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 시장세분화는 중요한 과제다. 세분화가 되어야 이후 마케팅 전략 수립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개념적으로 존재했지만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세분화를 진행하고 어느 단계까지 할 것인가? 생각해 보자.
STP는 마케팅의 기본으로 생각될 정도로 유명한 이론이고 실제로 실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툴(Tool)이다. STP는 세분화(Segmentation)부터 시작한다. 이제 시장세분화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 있어 당연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세분화하기 전에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어느 수준까지 세분화할 것인가 이다. 세분화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개개인에 이를 것이다.
세분화를 위해 고려하는 요소들
보통 세분화 작업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되는데, 인구와 기후 같은 것을 포함하는 지리적 요인, 그리고 구매행동, 인구통계학적 요인, 생활양식 등을 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세분화 요소를 살펴보자.
데모그래픽스(Demographics)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말한다. 나이, 성별, 소득, 세대 구성원, 결혼여부, 교육수준, 종교, 인종, 국적, 계층 등을 포괄한다. 통계학에서 기본 변수로 쓰이는 것들이다. 데모그래픽스는 정량적으로 다루기 쉬워 마케팅에서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프 스테이지(Life Stage)
사람들은 개개인이 일생에서 많은 단계에 놓이게 된다. 같은 연령대라도 상황은 많이 다르다. 취업을 했는지, 결혼을 했는지, 혹은 자녀가 있는지 등에 따라 같은 집단으로 묶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데모그래픽스를 라이프 스테이지로 보완해줘야 할 필요가 생긴다. 실무적으로 데모그래픽스의 여러 변수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변수로 사용하는 방법을 쓰면 될 것이다. 가령, 나이와 결혼여부를 연결시킨다든지, 성별과 자녀 존재 유무를 결합시킨다든지 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변수들을 두 가지 이상 연결하여 새로운 변수를 생성하게 되면 대상 집단이 엄청나게 세분화될 것이다.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해야 하는 지점이다.
사이코그래픽스(Psychographics)
사이코그래픽스는 정신세계를 의미하는 '사이코'와 도표를 의미하는 '그래픽'의 합성어로 소비자의 활동, 흥미, 의견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분야다.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구매에 있어 비슷한 행위를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이코그래픽스는 소비자 생활양식, 가치관 등을 심리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분류된 라이프스타일은 데모그래픽스의 분류와 상관없이 작동되기 때문에 별도 변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은 마케팅 분야에서 지금은 흔히 사용되는 주제다. 성격, 가치관, 취향, 신념 등 사람들의 특성을 종합한 것이기 때문에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활용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그만큼 애매한 것이기도 하지만 소비자 특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흔히 가치관이라고 부르는 것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떤 소비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가의 문제도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여행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 주택 마련을 위해 소비를 자제하는 사람, 좋은 자동차 소유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 등 모두 가치관의 차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특성은 마케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데모그래픽스가 표면적인 특성이라고 한다면 라이프스타일은 실질적인 특성이라고 해야 하겠다.
시장을 세분화한다고 하는 것은 시장을 쪼개서 본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구분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구분 기준으로 지금까지 데모그래픽스와 라이프 스테이지, 사이코그래픽스를 살펴본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류기준은 데모그래픽스일 것이다. 객관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량화도 쉽다. 그러나 접근이 쉬운 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결국 의미 있는 세분화를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라이프 스테이지와 사이코그래픽스가 필요한 것이다.
시장세분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시장 세분화는 왜 하는 걸까?
이미 알고 있는 것일 테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비용효율성과 마케팅 효과성이다.
더 큰 집단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TV 광고를 생각해 보자. 웬만한 기업에서는 그만한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게 하려면 그만큼 더 높은 광고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식의 매스마케팅은 자사의 제품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까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비효율이 내재되어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문제가 있는 방식이다.
또 다른 문제는 효과성에 관한 것이다.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이 표면적인 가능성이 높다.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려운 것이다. 시장 세분화를 통해 마케팅 내용을 차별화함으로써 더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맞춤형 정보와 메시지를 통해 소구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고관여, 고가 제품의 경우 정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가끔 TV에서 고가 DSLR 카메라 광고를 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시청자의 몇 퍼센트나 관심을 가질까 의아할 때가 있다. 포르쉐 광고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있는데, 마찬가지 생각이 든다. 물론 다른 식의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제품을 소유한 사람들을 부럽게 만들어서 제품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시장 세분화를 통해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달성할 수 있다. 즉, 누구나 사용하는 제품이 아닌 이상 시장세분화는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문제는 시장을 어디까지 세분화할 것인가이다. 시장세분화의 입장에서만 보면 세분화할 수 있는 최고치인 개인까지 이르는 것이 이상적일지도 모르겠다. 정보기술은 점점 그것이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시장세분화의 극한치인 개인에 대한 일대일 마케팅은 기술만 받쳐준다면 이상적인 형태일 수 있으나 개인정보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시장세분화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 이르면 개인정보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분화가 더 미세한 단계로 진행되면서 비용효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세분화 자체에 많은 비용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보기술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결론은 무엇인가? 어디까지 세분화해야 하는가? 이미 짐작하고 있듯이 정답은 없다. 역시 할 수 있는 말은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마케팅하기에 적절한 수준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개념적으로 말하면 효율성과 효과성의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건 비단 마케팅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영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어쩌면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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