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제공하는 어떤 음식을 생각해 보자. 그 음식이 가치를 가지려면 먹는 사람이 그 음식을 좋아해야 하고, 어느 정도 배가 고플 때로 한정된다. 만약 그 음식 자체에 가치가 있다면 고객의 상황과 상관없이 항상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상에서 물건에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고객의 상황에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은 물건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서비스 지배 논리'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서비스 지배 논리의 핵심 개념과 등장 배경
'서비스 지배 논리(Service-Dominant Logic)'는 기존의 상품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경제 활동의 중심에 놓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로버트 러시'와 '스티븐 바고'를 중심으로 발전된 이 이론은 기업이 단순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가치를 공동 창출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서비스 지배 논리의 핵심 개념을 보자.
- 가치 공동 창조 : 기업과 고객이 함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가치 창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다.
- 서비스의 우위 : 제품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며, 서비스 차체가 핵심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자원 통합 : 기업은 내부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 자원(고객, 파트너, 공동체 등)을 통합하여 가치를 창출한다.
- 관계 마케팅 :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한다.
'서비스 지배 논리'의 반대는 '상품 지배 논리(Good-Dominant Logic)'다. 마케팅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국 철도회사 흥망도 이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명확해진다. 미국 철도회사는 자사의 사업을 운송 수단이 아니라 철도사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고객이 버스나 비행기를 이용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분야로 본 것이다. 이는 제품 지향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 지향 사고방식으로 인해 미국 철도회사는 크게 쇠퇴하고 말았다. 미국 철도회사의 사고방식은 상품 지배 논리였던 것이다.
위의 미국 철도회사 사례를 보면 서비스 지배 논리의 등장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최근의 배경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산업환경의 변화 :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고객의 다양화, 경쟁심화, 등으로 인해 기존의 상품 지배 논리로는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 고객 중심 마케팅의 확산 : 고객의 니즈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중심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서비스 지배 논리가 부각되었다.
그러면 서비스 지배 논리란 어떤 것인지 원칙들을 살펴보자.
서비스 지배 논리의 두 가지 핵심 원칙
서비스 지배 논리 1 : 물건 자체에는 가치가 없다
상품 지배 논리에서는 '기업이 만드는 물건에는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비스 지배 논리에서는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의 교환이다. 물건 자체에는 가치가 없다'라고 생각한다. 서비스 지배 논리에서는 '서비스란 타인 또는 자신을 위해 자신의 지식이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물건은 간접적인 서비스의 한 가지 형태로 인식한다.
물물교환을 생각해 보자. 상품 지배 논리에서는 서로 물건을 교환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서비스 지배 논리에서는 원료를 가져와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물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서로 교환되는 것이다. 이때 화폐는 중요하다. 화폐는 미래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다. 화폐라는 간접적인 서비스 덕분에 비즈니스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서비스 지배 논리에서는 화폐도 간접적인 서비스의 한 형태다. 서비스 지배 논리로 생각하면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가 된다. 언뜻 물건끼리의 교환처럼 보이는 것도 그 본질은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의 교환이다.
서비스 지배 논리 2 : 가치는 고객과 공동 창조하는 것이다
가치는 기업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생겨난다. 제공된 물건이 가치가 있는지는 고객이 결정한다. 결국 고객이 주체가 돼 기업과 가치를 공동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건을 제공하는 사람은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때 고객의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령 일류 요리사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하여 요리를 만들어도 요리가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고객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고객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처럼 서비스 지배 논리는 비즈니스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세계관이다. 항상 서비스 지배 논리에 입각해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고객 지향적이 된다.
서비스 지배 논리는 기업이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서비스 지배 논리를 기반으로 고객 중심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지배 논리는 사실 꽤 난해한 개념이다. 그러나 개념 자체를 파고들 사람이 아니라면 서비스 지배 논리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고객 지향적이 된다는 점과 물건 자체에는 가치가 아직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가치란 고객과 함께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는 점 만이라도 확실히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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