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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커브 :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단순한 부가가치적 사고의 함정

by 불꽃유랑단 202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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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커브라는 것이 있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어떻게 창출되는지 보여주는 그래프다. 마치 미소를 짓는 듯한 곡선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스마일 커브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스마일커브는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영향력을 발휘해 실제 국가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이른바 오프쇼어링이 그것이다.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스마일커브란?

스마일커브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부가가치가 집중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스마일커브는 과거에는 제조 구간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됐지만, 이제는 제조의 전 단계인 연구개발, 제품 기획, 디자인 등과 제조 후 단계인 마케팅, 서비스 등에서 훨씬 큰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일커브는 U자형 곡선을 갖고 있다. 이것은 이미 언급했지만 제품 생산의 초기 단계(R&D, 디자인 등)와 최종 단계(마케팅, 서비스 등)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중간 단계(제조)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제조 단계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었지만 기술발전과 글로벌화로 인해 R&D, 디자인, 마케팅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마일 커브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일커브라고 해도 산업마다 커브의 실제 형태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급 패션 산업에서는 디자인과 브랜딩에 대한 부가가치가 높지만 단순 조립 산업에서는 제조 단계의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스마일커브
출처: 한국경제매거진

스마일커브의 활용

스마일커브는 기업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 스마일커브로 대표되는 부가가치를 분석하면 기업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파악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부분을 파악하여 효율적인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일커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부가가치의 변화를 예측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마일 커브의 예시를 보려면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산업을 보면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R&D,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디자인 부분, 소비자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브랜딩, 그리고 서비스 등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반면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는 조립 생산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스마일커브의 덫 : 기업 차원과 국가 경제 차원

그런데, 스마일커브는 기업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어 경쟁우위 확보를 돕지만, 한편으로는 스마일 커브의 덫에 빠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스마일 커브의 덫이란 기업이 스마일커브의 양 끝단에만 집중한 나머지 중간 단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자칫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실제 제품 생산과 관련된 기술력이 부족하여 고품질의 경쟁력 있는 가격에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지만 제품 자체의 품질이 낮아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못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제조 단계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임금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지만 품질관리 문제나 지적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스마일커브의 시사점을 받아들여 실제 인건비가 낮은 저임금 국가로 제조기지를 이전했다. 이른바 오프쇼어링을 추진한 것이다. 반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은 주요 기능으로 여겨 본국에서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선진국은 제조보다는 그 이전 및 이후 단계에 집중 투자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미국을 예로 들면 30년째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스마일커브에서 말해주는 대로 제조업만 떨어뜨려 부가가치가 낮은 부분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겉으로는 연구개발이나 디자인, 서비스가 제조보다 훨씬 더 부가기차기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조 부분은 연구개발이나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제조업이 떠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연구개발과 디자인, 서비스 등과의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혁신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된 광범위한 고부가가치 생태계가 무너진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제조업을 등한시한 결과는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이 개도국으로 옮기면서 상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불어난다. 또한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의 근본이다. 결과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선진국들은 중산층 숫자가 줄어들었고 소득 양극화도 심각해졌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사태 등 여러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리쇼어링 열풍이 이 모든 걸 말해준다. 한국의 경우에는 그래도 제조업에 기반을 둔 경쟁우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 경쟁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제조업 분야는 가치 창출 과정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다. 단순히 어느 단계에서 부가가치가 높게 나오느냐 같은 기계론적 사고에 매몰되지 말고 과정 전체를 바라보는 유기체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조업은 결코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산업의 기본은 제조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상식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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