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 브레인스토밍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같이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 널리 알려져 있는 규칙들을 적용해 보곤 하지만 별로 개선되는 것 같지도 않다. 왜 그럴까? 브레인스토밍은 단순한 방법론에 불과하지만 경우에 따라 그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 이왕이면 제대로 해봐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한 디자인 기업 IDEO의 노하우를 알면 좋을 것 같다. 다행히 톰 켈리는 자신의 책에서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톰 켈리(Tom Kelley)'는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의 전 CEO로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에 있어서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의 저서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의 6가지 함정
톰 켈리가 지적한 브레인스토밍의 6가지 함정은 다음과 같다.
- 상급자가 제안한다 : 리더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기 어려워진다. 리더는 구성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리더가 "아이디어를 내봅시다!" 하는 식으로 먼저 발언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발상의 자유가 제한되고 구성원들이 위축되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 참여인원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 모든 사람에게 순서대로 의견을 요구하면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 강제한다고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는다. 브레인스토밍에 있어 지나친 참여 위주 진행은 필요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 전문가만 참여시킨다 :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 역시 소중하다. 놀라운 아이디어는 오히려 문외한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 특별한 장소에서만 진행한다 : 브레인스토밍은 특정한 장소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회사 내에서 항상 개방적인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 진지한 대화만 한다 : 너무 진지하게 아이디어를 평가하기보다는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떠올리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기발한 아이디어야말로 혁신의 씨앗이다.
- 메모를 위한 메모에 집착한다 : 모든 아이디어를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하기보다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나중에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기록하는 동안은 아이디어가 사라지고 만다.
이런 함정들이 모두 아이디어에 제동을 건다. 위의 함정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이디어에 제동을 거는 책임은 상당 부분 리더에게 있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원인이 경영자인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의 7가지 비결
그러면 이제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방법을 살펴볼 차례다. 톰 켈리는 책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비결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톰 켈리가 제시한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7가지 비결은 다음과 같다.
- 초점을 명확히 하되 한정하지 않는다 : 브레인스토밍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모든 참여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주제를 정하다 보면 주제가 바로 발상을 제약할 수 있고, 혹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할 수도 있다. 주제는 과제 혹은 고객을 주어로 해서 범위를 좁혀 설정한다. 가령 "고객들이 우리 매장을 쉽게 찾게 하려면?" 같은 식으로 말이다.
- 규칙을 만든다 :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기 전에 간단한 규칙을 정해 놓으면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판금지, 자유로운 연상, 아이디어의 양적 확보 등이 있다. IDEO 회의실에는 여러 아이디어 발상 규칙이 적혀 있다고 한다. "질보다 양(Go for quantity)", "과감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자(Wild ideas everywhere)", " 눈에 보이게 표현하라(Be visual)" 같은 것들이다.
-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긴다 : 양을 질을 낳는다. 아이디어에 숫자를 매기면 참가자를 자극하는 도구가 된다. 1시간에 100개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회의는 질도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아이디어에 번호를 매겨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나중에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발전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 때로는 단숨에 뛰어넘는다 : 브레인스토밍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논의가 막히면 진행자(혹은 촉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다른 관점에서 논의를 유도해서 아이디어를 계속 축적해 나가야 한다. 어쨌든 하나의 아이디어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 논의의 흐름을 가시화한다 : 화이트보드, 포스트잇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각자가 필기하는 것보다 칠판이나 포스트잇을 활용해 키워드만 적어 게시한다. 아이디어들이 한 곳에 시각적으로 모여있으면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
-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워밍업을 통해 참여자득의 집중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일해본 경험이 없고 대화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면 중간중간 아이디어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몸 풀기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 물건을 가지고 해 본다 : 여러 소재를 실제로 만지고 조합해보게 하면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 만들기를 할 때에도 효과적이다. 손과 몸을 움직이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체화해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톰 켈리의 브레인스토밍 방법론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을 넘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분위기를 알려준다. 문제의 본질은 많은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새로운 발상을 속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 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임을 생각할 때,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무한한 잠재 능력을 해방시켜 줄 환경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기업을 바꿀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솟아날 수 있다. 어쨌든 그러한 믿음이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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