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성공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업 내 소수가 경험한 성공을 조직 내 다수에게 퍼트리지 못해 성공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조직 내 인재를 만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성공을 퍼트려라: 탁월한 인재를 만드는 확산의 경영"이라는 책을 쓴 '로버트 서튼'과 '허기 라오'는 조직관리 분야 최고의 석학으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성공을 퍼트려라"는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문제, 어떻게 성공을 소수에서 다수로 퍼트려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다룬 책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을 핵심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불황에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업과 조직이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처음 시작할 때 소규모로 시작한다. 그 후 점점 성장을 거듭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커져간다. 그렇게 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대기업에 회사를 팔기도 하고, 투자를 받아 더 키우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점적인 콘텐츠와 기술력으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고 난 뒤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게 될 때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이 주목한 점은 왜 조직이 성장하면서 좋은 점을 전파하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소규모 조직에서 시작된 좋은 점을 널리 퍼트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문제는 바로 좋은 것은 퍼트리기가 진짜 어렵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과 허기 라오 교수는 7년간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한 모범 사례를 분석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했다. 그 결과 아주 작은 부분에서 성공한 경험이 조직 전체에 퍼트려지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어떻게 조직의 판을 짜야할까?
신생기업들의 경우 제대로 탁월성을 확장하지 못한 채 인원만 늘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성공 경험을 조직에 퍼트리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기업은 결국 성장이 둔해지고 조직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속도와 접근 방식에서 다르다.
먼저, 속도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규모를 확장한다고 인원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속도가 중요한 만큼 브레이크도 중요하다. 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예를 든다. 당시 공중에서 목표지점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명중률은 20%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육군의 지원을 받을 경우 명중률은 70%까지 올라갔다. 이는 관리자도 실무에 뛰어들어 현실과 밀착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접근방식이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가톨릭적 접근이냐, 불교적 접근이냐로 나눠 설명한다. 가톨릭적 접근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표준화적인 입장이고, 불교적 접근은 일을 행하는 동기만 같으면 그 방식이 다름을 허용하는 입장이다. 이 두 가지 접근 방법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저자는 성장을 이끌어내는 7가지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발자취만이 아닌 마음가짐을 전파하라, 오감을 이용하라, 정기적인 꿈과 단기적인 현실을 접목하라, 책임감을 키우라, 너무 많은 사공을 조심하라, 다하기와 빼기를 적절히 활용하라, 더 빨리, 더 멀리 가려면 속도를 늦추라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성공을 확산할 수 있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을 확산시키는 5가지 원칙
1. 뜨거운 명분에서 차가운 해법을 끌어내라
조직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성공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건설적인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기업의 임직원들은 회사의 탁월성을 키우기 위해 계획, 회의, 브레인스코밍 등으로 행동을 대신하려 한다. 그러나 믿음을 행동으로 연결해야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 탁월성을 키우려면 리더와 팀원은 뜨거운 명분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달리하도록 격려하며, 생각과 행동이 동시에 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려면 우선 문제를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그다음 장애물을 파악하고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
2. 인지부하를 줄여라
무조건적인 성장지향은 부서나 기업을 큰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성장은 사람들을 낯설고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함은 개인의 업무 능력을 훨씬 뛰어넘아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의지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를 인지 부하라고 한다. 업무량이 증가하여 인지 부하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최선의 목적을 무시하고 엉뚱한 일을 하며 산만해진다. 개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팀 전반적인 성과도 떨어진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이 늘어나면 1인당 업무량은 잠시 줄어들지 몰라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3. 뛰어난 사람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라
성공하려면 건강한 책임감과 능력, 두 요소 모두 필수적이다. 어느 것도 덜 중요하지 않다. 넷플릭스는 우수한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주어 항상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방법을 모든 회사가 쓰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조직은 우수한 직원을 뽑는 대신 잠재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는 데에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를 하면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문제는 뛰어난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4. 개개인의 탁월성을 파악하고 엮어라
조직이 성장하려면 개개인의 탁월성을 파악하여 이들의 전문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절히 엮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 혹은 한 조직의 탁월성이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조직으로 유입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는 작은 능력이라도 있으면 이를 여러 분야에 걸쳐 조금씩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을 얇고 넓게 펴지게 하지 말고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을 엮어야 하는가? 문제는 능력을 갖춘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능력의 다양성이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팀을 꾸리면 더 빠른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
5. 악은 선보다 세다
디즈니랜드는 아주 사소한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즈니랜드의 메인 스트리트에는 과자 포장지나 흘린 팝콘 하나 정도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는 디즈니랜드의 경영자는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행동은 전염병처럼 빨리 퍼진다. 나쁜 행동은 책임감을 희석시키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파괴적인 생각과 행동을 제거하고 방지하는 것이 리더의 과제다.
어떻게 좋은 점을 소수에서 다수로 퍼트릴 것인가?
탁월한 성과를 전파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이야 많지만 결국 탁월함을 퍼트리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에, 모든 직원은 '자신이 회사를 소유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회사에 소유된 것처럼 느껴야 한다. 소유주가 되면 뛰어난 실적을 내기 위해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 상사, 부하, 공급업체, 고객들을 밀어붙일 의욕이 생긴다. 이에 따라 조직 전체의 상호적 의무감이 작용한다. 또한 '소유된다'는 것은 상사, 동료, 의뢰인, 고객들이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예상하고, 수용하며,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함을 뜻한다.
탁월성을 퍼트리려면 먼저 탁월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탁월성의 부재 문제는 어떤 것을 탁월하냐고 생각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별 쓸모없는 탁월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퍼트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잘못된 것도 없다. 과거 성공 경험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분명히 부작용을 초래하지만, 조직 내 작은 성공을 조직 전체로 퍼트리지 못하는 것도 역시 큰 문제다. 개인이나 조직에 성공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들이 성공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조직도 성공 경험을 쌓고 조직 전체에 퍼트려야 한다는 것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조직의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퍼트리는 것이야말로 큰 비용과 노력이 들지 않는 조직 성공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