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들이 제법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일 것이다. 이 외에도 에그플레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심각한 경제상황을 잘 묘사한 용어가 있다. 아직 일반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특정 상황을 묘사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데, 그 용어는 바로 '스크루플레이션'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의 뜻과 발생 원인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은 쥐어짤 만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체감물가가 올라가는 상태를 말한다. '쥐어짜다', '비틀다'를 뜻하는 Screw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어쨌든 소비액이 늘어나 경제지표 상으로는 경기가 회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얼핏 보이지만 실질 구매력은 줄어드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물가 상승, 실질임금 감소, 주택가격 하락, 임시직 증가, 주가 정체 등이다. 이로 인해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을 때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GDP는 회복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지출해야 할 돈은 늘어나는 상황이 중산층을 쥐어짜게 된다. 이에 따라 당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실질적 경기는 되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중산층의 소비가 살아나야 생산과 고용이 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의 원인으로 인해 중산층이 더 이상 활발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되면 이른바 스크루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크루플레이션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용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반해 스크루플레이션은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오르지 않아 쥐어짤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스크루플레이션의 특징과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들
스크루플레이션은 미국 헤지펀드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대표인 '더글러스 카스'가 처음 써서 유명해졌다. 이 용어를 쓰면서 더글러스 카스는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에 빠져 있다"라고 언급했다. 스크루플레이션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미시적 차원의 물가 상승 : 거시경제 지표상의 물가 상승률과는 다르게, 개인이 실제로 느끼는 물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 체감물가 상승 : 특히 생활필수품이나 서비스의 상승이 두드러져,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 경제 침체와 동반 :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크루플레이션은 이러한 일반적인 경제 원리를 벗어나는 현상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의 주요인은 아닐지 몰라도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들을 추가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앞에서 주원인으로 물가상승, 실질임금 감소, 주택가격 하락, 임시직 증가, 주가 정체 등을 들었다. 다음의 원인과 비교하면 좋을 것이다.
- 기업의 이윤 추구 : 기업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의 양이나 질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 원자재 가격 상승 : 국제 유가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 소비자 심리 위축 :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기업들은 판매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도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의 영향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영향은 굉장히 광범위하겠지만 대표적인 영향만 정리한다.
- 서민 경제 악화 :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을 위시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
- 내수 경기 침체 : 소비 위축은 내수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 사회 불안 증가 : 경제적 어려움의 가중되면서 사회 불안이 증가하고,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스크루플레이션은 현대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경제 용어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현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임금은 그대로이다 보니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결국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되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를 조여야 할 만큼 나빠지는 경제상황 말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이 사회불안도 증가시킨다고 했는데, 이는 고소득층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경제 상황 변화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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