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는 소위 말하는 외판원들이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 많았다. 책을 파는 사람부터 화장품을 파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했다. 요즘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광고도 이와 비슷한 마케팅 방식이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마케팅 분야에서 시도된 흐름이 바로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실제 퍼미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다.
퍼미션 마케팅의 출현과 필요성
온라인 세상이 오기 전에는 기업 마케팅의 중심은 언제나 광고였다. 광고는 효과가 엄청나게 큰 마케팅 수단이었다. 예전에는 고객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 상품이 주목받으면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난다. 그만큼 고객은 그 많은 정보에 일일이 관심을 두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아무리 광고를 보여준들 고객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은 전통적인 광고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는 고객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상품 정보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과거처럼 효과를 볼리가 없다.
위에서 본 변화로 인해 퍼미션 마케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퍼미션 마케팅은 변화된 환경에서 차근차근 고객의 신뢰를 얻는 방법론이다. 퍼미션 마케팅은 가망고객으로부터 퍼미션을 얻어내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더 깊은 퍼미션을 얻어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무작정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 이처럼 퍼미션을 얻는 데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퍼미션 마케팅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얼마나 깊이 있는 퍼미션을 얻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퍼미션 마케팅의 5가지 단계 : 퍼미션 레벨
퍼미션 마케팅의 이해를 위해 퍼미션의 단계에 대해 알아보자. 퍼미션 레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Permisson Level 1 : 현장 대응
판매직원이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상황에서 둘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놓이지만, 접촉 시간은 짧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고객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퍼미션 레벨은 낮지만 접객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매뉴얼이 준비되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하면 곁들일 음식이 더 필요하지 않은지 묻는 것이 이 레벨에서의 접근법이라고 하겠다.
Permission Level 2 : 구매 인증
구매를 통한 인증단계다.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재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스탬프나 마일리지는 모을수록 더 모으려는 유인이 생겨 더 많은 구매를 하게 된다. 퍼미션 레벨은 포인트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파악하면 측정할 수 있다.
Permission Level 3 : 개인적 관계
개인적 관계 단계는 고객과 인간적 유대 관계가 생기는 레벨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 단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영업이란 곧 사람과의 관계를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관계는 레벨을 측정할 수는 없다.
Permission Level 4 : 브랜드 신뢰
브랜드를 신뢰한다는 것도 하나의 퍼미션 단계다. 검증 완료를 의미하는 단계와도 같다. 브랜드 신뢰는 얻기가 매우 힘들지만, 일단 한 번 형성되면 커다란 이점을 가져온다.
Permission Level 5 : 일괄 위임
일괄 위임의 퍼미션 레벨은 고객이 모든 것을 맡기는 수준을 말한다. 즉, 고객으로부터 의사결정을 일임받는 최고 수준의 퍼미션이다. 신문 구독이나 전기, 가스 요금 등이 그런 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구독 서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고객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선택의 수고도 줄일 수 있다. 퍼미션 레벨은 지속률로 측정할 수 있다.
위에서 5가지의 퍼미션 레벨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봤는데, 5가지 퍼미션을 획득하지 못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스팸(Spam)'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하여 세스 고딘은 이렇게 말했다. "마케팅의 대부분은 스팸이다. 텔레비전 광고,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DM 등등 이들은 모두 퍼미션을 얻지 않고 보낸다는 점에서 고객의 시간을 빼앗을 뿐이다."
퍼미션 마케팅의 규칙들
퍼미션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과 많은 면에서 대척점에 서있다. 퍼미션을 얻는 데 필요한 규칙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고객으로부터 퍼미션을 얻는 데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첫째, 퍼미션은 양도가 불가능하다. 퍼미션은 어디까지나 퍼미션을 부여받은 기업만의 것이다. 양도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퍼미션은 순간이 아니라 과정의 축적이다. 기존의 마케팅 수단들은 순간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강렬한 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퍼미션 마케팅은 대화의 축적이므로 인내심을 갖고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 셋째, 고객은 언제라도 퍼미션을 취소할 수 있다. 광고는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퍼미션은 고객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퍼미션 마케팅의 가장 큰 적은 당장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퍼미션 마케팅은 시간도 걸릴 뿐만 아니라 한시라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농사'와 비슷하다. 수확을 서두르면 미처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매일 끈기 있게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이 퍼미션 마케팅이다. 퍼미션 마케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팔겠다는 메시지를 쏟아붓지 마라. 고객과의 유대를 수치화하고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고객의 신뢰를 키워나가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