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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개구리 증후군 : 점진적인 위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by 불꽃유랑단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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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고조되는 위기는 인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험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면에 갑자기 찾아온 위험은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하기 때문에 충격은 커도 위험을 벗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이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자주 '삶은 개구리'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위험을 느끼지 못한 개구리의 결과는 죽임이다. 불행도 새벽의 도둑처럼 온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의 의미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강의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잘 알다시피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다가오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주 서서히 고조되는 위험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거나,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큰 화를 당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로 점진적인 변화에 대한 무감각을 지적할 때 쓰인다. 환경이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꼬집는 비유인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태도를 경계할 때도 자주 쓰인다. 안정적인 상황에 익숙해져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꺼리는 것 말이다. 또한,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부족을 경고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한다. 위기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제가 심각해진 후에야 뒤늦게 깨닫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다. 

 

예를 들면,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 변화에 저항하는 경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사회가 디지털화되는데도 기존의 아날로드 방식에 익숙해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삶은 개구리 증후군'에 빠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회사의 조직문화가 점점 경직되고 비효율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익숙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반복하는 경우에도 같은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개구리'의 유래

'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놀랍게도 실제 실험에서 유래한 것이다. 끓는 물에 대한 개구리 반응을 살피려는 실험은 19세기 후반에 이루어졌다. 처음 실험의 목적영혼의 위치가 어디인가에 대한 탐구였다. 그래서 뇌를 제거한 개구리와 온전한 개구리를 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두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뇌를 제거한 개구리는 오래 남아 있지만 온전한 개구리는 섭씨 25도가 되자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이후 유사한 실험들이 다른 학자들에 의해 몇 차례 더 이루어졌다. 이어진 실험에서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온전한 개구리조차도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실험결과에 의해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탄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또 다른 실험에서는 초당 0.002도씩 온도를 올리게 되면 2시간 30분 후에 개구리가 물에 그대로 남아 죽게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유사한 실험에서 다양한 결론들이 도출되었지만 최근 학계의 주된 입장은 이러한 결론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삶은 개구리 증후군'은 생리학과 생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실험에서 가져온 것이다. 실험결과가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개구리가 들어 있는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온도의 상승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해 결국 끓는 물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결론만 기억하면 된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 유명해진 계기는 2009년 '폴 크루그먼' 교수가 당시 미국경제를 진단한 기고문 때문이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큰 위기는 넘겼지만 당분간 고용상황이 악화되어 2010년 말에는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삶은 개구리에 비유했다. 당시 크루그먼이 굳이 미국경제를 삶은 개구리에 비유한 이유는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한 대규모 정책수단을 집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위험이 충분히 인지될 정도의 상태에서는 정부 정책을 실행해도 너무 늦는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경제상황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삶은-개구리-증후군을-묘사한-그림
출처: 세계일보

'삶은 개구리 증후군'과 환경문제

생각해 보면, 삶은 개구리 증후군으로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환경문제가 아닌가 한다. 폴 크루그먼도 삶은 개구리 문제가 경제보다 환경문제에서 더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환경문제는 점진적인 변화의 모습을 띤다.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급격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악화되는 것이다. 즉, 위기의식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 깊숙이 스며있는 문제라는 것도 위기의식을 느끼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환경은 공기와 같이 누구나 누리는 것이다.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환경문제는 복잡한 원인과 결과로 얽혀 있다는 점도 있다. 환경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기 파악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인 이익과 장기적인 위험의 충돌이라는 측면이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경제적 손실이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장기적인 위험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2006년 상영된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미국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는 인류가 언젠가 부글부글 끓는 지구에서 삶은 개구리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비유적으로 쓰이는지 알아봤다. 경제문제와 환경문제에서의 쓰임을 통해 '삶은 개구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이제는 개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차례다. 우리 자신이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물속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런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을까? 먼저, 주변환경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변환경의 변화를 예민하고 관찰하고,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예민한 감각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너무 뻔한 얘긴가?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서서히 끓는 물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의심이라도 해보자. 끓는 물속에서 자신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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