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이 국내 경영서적 분야를 강타한 적이 있다. 그리고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라는 말은 마치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신사업 개발을 위한 훌륭한 툴인만큼 전략의 핵심인 '전략 캔버스'와 '가치곡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다시 상기해 보자.
명성이 자자한 경영전략서들은 대개 내용이 건조하고 딱딱한 편이라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거나 막상 읽어 본 독자들도 방대하고 다소 추상적인 전개로 인해 깊이 있는 이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에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는데, 너무 추상적으로만 정리한 것 같아 활용 측면에서 부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실용적 관점에서 블루오션 확장판에 나오는 실제 사례를 통해 전략을 정수를 다뤄보려고 한다. 부가적인 여러 내용이 있지만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전략캔버스'와 '가치곡선'이다. 이 두 전략개념을 통해 블루오션 전략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봐도 좋겠다.
다 아는 얘기지만, 레드오션은 여러 마리의 상어들이 소수의 물고기들을 놓고 다투느라 피로 새빨갛게 물든 바다를 말한다. 한정된 고객을 놓고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에 반해 블루오션은 경쟁자가 없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바다다.
전략캔버스와 가치곡선을 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절차
앞에서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전략캔버스와 가치곡선이라고 했다. 이 두 개념을 축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절차를 보자. 세 단계로 축약할 수 있다.
1. 통상적인 업계의 전략 파악 : 기존 업계의 전략캔버스를 그리고 가치곡선을 파악해 본다.
2. 4가지 원칙에 입각해 새로운 사업 착안 : 없앨 것(Eliminate), 줄일 것(Reduce), 늘릴 것(Raise), 새로이 만들어내야 할 것(Create)을 꼽아 보고 사업의 기본 틀을 만들어 본다.
3. 새로운 전략 캔버스 작성 : 4가지 원칙을 통해 확인한 요소들로 사업캔버스를 그려본다. 그리고 기존 가치곡선과의 차이를 확인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제 사례를 갖고 설명해 본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 중 일본의 인스턴트 이발소 QB하우스의 경우다. 이발소라 사업구조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전략캔버스와 가치곡선을 활용한 신사업 구상 사례
QB하우스 신사업 개요
QB하우스를 창업한 고니스 구니요시는 기존 이발소의 사업구조에 의문을 가졌다. 기존 이발소는 정작 이발을 하는 데는 10분 남짓 걸리는데도 불필요하게 오래 걸리고 요금도 비싸다. 머리를 감겨주고 안마를 해주거나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약도 필요하다. 한 시간 이상씩 허비하기도 하고 요금도 3만 원이 넘어간다. 고니스 구니요시는 긴 시간 동안 이발소에 붙잡혀 있는 것에 회의를 품었고 조사결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업성을 확신한 그는 QB하우스를 창업했다.
QB하우스는 부가서비스를 모두 없앴다. 오로지 커트만 특화시켰다. 커트 후에는 에어워셔라는 시스템으로 잘린 머리카락을 공기로 빨아들이는 체계를 도입하여, 머리를 감겨줄 필요도 없었다. 매장 밖에는 신호등처럼 생긴 대기시간 알림 장치를 설치했다. 예약도 없었다. 요금은 1만 원으로 대폭 낮췄다. QB하우스는 500호 매장을 돌파하는 등 부진한 미용업계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QB하우스 전략 분석
먼저 기존 이발소 업계의 전략을 살펴보자.
고객의 관점에서 이발소를 선택하는 기준을 보자. 요인들을 뽑아 나열해 보면, 가격, 예약, 각종 서비스, 헤어트리트먼트, 위생, 대기시간 단축, 커트시간 단축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고객 관점의 경쟁 요인'이라고 한다.
이 요인들을 가로축에 늘어놓고 각 요인별로 고객이 판단했을 때, '낮다'부터 '높다'까지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들을 연결하면 업계의 전략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것이 전략캔버스가 될 것이고 점수를 연결한 선은 가치곡선이 될 것이다.
다음은 4가지 원칙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차례다.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4가지 원칙에 입각한 질문에 답해 본다.
- 기존 업계에서 상식이 되어 있는 요인 중 없앨 것(Eliminate)은 무엇인가?
- 업계 표준이 된 요인들 중 과감하게 줄일 것(Reduce)은 무엇인가?
- 업계 표준이 된 요인들 중 대담하게 늘릴 것(Raise)은 무엇인가?
- 기존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제공하지 않은 새로이 만들어내야 할 것(Create)은 무엇인가?
QB하우스의 경우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 없앨 것(Eliminate) : 예약, 음료 서비스
- 줄일 것(Reduce) : 각종 서비스, 헤어트리트먼트, 가격
- 늘릴 것(Raise) : 위생, 대기 단축 시간, 커트 시간 단축
- 새로 만들 것(Create) : 에어워셔 시스템
마지막 단계는 새로운 전략 캔버스를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업계의 가치 곡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해 본다. 당연히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정리해 보면,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자의 움직임을 일일이 분석해 대응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전략을 파악하고 이전과 완전히 다른 발상으로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는 가치는 고객 관점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을 피한다는 것 외에 비용절감과 비용구조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경쟁자들과 같은 무기로 싸워서 이기려 하지 말자.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새롭게 사고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경쟁 없는 시장을 창조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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