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보면 전체 산업 산출액 중 49.3%가 서비스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치다. 미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75.3%에 이르고 제조업이 강한 독일도 59.4%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조차 이제 서비스업은 전체 산업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독자적인 서비스 마케팅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중 가장 기본인 마케팅 4P의 서비스 영역에서의 확장 판인 마케팅 8P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서비스는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까닭에 제조업의 마케팅이 그대로 통용되지는 않는다. 제조업에서는 4P로 마케팅 믹스를 생각하지만, 서비스에서는 여기에 4P를 더해 8P로 생각한다. 앞의 4P도 제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변형이 있다. 서비스 마케팅 8P는 제품 중심의 마케팅 믹스 4P를 서비스에 맞게 확장한 개념이다. 서비스의 무형성, 불가분성, 변동성, 소멸성 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요소들을 포함하여 서비스 마케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케팅 서비스 8P에 대해서 하나씩 보자.
서비스 제품(Product elements)
레스토랑의 경우라고 하면 주된 서비스는 음식과 음료 제공이지만, 예약 접수나 접객 같은 서비스도 서비스 제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서비스 제품의 핵심인 음식과 음료는 코어 서비스이고 예약이나 접객 서비스는 보완 서비스로 구분된다. 서비스 제품은 코어 서비스와 보완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로 제공된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코어 서비스는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접객 서비스 같은 보완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장소와 시간(Place & time)
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물질적 설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일단 점포가 필요하다. 서비스업에서는 고객 편의성을 염두에 두면서 코어 서비스를 어디에서 제공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완 서비스 중에서는 물리적인 설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약 서비스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요즘은 서비스 시간이 24시간 연중무휴라고 봐야 한다. IT 환경으로 인해 코어 서비스를 제외한 예약, 정보제공 같은 서비스는 사실상 시간제한이 없다.
가격과 기타 비용(Price & other user outlays)
서비스 가치를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기본이다. 그런데 가격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레스토랑을 예로 들면 가격을 식사와 음료 요금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스토랑에 오기까지 교통비, 이동 시간, 예약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고객이 느끼는 부담요소다. 따라서 고객이 느끼는 총 부담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고객 접근성도 중요하고 예약 편리성도 중요하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자를 의식해 무조건 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것은 금물이다. 요금 이외의 고객 비용도 반드시 비교되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비용을 잘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비용을 알지 못하면 이익이 나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 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서비스는 형태가 없고 재고도 없기 때문에 원가가 불명확하다. 간접비를 잘 계산해야 한다.
프로모션과 교육(Promotion & education)
서비스는 형체가 없기 때문에 차이를 알기 어렵다.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어떤 점포든 메뉴는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고객에게 실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거나 입소문을 통해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비스 프로세스(Process)
서비스에서 프로세스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전체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고객 경험은 프로세스에 의해 좌우된다. 서비스업 주체는 예약부터 고객이 매장을 나설 때까지 프로세스를 잘 검토하고 설계해야 한다. 프로세스에 어떤 하자가 있는지 알아내려면 프로세스의 각 포인트들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만약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하고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면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없는 작업은 삭제하고, 일부는 셀프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Physical service environment, Physical evidence)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환경은 고객이 서비스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환경이 좋으면 고객 만족도도 높아진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도 어차피 동일한 물리적 환경에 있어야 하므로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려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단순히 겉으로 보기에 환경만 아름답다고 끝이 아니다. 고객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람(People)
서비스의 질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접객인 경우가 많다. 서비스의 성공은 접객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서비스 담당 직원은 순간순간의 고객 니즈를 포착하고,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며, 결국은 고객 로열티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서비스업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권한 위양도 이루어져야 한다. 투자도 없고 권한 위양도 없는 사람에게 높은 서비스 품질을 기대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수익을 생각한다면 좋은 처우로 우수한 직원을 뽑고, 교육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서비스 기업에서는 이익 목표나 점유율 확대보다 서비스 담당자의 처우나 고객지향 자세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Productivity & quality)
상식적으로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은 양립하기 어렵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수반되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진다. 반면에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면 통상적으로 서비스 비용을 줄여야 한다. 예를 들면, 콜센터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 대기시간이 줄고 응대 품질도 좋아진다. 당연히 수익성은 악화된다. 반대로 생산성과 수익성 증대를 위해 인원을 줄이면 대기시간이 늘고 응대 품질도 떨어진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운명이다. 어느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지금까지 8P를 편의상 따로따로 다뤘지만 이들을 각각 별도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가령 서비스 프로세스 전체를 재검토하고 인재에 투자하면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며 서비스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이처럼 8P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궁리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마케팅 8P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되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반드시 하나하나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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