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은 순환한다. 경기가 좋을 때고 있고 하강 국면일 때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경기 순환에 따른 이득은 소수가 독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기 국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주식시장을 보라.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시장 평균 수익률에 휠씬 못미친다. 그리고 버블 경제 끝자락에서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여기에 적합한 용어가 있다. 바로 '양털 깎기'다.
'양털 깎기'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국제 금융 재벌이나 세력이 경제 위기를 조장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마치 양털을 깎아 이익을 얻는 것처럼, 경제 위기를 이용하여 자산이나 이익을 취하는 것을 빗대어 사용된다. 거대 금융 세력이 암암리에 경제 상황을 조정함으로써 대중을 희생양을 삼아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는 일종의 음모론이다.
'양털 깎기'는 쑹훙빙의 저서 "화폐전쟁"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쑹홍빙은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대표적인 양털 깎기 사례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위기 극복차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틈을 타 외국 자본은 국내 자산과 기업들을 실제 가가치에 비해 헐값에 사들였다.
양털 깎기의 과정 : 일반적 시나리오
그럼 양털 깎기의 일반적인 과정을 보자. 하나의 시나리오다.
- 유동성 확대 및 거품 형성 : 국제 금융 세력은 시장에 돈을 대량으로 공급하여 유동성을 확대시키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다. 이는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경제 거품을 형성시킨다. 국제 금융 재벌들은 대출 확대, 금리 인하 등 금융 당국이 경기 부양 조치를 동원하게 하여 대중의 투기를 조장하거나 방조한다. 버블이 형성되는 것이다.
- 투기 조장 : 거품이 형성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기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금융 세력은 이러한 투기 심리를 부추겨 거품을 더욱 키운다.
- 유동성 회수 및 거품 붕괴 : 거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금융 세력은 갑자기 돈을 회수하고 금리를 인상한다. 이는 자산 가격 폭락과 함께 경제 위기를 초래한다. 버블의 최고조가 다가오면서 국제 금융 재벌들은 본격적으로 양털 깎기를 준비한다. 버블 경제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금융 당국으로 하여금 대출 조이기, 금리 인상 등에 나서게 한다. 그 결과는 대중이 부채로 획득한 자산 가치가 폭락한다.
- 자산 매입 : 국제 금융 재벌들은 한껏 기른 양털을 깎듯이 헐값에 나온 자산을 매입해 이득을 취한다. 경제 위기로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 금융 세력은 헐값에 우량 자산을 매입한다. 마치 양털 깎듯이 경제 위기를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대중은 상처투성이의 맨몸이 된 양들처럼 빈털터리로 전락한다.
양털 깎기는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시나리오로 진행되지만 그 개념 자체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양털 깎기라는 용어는 주로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사용된다. 실제로 국제 금융 세력이 특정 국가나 지역의 경제를 의도적으로 위기에 빠뜨린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경제 위기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양털 깎기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양털 깎기는 복잡한 국제 금융시스템과 관련된 개념이므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털 깍기의 다양한 쓰임
양털 깎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비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다소 다르다. 다음은 몇 가지 대표적인 예시다.
- 경제 분야 : 주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선진국 금융 자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여 이익을 취한 후, 갑자기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은 경제 위기를 겪게 되고 선진국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산을 다시 매입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이는 마치 양털을 깍듯이 개발도상국의 부를 빼앗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 용어가 자주 사용되었다.
- 주식투자 분야 : 주식 시장에서는 특정 종목의 주가를 급등시킨 후, 고점에서 팔아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의미할 수 있다. 작전세력은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풀린 후,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매수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되고, 작전 세력은 이익을 얻게 된다. 이는 마치 양털을 깍듯이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 일반적인 비유 :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부당하게 취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임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행위나 사기꾼이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행위 등을 양털 깎기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양털 깎기'는 하나의 경제 현상을 묘사하는 절묘한 표현이다. 양털이 풍성하게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깎아 냄으로써 단번에 수익을 회수하듯, 버블 경제를 방치하거나 유도한 후 일순간에 대중의 주머니를 털어 가는 고도로 계산된 이윤 추구 행위를 의미한다. 양털은 조금씩 자주 깎기보다 충분히 자라도록 기다렸다가 깎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용도 덜 들뿐만 아니라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면죄부도 얻게 된다. 이래저래 기가 막힌 비유다. 어쨌든 '양털 깎기'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주목할 가치가 있는 용어다. 보통 사람들은 버블이 꺼지는 시점에 샴페인을 터뜨리기 마련이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시기가 위기의 순간임을 안다. 투자자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