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가상승으로 인한 어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득 증가 대비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농산물을 포함한 식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 계층에게 특히 심각한 영향을 준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탄생한 용어가 '애그플레이션'이다.
애그플레이션의 발생 요인과 영향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2007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농산물 헐값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제목의 가사에서 처음 사용하여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 애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는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 전 지구적 인구증가로 인한 농산물 및 곡물 소비량 증가, 육류 소비량의 지속 증가로 인한 사료용 곡물 수요 증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비와 유통비용 증가, 경작지 감소,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활성화, 각 국의 식량 자원화, 투기자본 유입 등이 있다.
단기적인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자원화 움직임에 따른 수출 규제, 코로나 팬더믹 여파로 인한 공급망 복원 지연 등을 들 수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직접적으로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성격을 갖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라는 말이 있는데, 피부에 바로 와닿는 물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식품 지출 비중이 높아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따라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애그플레이션은 일반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공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비식품 생산의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먹거리 물가상승은 인건비 상승요인이므로 결국 생산비용 증가로 귀결된다.
애그플레이션은 국가 전체를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와 빈곤한 저개발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체 지출 중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즉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에게는 애그플레이션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애그플레이션 현황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통계청이 올해 5월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이 월평균 4,04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외식물가와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 가처분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분기 외식물가 상승률은 3.8%, 가공식품은 2.2%를 기록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상승률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점이다. 그리고 당분간 외식과 식품 물가 상승 현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먹거리 물가 상승 추세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 움직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갈등 등 국제정세 불안은 유가 등 주요 자원의 가격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먹거리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러한 물가 상승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먹거리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애그플레이션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글로벌에서의 애그플레이션 상황
글로벌 상황을 봐도 각종 매체들이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사를 하나 보자. 핵심만 요약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당했다" 전 세계 난리...'이상기후' 후폭풍(한국경제, 2024. 05. 28)
국제 농산물 가격, 한 달 새 5.7% 폭등
'애그플레이션' 다시 들썩
이상기후 영향으로 이달 들어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밀, 커피, 옥수수 등 주요 8개 농산물 선물가격이 전월 대비 5.7% 올랐다. 이는 연중 최고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했다가 지난해 안정세를 나타낸 농산물 가격이 올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밀은 호주, 러시아의 악천후 영향으로, 오렌지는 브라질의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져 선물가격이 폭등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남미 등 주요 작물 생산지역에서 가뭄, 폭우, 서리 등으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밀, 커피, 코코아, 올리브 등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며 글로벌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그플레이션은 단순한 농산물 가격 문제가 아닌, 가계 경제, 제조업,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애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이 일상인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4차 산업까지 온 마당에 1차 산업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와 식량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아주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식량안보라는 개념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1차 산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