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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Underdog) 효과 :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 그 원인과 영향

by 불꽃유랑단 2024. 6. 22.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동정심을 갖고 있다. 약자를 보면 감정이입을 하고 돕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가 왜 그토록 약자가 성공하는 스토리를 다루는지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워낙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니 만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살펴보자.


'언더독(Underdog)'이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는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과 약자로 연출된 주체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애착을 말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처럼, 강력한 적에 맞서 싸우는 약자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예상치 못한 승리는 더욱 큰 기쁨을 선사한다.

 

스포츠 게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질 것으로 예측되거나 약자라고 생각되는 주체를 보통 '언더독'이라고 하고, 이길 가능성이 높은 강자를 '탑독'이라고 한다.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울수록 언더독의 승리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강자가 이기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유난히 약자가 이기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 전개라는 말이다.  

 

'언더 독'은 사실 정치분야에서 많이 거론되는 용어였다. 대표적인 사례해리 트루먼의 대선 승리가 있다. 1944년 대선 당시 트루먼은 상대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계속 밀렸다. 트루먼이 당시 '언더독'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여론조사와 정반대였다. 그때 전문가들여론조사에서 계속 지고 있던 트루먼에게 약자의 이미지가 생겼고, 그 이미지가 동정표를 결집시켰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중의 심리 저변에 약자에 대한 관대함과 일체감이 작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선거 때도 보면, 정치인들이 갑자기 약자를 자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확히 언더독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언더독은 정치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의 세계에 오면 언더독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다. 엄청 크게 흥행한 영화는 아니지만 예전에 "싸움의 기술"이라는 한국 영화가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고 소위 일진들을 혼내주는 내용이다. 전쟁영화도 전력이 열쇠인 군대가 이겨야 감동적이다.   

 

언더독을-다룬-영화의-예-싸움의-기술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언더독을 다룬 영화인 "싸움의 기술(2006년)"

 

언더독 효과가 발생하는 심리적 요인

왜 이런 심리가 생기는 걸까? 언더독 효과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 공평성과 정의감 : 사람들은 본연적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거나 부당하게 대하는 상황을 목격하면, 약자가 승리하여 공평성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이런 심리는 약자가 정의롭다는 이상한 착각으로 변질될 수 있다.
  • 동정과 공감 : 약자는 어려움과 역경에 처한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동정심과 공감을 느낀다. 특히, 약자가 용기와 의지를 보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 스릴과 긴장감 : 강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되는 상황은 지루할 수 있지만, 약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은 훨씬 더 스릴 넘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흥미진진한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결과에 더욱 큰 만족감을 얻다.
  • 샤덴프로이데 : 샤덴프로이데는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말하는 것이다. 강자가 패배하는 것을 보는 일부 사람들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며, 이는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 강자의 패배는 샤덴프로이데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자기 자신과의 비교 : 사람들은 약자를 자신과 비교하여 공감하고 동기를 부여받기도 한다. 특히, 비슷한 어려움이나 역경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강력하게 약자를 응원하게 된다.

 

언더독 효과가 가져오는 영향

위와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언더독 효과는 개인,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 개인 : 언더독 효과는 개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약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경험은 공감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사회 : 언더독 효과는 사회적 정의와 공평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약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사회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문화 : 언더독 효과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영감을 제공한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약자가 승리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희망을 선사한다. 또한, 스포츠 경기에서도 언더독 효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상치 못한 승리는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고, 스포츠 정신을 함양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언더독 효과에 대한 비판적 관점

이러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언더독 효과에 대해 비판적 관점도 있다.

  • 편견 조장 : 일부의 경우, 언더독 효과는 특정 그룹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 비합리적 비판 : 언더독 효과는 감정적인 요인에 의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실제로 약자보다 강자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더라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약자를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책임소재의 모호성 : 언더독 효과는 사회 문제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약자를 지지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사회 구조적 문제나 강자의 부당한 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오히려 소홀히 할 수 있다. 비이성적 시각을 갖고는 문제해결 하기 쉽지 않다.
  • 피해자 의식 고착 : 언더독 효과는 일부 사람들에게 피해자 의식을 고착시킬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약자로 여기고,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남의 도움을 기다리는 태도를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언더독 효과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심리적 현상이다.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시에 편견, 비합리적 판단, 책임 소재의 모호성, 피해자 의식 고착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약자에 대한 동정과 연대의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자와의 연대감을 통해 자기만족을 느끼려는 성향도 갖고 있다. 강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도 발견된다. 이는 대중에게 심리적 일관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대세론'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언더독 효과는 기업경영에서참고할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고난을 겪고 성공한 스토리에 열광한다. 보잘것없는 위치에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기업과 제품에 열광하는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그런 의미에서 '히든챔피언'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업 분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강자의 위치를 차지한 기업들도 처음에는 미약한 비즈니스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스토리가 없는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소비자는 자만심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응징하고 싶어 한다. 아무리 시장에서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언더독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간절했던 그 시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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