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과 시장의 변화속도가 정신없이 빠르다. 기존의 경영 방식으로는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어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속도경영이라는 슬로건 아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실행력을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용어가 바로 '애자일'이다. 상식 중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용어다. 알아보자.
'애자일'의 등장과 개념
요즘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들, 떠오르는 유니콘 기업들을 보면 IT 기반의 기업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구글과 아마존이다. 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도 IT 기반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영역의 기업들도 IT 기업들을 닮아가려는 시도들이 거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애자일(Agile)'이다. 애자일은 본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하나의 방법론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업무를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원칙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객사를 만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보통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워낙 프로젝트 단위가 크다 보니 각각의 개발과정을 쪼개 체계적으로 업무를 설정한다. 개발자들은 각자 설정되어 있는 프로젝트 기획에 맞춰 개발업무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인 진행방식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개발과정을 종료한 후 고객사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고객사의 요구 사항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 이런 일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으면서 개발자들이 고안해 낸 방법론이 바로 애자일이다. 개발 과정을 작은 주기로 쪼개 고객사의 요구를 그때그때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개발 방향 변경 요구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날렵한', '민첩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Agile' 뜻 그래로다. 애자일은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까지 처음에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대략적인 스케치만 제시하고, 고객의 추가적인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수정해 가면서 결과물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애자일은 2001년 17명의 개발자들이 이전과 다르게 조금 가벼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애자일의 개념과 원칙을 담은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을 작성하여 전 세계에 배포하면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선언문은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 방법론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더 나아가 경영의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의사결정,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제 애자일 선언문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자. 4가지 가치와 12가지 원칙이다.
애자일 선언문에 나타나 있는 가치와 원칙
애자일의 4가지 가치
- 개인과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 프로세스와 도구 중심이 아니라 개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팀원 간의 명확한 의사소통과 협업을 중시한다.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 완벽한 설계보다는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제공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선한다. 문서중심이 아니라 실행가능한 소프트웨어가 먼저다.
- 고객과의 협업을 끊임없이 한다 : 계약과 협상 중심이 아니라 고객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반영한다.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한다.
- 변화에 대한 적응을 촉진한다 : 계획 중심이 아닌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중시한다. 변화를 긍정적인 기회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
애자일의 12가 원칙
-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고객만족을 시켜라 :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찍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달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 변화하는 요구사항 수용을 환영하라 : 요구 사항 변경은 개발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환영한다. 변화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도록 한다.
- 짧은 배포 간격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주 전달한다. 짧은 시간 간격(주 또는 그보다 더 짧은 간격)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반영한다.
- 함께 일하기 : 협업을 위한 끊임없는 동기 부여를 위한 팀 구성원들과 비즈니스 담당자들이 일상적으로 함께 일한다.
- 동기부여된 팀원들로 프로젝트 팀을 꾸려라 : 팀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구성된 팀의 목표나 동기가 서로 다르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
- 얼굴을 보고 대화하라 : 효과적인 의사소통, 즉 개인 대 개인의 대화를 가장 중요한 정보 교환 수단으로 사용한다.
- 동작되는 소프트웨어로 진도를 측정하라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진척의 주된 척도이다. 전체 100%의 모든 기능을 80% 수준으로 완성해도 진척률은 80%이고, 80%의 기능이 100% 완성되어도 진척률은 80%이다. 실행해 보고 배우고 개선하기 위해서 애자일은 후자를 선호한다.
- 지속 가능한 개발속도를 유지하라 :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꾸준한 노력. 팀원들이 지속 가능한 속도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개발 속도를 유지한다.
- 좋은 기술과 설계에 관심을 가져라 :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설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기술적 탁월성을 추구하고, 좋은 설계를 통해 코드의 유지보수성을 높인다.
- 단순하라 : 단순함을 추구하여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인다.
- 자기 조직화 팀 : 자율성, 책임감, 팀 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개인과 팀에게 최대한 많은 자율권을 부여한다. 의사결정권자가 팀의 밖에 있다면 팀원들은 효과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 정기적으로 효율성을 제고하라 : 정기적으로 회고하여 과거의 경험을 검토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경영에서의 애자일
애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지만 우리가 애자일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분야, 즉 경영이나 기업, 비영리조직에 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기업에 한정해 보면, 애자일 경영은 변화와 불확실성에 빠르게 적응하고 고객만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운영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된 애자일 방법론을 경영 전반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게 된다.
- 변화에 대한 유연성 : 애자일 경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기회로 삼아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장 상황, 고객 요구, 기술 발전 등 다양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경쟁력을 유지한다.
- 고객중심 : 애자일 경영은 고객을 조직의 중심에 놓고 모든 활동을 고객 만족을 위해 이루어진다. 고객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며,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 협업과 의사소통 : 애자일 경영은 개인, 팀, 부서 간의 협업과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조직 전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 지속적인 개선 : 애자일 경영은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한다. 프로세스, 제품,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며,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한다.
- 직원참여 : 애자일 경영은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직원들의 창의성과 역량을 활용하여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고,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
애자일 경영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조직의 문화와 전략에 맞게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애자일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시간을 단축해야 할 필요에 의해 애자일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중심 사고라던가 조직 구성원의 참여를 중시한다던가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현대 경영에 필요로 하는 사항과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어떤 분야이건 애자일 적용을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애자일 개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이유다. 소프트웨어 방법론으로써의 애자일보다 하나의 사고방식, 사상으로써 애자일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선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즉시 아이디어를 구현해 보고 필요한 실행을 해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애자일이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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