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족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 뿐(You Live Only Once)'이라는 문구의 줄임말로 자신의 소득 수준을 벗어난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 소비 경향을 말한다. 캐나다 래퍼 드레이크가 "더 모토"에서 사용하여 알려진 표현이다. 주로 청년들 사이에서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주요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제 욜로에서 요노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고금리로 인한 부채 상환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청년층의 소비 지출 여력은 계속 감소하고 있어 욜로 트렌드 지속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실제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3.6% 증가한 데 비해 39세 이하 가구주 평균소득은 1.9%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욜로와 대비되는 새로운 소비 경향이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그것은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는 트렌드인 '요노(YONO)'다.
요노(YONO)란 '하나만 있으면 된다(You Only Need One)'를 모토로 하는 소비 트렌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잠깐동안 소비가 증가했으나 최근 외식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한때 외식산업에서 욜로 트렌드를 대변했던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에 대한 열기가 식고 대신 근거리 장보기 채널인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식음료 뿐만이 아니다. 패션, 자동차 등 요노 트렌드가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년층은 요노를 실제 실천하기 위해 가치 소비에 집중하는 한편 다양한 방식으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동일한 효용을 주는 상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발품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정기간 전혀 지출을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를 유행처럼 실천하는가하면 지출과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재테크에 몰두하는 등 일종의 짠테크가 유행이다.
소비 트렌드에 대한 대응은 기업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요노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다. 먼저, 요노 소비 트렌드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서 확실히 알아야 한다. 첫번째 배경은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이다.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실속있는 소비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두번째 가치관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경험을 추구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세번째 코로나19 팬터믹의 영향이다. 팬더믹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위와 같은 배경을 갖고 생겨난 요노 소비 트렌드를 정리하면, 필수적인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 품질중심 소비, 경험중심 소비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여러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물론 품질력 강화,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도 확실히 더 부각될 것이다. 가치소비 경향은 소비자들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더 관심을 계기가 될 수 있다. 유통시장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구독서비스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자원낭비를 줄이고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개인의 삶의 방식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물질적인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함께 나누는 삶의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요노는 비교적 새로운 소비 트렌드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 자료나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트렌드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다양한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면서 고객 중심의 혁신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욜로나 요노 같은 신조어들을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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