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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 자본시장 선진화의 첨병이 될 것인가?

by 불꽃유랑단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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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지에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주로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이 운용사 CEO들을 상대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주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에 따라붙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다. 그러니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무엇이길래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인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가 단순히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주와 기업의 가치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자율적인 지침이다. 마치 집사(스튜어드)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듯이, 기관투자자도 자신이 관리하는 자산(즉, 투자자들의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추가로 '코드'명문화된 것임을 의미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

그러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왜 중요한 것일까? 몇 가지만 보자.

  • 기업 지배구조 개선 :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 또한 지배주주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 기업 가치 향상 :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주주 이익을 극대화한다.
  • 사회적 책임 강화 :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기업을 유도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내용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

  • 의결권 행사 :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 기업과의 소통 : 기업 경영진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경영 현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 투자 전략 수립 : 투자 대상 기업 선정 시 ESG 요소를 고려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 공동 행동 :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연대하여 공동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경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입 배경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 요약해서 알아본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한 곳은 영국이다. 영국의 재무보고위원회에서 2010년 처음 도입한 '기업 의결권을 보유한 자산관리자에 대한 규칙'이 시초다. 이 규칙의 핵심 규정은 4가지다. '투자 기업의 운영에 적극 참여하라', '의결권 행사의 방향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진행하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해놓으라', '모든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며 주기적으로 보고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즉,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며, 문제 소지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투자대상 회사의 경영진과 사전에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2016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제정하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18년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마련하여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기관투자자의 책임 강화 : 기관투자자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투자 대상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 기업 지배구조 문제 심화 : 일부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영 투명성 부족, 소액 주주 권익 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 글로벌 스탠더드 부합 : 선진국에서는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여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단순한 투자자에서 기업의 주인의식을 가진 주주로 확대시키는 중요한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운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때 이에 대해 많은 논란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기업들의 막대한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정부와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비전문적인 경영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의 큰손이 되면서 기업경영에 정부가 깊숙이 관여할 수 있게 된 점을 들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도 등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때 당국은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다수의 기업에게는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국민연금(2017년 기준)은 131조 5천억 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7%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수도 299개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제한적인 경영 개입이라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에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에 반대를 하는 사례가 무척 제한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실제 국내 자산운용사가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율은 3.8%에 그쳤다. 같은 시기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23.8%의 반대의결권행사 비율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비추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경영참여를 뺀 스튜어드십 코드는 경영진 일가의 전횡으로 인한 기업과 주주가치 훼손을 막을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기업 경영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연금사회주의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팽팽한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화두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대표이사 연임 표결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대표이사가 사임하게 된 일이다. 조양호 회장이 20년 만에 강제퇴진된 것으로 당시 "대한항공 대표 갈아치운 국민연금"이라는 기사로 화제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의 힘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     

 

선진화된 현대 자본주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제 거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국민여론과 부합한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기업에는 기관투자자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국민연금 같은 경우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반대 의견에 정당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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