가끔 구매하는 라이트유저다. 라이트유저들은 구매빈도가 낮은 만큼 타사 브랜드도 많이 구매한다. 매스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소비자 구매동향을 장기간에 걸쳐 조사해 보면 구매행동 적정화의 법칙도 관찰할 수 있다. 라이트유저가 헤비유저로 변하기도 하고, 반대로 헤비유저가 라이트유저로 이동하는 현상이 흔히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헤비유저와 라이트유저의 비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결론은, 매출증대를 위해서는 헤비유저에서 라이트유저까지 폭넓게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How Brands Grow 4 : 비슷한 자사 상품을 같은 고객에게 팔아라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타기팅을 꼽는다. 세그멘테이션을 통해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은 마케팅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음료의 고객을 여성으로 타기팅 하지만 일반음료와 다이어트 음료의 고객층은 같다는 것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초코 아이스크림 소비자도 완전히 겹치는데, 비슷한 이유다. 

 

코카콜라사는 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 다양한 음료를 팔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파는 이유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콜라와 다른 음료의 고객기반이 70% 정도 같다. 이는 음료 시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제품 카테고리든 다 비슷하다. 이를 '구매 중복의 법칙'이라고 한다. 

 

자사 제품들의 고객기반이 겹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떤 제품이든 소비자의 선택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유통업체가 있다고 해보자. 탄산음료를 두 가지만 팔아야  한다고 하면, 하나는 반드시 코카콜라일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고객 니즈를 생각해 환타 같은 음료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다. 펩시를 선택해야 한다. 어차피 고객기반은 피차 공유한다. 어느 것이 잘 팔리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How Brands Grow 5 : 열광적인 브랜드 애호가 보다 브랜드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 주목하라

열광적인 추종자가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애플과 할리 데이비슨이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는 객관적 데이터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PC의 경우 동일 브랜드 반복구매율은 HP가 52%, 애플이 55%였다고 한다. 애플의 운영체계가 타사와 호환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로 낮은 재구매율이다. 열광적 추종자의 존재에 대한 반증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경우를 보면, 열광적인 브랜드 애호가는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이들이 가져다주는 매출은 전체의 3.5%에 그친다고 한다. 할리 데이비슨 소유자 중 40%는 제품 불만족으로 차고에 방치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구매율도 33%로 평균적인 지수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어떤 브랜드던 열광적 추종자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중요한 존재는 브랜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상태로 구매하는 다수의 사람들이다. 막대한 매출 공헌은 이들로부터 나온다. 

 

How Brands Grow 6 : 차별화가 아니라 독특함을 추구하라

마케팅에서는 '차별화'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의 필수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조사를 해보면 소비자는 기업이 시도하는 차별화가 별로 관심이 없다. 저자에 의하면 차별화의 대명사 애플조차도 실제로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의 77%가 애플이 다른 브랜드와 다르다던지 유일무이하다고까지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차이를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보다는 독특한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독자성이 더 중요하다. 코카콜라의 빨간색 라벨, 애플의 사과마크, 맥도날드의 금색아치가 브랜드의 독자성을 부여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정보과잉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는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How Brands Grow 7 : 즉시 연상되고 구매가 용이한 브랜드를 구축하라

브랜딩에서 고객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물리적 가용성(Physical availability)이다. 정신적 가용성은 구매 시 머릿속에 브랜드가 떠오르기 쉬운 정도를 말하며, 물리적 가용성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해 구입하기 쉬운 정도를 의미한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높다. 필요할 때 쉽게 연상되어야 하고 어렵지 않게 구매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스타벅스 아닐까 싶다. 커피 하면 바로 연상되고 도심 어디에나 흔하게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샤프의 주요 주장들을 보고 나니 경영에 역시 정답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권위를 획득한 이론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들이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면이 많다. 데이터를 근거로 주장을 전개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어쨌든 마케팅처럼 실용적인 분야에서는 유연함이 큰 미덕이 된다. 어느 한 이론을 신봉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현실은 이론이 모두 담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샤프의 이론은 브랜딩과 마케팅 이론의 지평을 넓혀 준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는 마케터와 경영자의 몫이다.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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