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은 달라진다. 정말 꾸준히만 한다면 원하는 근육질 몸을 얻을 수도 있고 혹은 마라톤을 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에 적응을 잘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 신체는 단련된다. 그러면 뇌의 경우는 어떨까? 뇌도 신체의 일부니까 그게 가능한 것일까? 이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인 신경가소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뇌의 일반적 기능
우리의 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그렀지 엄청나게 많은 일을 수행한다. 눈으로 보는 것, 숨 쉬는 것, 걷는 것, 그리고 말하기까지 뇌는 우리의 모든 행동을 통제한다. 밤에 잠자리에 들어도 뇌는 쉬는 것 같지만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뇌는 일종의 통신센터 역할도 한다. 뇌에서 내리는 다양한 명령들은 전기 신호로 바뀌어 수십억 개의 경로를 거쳐 우리 몸 구석구석의 신경에 전달된다. 그리고 눈, 귀, 피부 등을 통해 들어온 감각도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에 도달해야 비로소 우리는 비로소 느끼게 된다. 이렇게 전기자극이 신경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을 신경신호, 혹은 신경전달신호라고 한다.
우리 몸에 신경신호가 이동하는 경로는 무수히 많다. 앞에서 예로 든 것처럼 이 경로들은 우선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외 더 많은 경로들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기고 선택했기 때문에 형성된 것들이다. 이게 중요하다. 가령 드럼을 배운다고 하면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연습을 계속하면 원래 없던 신경경로가 새롭게 형성된다. 그렇게 익숙하게 드럼 연주를 하게 된다. 다른 대부분의 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논리는 내가 뭔가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신경신호가 잘 전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신경경로는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뇌도 단련하면 어떤 일을 잘 해내는 신경경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근육은 신경경로라고 할 수 있겠다.
신경가소성의 원리
뇌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실제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신경가소성'이라고 명명했다. 쉽게 말하면 뇌의 신경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고, 본래 그런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뇌 역시도 근육을 키우거나 지구력을 기르는 것처럼 단련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론이 바로 위에서 말한 '신경가소성의 원리'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뇌가 경험과 학습에 따라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뇌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기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동적인 시스템임을 시사한다. 신경가소성의 기본 원리를 좀 더 보자.
- 시냅스 가소성 : 신경세포 간의 연결인 시냅스의 강도가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이다. 자주 사용되는 시냅스는 강화되고,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는 약화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와 장기 억제(long-term depression, LTD)가 이러한 시냅스 가소성의 대표적인 메커니즘이다.
- 신경 생성 :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현상이다. 특히 해마와 같은 특정 뇌 영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며, 학습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신경회로 재구성 : 기존의 신경회로가 새로운 경험에 맞춰 재구성되는 현상이다. 뇌 손상 후에도 다른 영역이 손상된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신경가소성의 종류와 중요성
신경가소성의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살펴보자.
- 구조적 가소성 : 신경 세포의 수, 크기, 그리고 시냅스의 수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 기능적 가소성 : 뇌의 특정 기능이 손상되었을 때, 다른 부위가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 경험 의존적 가소성 : 환경적인 요인이나 학습에 의해 뇌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신경가소성은 주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 병리적 가소성 : 뇌 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뇌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가소성 개념의 중요성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몇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학습과 기억 :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경가소성이 필수적이다.
- 뇌 발달 :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뇌가 급격하게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경가소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뇌 손상 회복 : 뇌졸중이나 뇌 손상 후에도 신경가소성을 통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 노화 방지 : 신경가소성을 활발하게 유지하면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신경가소성을 증진시키는, 신경경로를 만드는 방법
그러면 신경가소성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 학습 : 새로운 것을 배우고 꾸준히 뇌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 운동 : 규칙적인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한다.
- 사회활동 :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은 뇌 기능을 향상하고 고립감을 해소한다.
- 충분한 수면 : 수면은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뇌를 회복시키는 데 중요하다.
- 스트레스 관리 :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뇌 기능을 저하시키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신경가소성을 증진시키는, 더 정확하게 말해서 신경경로를 만드는 일은 풀숲에 산책길을 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이 다닌 적이 없는 숲 속을 산책하면 처음에는 전진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리고 한 번 걸어갔다고 해서 바로 길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날 며칠을 계속 같은 길을 걸어야 비로소 산책로 같은 길이 생긴다. 그러니까 산책로를 내는 가장 좋은 비결은 반복해서 같은 길은 걷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 길을 걷는 것이 수월해진다. 새로운 신경경로를 만드는 일은 모두 이와 유사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길을 오랫동안 걷지 않으면 다시 풀이 무성해져 길이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신경가소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
그런데, 뇌가소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살펴보자.
- 신경가소성의 한계 : 모든 뇌 손상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손상의 정도에 따라 회복 속도와 정도가 다르다.
- 신경가소성의 메커니즘 : 신경가소성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분자적, 세포적 수준에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신경가소성을 활용한 치료 : 뇌졸중, 뇌 손상,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뇌 질환에 대한 신경가소성 기반 치료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신경가소성은 뇌의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며, 인간의 뇌, 기억, 그리고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가소성에 대한 연구는 뇌 질환 치료, 인지능력 향상, 그리고 뇌의 비밀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앞에서 본 대로 신경가소성은 우리에게 도전의지를 심어준다. 원래 잘하지 못하는 것도 반복적인 노력만 하면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강력한 논리적 뒷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 수학공식만 보면 현기증이 난다고 할지라도 계속 참고, 생각하고 문제를 풀다 보면 어느 순간 수학을 이해하는 데 유리한 신경경로가 만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이 여러 신경경로를 확보하는 길이다. 용기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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