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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회계'와 소비자 선택 : 심리적 회계의 개념과 사례들

by 불꽃유랑단 2024. 3. 11.

오늘 다룰 내용은 조금 독특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주제다. 바로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이다. 행동경제학과 전망이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다. 우리 심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심리적 편향을 알고 난 후 조금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행동경제학의 흥미로운 대목이다. '심리적 회계'의 기본 개념과 몇 가지 사례연구들을 보자.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의 개념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는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가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거래를 각기 다른 마음의 계좌에 넣어 놓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소비자가 얼마나 쉽게 돈을 지출하는지, 혹은 얼마나 신중하게 지출하는지는 그 돈이 마음의 어느 계좌에 들어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탈러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대가로서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의 저서들을 봐도 이러한 연구 업적을 알 수 있다. 그의 대표 저작은 "심리적 회계 및 소비자 선택(Mental Accounting and Consumer Choice)", "저축, 대체 가능성 및 심리적 회계(Saving, Fungibility, and Mental Accounting)",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Matters)" 등이다.   

 

Mental Accounting은 마음의 계좌 혹은 심리적 회계로 불릴 수 있을 것인데, 이후 맥락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겠다. 심리적 계좌들은 휴가, 취미, 음식, 선물, 기부 등 각기 다른 기준이나 필요에 의해 구분된다. 이처럼 일종의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것은 실제 소비자가 예산을 짜고, 소비를 계획하며, 지출을 평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런데,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계좌는 지출 대상이 다른 만큼 각기 다른 가격민감도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망이론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면, 마음의 계좌들은 각각 다른 음수의 효용곡선을 갖는다.      

 

심리적 회계 개념과 관련하여 리처드 탈러가 진행한 대표적인 실험 연구 사례를 들어 보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좋은 전형적인 사례다.

 

어느 영화 티켓 가격이 10달러라고 해보자. 실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극장 앞에 도착하고 나서 영화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안 상태다.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은 영화관 앞에서 티켓을 사려고 하는 상태인데, 오는 길에 10달러를 잃어버린 상황이다.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극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10달러에 예매한 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에 다시 표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지와, 극장에 도착해서 표를 사려고 보니 10달러 지폐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에 그래도 표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지의 두 가지 상황에 대해 두 그룹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영화표를 구매하겠다'라고 답변한 응답자전자의 경우에는 46%, 후자의 경우에는 88%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잃어버린 금액이 10달러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전자와 후자의 답변 차이가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은 사람들이 가지는 '심리적 회계'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전자의 상황에서는 10달러를 영화를 위한 계좌로 분류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추가 지출을 꺼리는 것이고, 후자의 상황에서는 10달러를 현금 계좌로 분류해 놓고 있었고, 영화를 위한 계좌는 별도로 설정해 둔 것이기 때문에 10달러를 잃어버렸어도 영화를 보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티켓을 잃어버린 사람은 이미 잃어버린 티켓과 새로 사야 하는 티켓을 모두 영화 관람 계좌에 넣어 놓았으며, 이에 따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가격은 20달러로 상승했다. 반면에 10달러의 현금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 금액을 현금 계좌에 넣어두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티켓의 심리적 가격은 여전히 10달러로 유지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영화 관람과 관련하여 두 그룹 모두 20달러가 지출되는 셈이지만 선택은 무척 달랐다.  

 

위 실험의 핵심 골자는 실험 참가자들은 결정을 내리는 데 관계있는 비용과 관계없는 비용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리처드 탈러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심리적 회계 때문에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발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지출이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간주하였다.

 

심리적 회계는 개인이 돈을 다양한 계정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실제 회계처럼 돈을 분리하여 각 계정에 대한 지출과 이익을 따로 계산하는 것과 같다. 심리적 회계는 돈의 출처, 사용 목적, 예상치 못한 지출 여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심리적 회계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더 보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므로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적-회계-현금과-신용카드에-대한-태도-차이
출처: Copilot에서 생성

심리적 회계의 사례들

공돈이라는 인식과 심리적 회계

직장인들이 예상치 못한 특별상여금 같은 것을 받으면 정기적 급여와 다른 심리적 인식을 갖게 된다. 공짜로 얻은 돈이라는 생각에 당장 써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구매 시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그 비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당장 내 수중에서 돈이 나간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가치를 가진 돈이라도 심리적 평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우리 머릿속에서 이득과 손실을 서로 다른 계정에 두고 각각 따로따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마치 기업에서 계정과목에 따라 달리 회계처리하는 것과 유사하므로 Mental Accounting이라고 이름 지은 것 같다. 

 

공돈이라는 인식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에 대해서도 보자. 백화점들은 상품 가격을 직접 할인해 주는 것 외에 자주 상품권을 증정한다. 고객들이 상품권을 주는 것을 일단 선호한다. 손에 직접 들어오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에서도 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이 이익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상품권은 공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백화점 재방문을 쉽게 유도하고 이게 마중물이 되어 더 큰 지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할인 대신 받은 상품권을 공돈이라는 계정에 넣어 놓고 있는 것이다.

 

프레이밍 효과와 심리적 회계

행동경제학자인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에 사례를 보면, 일종의 프레이밍 효과로 인해 투자나 대출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러한 예를 보자. 다음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시나리오 A최신 휴대폰을 100달러에 출시했다. 그런데, 다섯 블록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50달러에 판다. 50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5블록 떨어진 매장에 갈 것인가? 시나리오 B최신형 컴퓨터가 1,000달러에 출시됐다. 그런데, 5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95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5블록 떨어진 매장을 찾을 것인가? 카너먼과 트버스키에 따르면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5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데도 A 시나리오에서는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했지만, B 시나리오 상황에서는 그렇게 응답하지 않았다. 절약되는 같은 50달러에 대해 프레이밍 효과로 인해 서로 다른 심리적 회계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다른 응답 결과가 나온 것이다. A 시나리오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이익을 인식한 것이다.

 

심리적 회계와 매몰비용

주식투자에서도 심리적 회계 현상은 쉽게 발견된다.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까워 본전이라도 찾으려는 심리적 일종의 심리적 회계 현상이다. 과거에 이미 투자되어 찾을 수 없게 된 비용은 '매몰비용'이다. 만약 현명한 투자자라면 되찾을 수 없는 과거의 매몰비용까지 계산하면 안 된다. 손실액을 심리적 회계 개정에 넣지 않으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도 있다. 만약 이익이 실현된 주식과 손실이 누적된 두 가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대개 이익이 실현된 주식을 판다는 것이다. 실제적 이익을 체감하고 싶은 심리와 손해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리적 회계의 유용성

이 밖에도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례 연구들이 있다. 관심만 있다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살펴본 심리적 회계는 사람들이 돈을 사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심리적 회계는 잘만 활용하다면 여러 이익을 줄 수 있다. 개인의 재정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출에 대한 심리적 오류를 이해한다면 그만큼 합리적 지출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마케팅에도 주는 시사점이 많다. 사람들의 심리적 편향을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마케팅은 윤리과목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최대의 소비를 이끌어 내야 할 냉정한 목적이 존재할 뿐이다. 위에서 백화점의 예를 들었지만 그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정책 설계를 할 때에도 참고할 점이 많다. 심리적 회계를 고려하여 사람들의 경제적 행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을 다룬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와 연장선상에 있는 '심리적 회계' 개념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개인적으로 참고할 만한 점이 많은 것은 물론 마케팅 시각에서는 거의 보물창고나 마찬가지다. 실제 이미 활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향후 더 많은 연구와 활용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신경가격결정'이라는 연구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개념도 기회가 되면 다뤄보려고 한다. 오늘 다룬 '심리적 회계'의 이해를 통해 합리적인 인식을 갖춘 소비주체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이 글의 첫 번째 목적이다. 자신의 소비와 지출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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