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병폐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 가장 극악한 것은 아마 사내정치가 아닐까 싶다. 조직은 일을 하는 곳이지 정치를 하는 곳이 아닌데도 소위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성공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능력 있고 노력하는 사람이 인정받아야 하는 상식을 뒤집는 게 사내정치라는 점에서 조직의 파괴자로 표현할 수 있다. 혹은 은밀히 조직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암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토록 심각한 문제인 사내정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내 정치는 마치 조직 내에 숨어있는 암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퍼져나가 조직 전체를 병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내 정치는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혁신을 가로막으며, 결국에는 조직의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사내정치란 조직의 목표 달성과는 상관없이 조직 내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권력과 이권 획득을 목표로 삼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내정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일은 대충 하면서 자리는 보전하고 싶은 이른바 '소인배'가 능력 있고 조직에 필요한 직원들 따돌려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행위가 조직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사내 정치가 생기는 원인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조직에서 사내정치라는 것이 생길까? 물론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척 다양할 것이다. 그래도 몇 가지 전형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자.
- 제한된 자원 : 제한된 승진 자리로 인해 극심한 경쟁을 유발하고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한다. 부서 간 예산 배분이나 프로젝트 자원 할당 등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불만을 야기하고 정치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자원이 희소하고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사내정치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혹자는 사내정치는 불가피하고 근절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르게 말해, '밥그릇 싸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불투명한 의사결정 : 중요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유되거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면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만의 정보망을 구축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정보가 많고 정보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향하면서 사내정치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 수직적 조직구조 : 조직구조가 수직적일수록 사내정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수직적 구조는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여 정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하급직원들은 소수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충성심을 보이려고 한다. 반면에 조직구조가 수평화되면 서로 견제도 활발해지고 서로 존중하는 균형을 이룰 수 있다.
- 불명확한 역할과 책임 : 조직 내 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고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환경은 사내 정치질을 부추긴다. 그리고 역할이 불명확하면 많은 구성원들이 권한은 부족하지만 책임은 과도하게 부여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업무 불만족을 가져오고 사내 정치의 동기가 된다.
- 불공정한 평가시스템 : 객관적인 기준이 없이 주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노력에 기댈 수 없게 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거기서 사내정치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나친 성과주의도 사내정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과주의는 구성원들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며 협력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기 쉽다.
- 리더십 부재 : 리더가 사내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사내정치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리더가 특정 구성원에게 유리한 처우를 해주거나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면 구성원들 간의 불신이 심화되고 해결하기 힘든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사내정치로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 고착화된 조직구조 : 조직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시피 고정적이면 한번 형성된 권력관계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직이 고착화되어 있으면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부서 이기주의가 심하면 소속 직원들에게 강력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이는 결국 사내정치를 강화한다.
사내 정치가 끼치는 악영향
이렇게 형성된 사내정치는 여러 방면으로 피해를 끼친다. 결국에는 조직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병폐 중의 병폐라고 할 수 있다. 사내정치가 조직에 미치는 대표적인 피해 유형을 살펴보자.
- 생산성 저하 : 사내 정치는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정보의 왜곡과 의사소통의 단절을 야기하여 업무 효율성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 혁신 저해 :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의 권력 구조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내 정치가 만연한 조직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이 발현되기 어렵고, 조직의 발전 가능성이 낮아진다.
- 조직문화 훼손 : 사내 정치는 신뢰를 붕괴시키고, 구성원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건강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만족도가 저하되고, 이직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 인재유출 : 사내 정치가 심각한 조직은 인재들이 기피하는 곳이 된다. 특히, 요즘 막 조직에 유입되기 시작한 Z세대가 그러한 분위기를 선호할리 없다. 능력 있는 인재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나고, 조직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 조직 비효율성 증대 : 사내 정치는 의사 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고착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내정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리더의 역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내정치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병이다. 사내정치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대한의 해결을 위해 조직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함께 경영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시스템 마련까지 이루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대한 관리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장려하는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소통도 중요한 문제다.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 문화를 조성하여 구성원 간의 오해를 확실히 줄여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를 구축학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여 사내정치를 근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기야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해 사내정치가 조장되는 경우가 많다.
사내정치를 없애기 위해 리더가 수행해야 할 주요 역할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문화 조성 : 여기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며, 차별 없는 대우를 하는 것이다. 특히,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함이 사내정치를 예방하는 백신이다.
- 차별 없는 소통강화 : 리더는 정기적인 1:1 면담 등 다양한 소통채널을 마련하여 구성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한다. 한쪽 의견만 듣는 리더는 사내정치를 부추긴다.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솔직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것이다.
- 신뢰 구축 : 리더는 공평하고 성과를 바르게 평가하며 구성원들을 고르게 인정하고 격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리더가 신뢰받을 수 있다.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비공식적인 인정을 갈망한다.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그 의도를 따지지 않고 혜택을 부여하는 짓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잘못된 리더가 사내정치를 부추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 팀워크 강화 : 팀워크가 사내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팀워크와 협업문화는 사내정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다. 팀 빌딩 활동을 통해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협업문화 조성을 통해 개인 성과보다는 팀 전체의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조성되면 사내정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
리더의 역할은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하다. 사내정치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리더의 존재 자체가 사내정치를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 많은 리더들이 사내정치를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부하를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다. 인간적으로 끌리고 혜택도 주고 싶다. 이게 사람의 본성이다. 극단적인 경우 리더가 의도적으로 사내정치를 조장하기도 한다.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것은 이기주의고 도덕적 해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영자의 눈과 손이다. 사내정치를 조장하는 리더들은 가차 없이 불이익을 줘서라도 조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럴 소지가 있는 사람은 리더의 위치로 선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내정치는 조직을 병들게 한다. 완전히 근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사내정치로 인해 좌절하고 능력 발휘를 스스로 포기하는 수많은 소외된 직원들을 생각해 보자. 그러한 직원들은 마음속으로라도 조직이 망가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서운 일이다. 반드시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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