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란 인간에게 있어 기본적인 삶의 양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거기에는 심리적, 감정적 요소가 마구 연결되어 있다. 실용적으로는 거의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을 사고 집착하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은 사람들이 소유욕을 느끼는 원인과 소유 의식에 관한 것들,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비합리적 습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인식을 파고드는 마케팅에 대해서도 살짝 살펴보려고 한다.
인간의 소유욕은 단순히 물건을 가짐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존감을 얻고,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려는 욕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그토록 소유에 집착하는 것일까?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자.
소유욕과 소유 의식을 갖게 되는 원인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물건들을 소유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물질적인 것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생존과 안정의 욕구가 소유욕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자존감과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도 한몫한다. 소유한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욕구는 인간에게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특히 물질적인 부가 사회적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체성 확립 동기도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유한 물건은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특정 브랜드의 옷이나 취미 활동에 사용되는 도구 등은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하며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유 동기가 두려움과 불안 극복을 위해 촉발된다는 이야기고 있다. 소유를 통해 불안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쾌락 추구가 있는데, 이는 아마 가장 직접적인 동기일지도 모르겠다.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락은 소비를 부추기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를 유도하고 물질적인 만족감을 강조한다.
아주 오래전 애덤 스미스는 "모든 인간은 교환을 통해 살아나간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는 상인이며, 그렇게 사회는 상업을 하는 사회로 성장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과 일상은 기본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로 점철되어 있다. 옷, 음식, 자동차, 집을 구입하고 팔기도 하며, 소비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과 노동을 판다.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소유와 관계되는 상황이다.
소유 의식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비이성적 습성
위에서 본 것처럼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소유욕이 생기고 소유와 교환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소유의식은 비이성적인 습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비이성적 소유의식은 소유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 먼저,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친 애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애착은 교환관계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사려는 사람에 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대해 지나치게 가치를 과대평가한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추첨을 통해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각각 얼마에 팔 것인지와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본 조사에서 팔려는 가격이 살려는 가격에 비해 몇 배 높았다고 한다. 유사한 실험들의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소유에 대한 지나친 애착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습성이 있다. 얻을 것보다 잃어버릴 것에 더 집착하는 습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실험결과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첨된 입장권을 파는 행위는 어렵게 당첨된 입장권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얻게 되는 돈을 초월하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교환 행위를 할 때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중고차 판매 사이트 광고에서 자신의 차를 팔면서 눈물을 머금으면서 차를 쓰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상대도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 거래를 바라보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소유의식에서 나오는 이상한 습성이다. 우리가 소유했던 물건에 대해 거래 상대방은 전혀 감정이 없다. 우리가 쌓아왔던 소중한 추억과 좋은 기억은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그 물건에 대해 가졌던 감정과 추억을 상대와 공유하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을 말하면, 물건을 사려는 상대방은 하자가 있지는 않은지 단점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소유한 사람의 그러한 기대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고 비합리적인 것이다.
가상의 소유 의식과 그 영향
그런데, 소유의식에 따른 이상한 사고는 물건을 실제 소유하고 있어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기도 전에 그것에 대한 소유의식을 느끼기 시작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이러한 특이성은 경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의 반쯤은 대상 물건이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가상의 소유의식이 싹트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입찰자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써내곤 한다. 경매기간이 길수록 가격을 높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긴 시간에 걸쳐 입찰에 참여하면서 강력한 가상의 소유의식이 생기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상의 소유의식을 가장 잘 파고드는 것이 광고다. 광고는 실제로 물건을 소유하기도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그것을 소유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능하다. 광고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자신이 그 물건을 소유했을 때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광고 외에 마케팅 측면에서 소비자의 이런 습성을 적극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 체험 마케팅이다.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일정기간 무상으로 써보도록 하는 판매기법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유가 아니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면 이상한 소유의식이 생긴다. 무상사용기간이 끝나갈 때쯤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유한 물건을 잃는 것과 같은 상실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환불해 준다는 마케팅 기법도 마찬가지 원리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소유의식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소유의식에 관련된 이상한 습성들을 고칠 약은 사실 없다. 우리 삶이 소유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그러한 관점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이 소유한 물건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이다. 중요한 거래에 있어서는 비소유자의 관점을 의도적으로 견지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왜 그토록 놀랍고 감동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소유까지는 아니어도 미니멀리즘은 실행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소유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인간에게 쓸데없이 많은 족쇄를 채우곤 한다. 반드시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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