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인생과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운과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부정할 수도 없는 말이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서 우리가 명확하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성공은 정말 '운과 타이밍'에 좌우되는 것일까?
우리는 현실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잘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가르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묘한 부분이 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원인이 명확하다면 계속해서 성공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될 텐데, 그런 게 잡히지 않는다. "상식의 배반"이라는 책을 쓴 '던컨 J. 와츠'는 이와 관련하여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실험은 이랬다.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회원 1만 4천 명을 8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을 완전히 단절시킨 다음, 어떤 무명밴드의 여러 곡을 들여주고 마음에 드는 곡을 다운로드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 그룹 내에서 곡의 순위가 어떻게 변동하는지 조사했다. 만약 음악에 품질이라는 것이 있다면 다운로드 순위는 각 그룹별로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룹별로 순위가 제각각이었다. 평가는 가장 좋았지만 1위가 되지 못한 곡도 있었고 평가는 최악이었지만 순위가 좋은 곡도 있었다. 어떤 시점에 인기를 끈 곡은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인기가 없던 곡은 더욱 인기가 없어지는 현상도 있었다.
최초의 작은 우위의 차이가 시간 경과와 함께 더 크게 벌어지는 현상을 '누적적 우위성'이라고 한다. 인기의 큰 차이는 처음에는 미세한 차이로 출발한다. 그러나 누적적 우위성으로 인해 차이가 벌어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우위가 한 가지 요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우연과 작은 행동의 누적, 그리고 다양한 상호 영향에 의해 결정된다. 즉, 운과 타이밍이 주요 원인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공에 대한 잘못된 해석
그러면 우리는 운과 타이밍을 인정할 수 있을까? 뭔가 불편하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다. 이를 '잠입적 결정론(Creeping determinism)'이라고 부른다. 또한 사람에게는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도 있다. 가령,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게 한 다음 이후 물어보면 자신이 맞춘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에 관해 '자신이 있었다'라고 하고, 맞추지 못한 예견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다'라고 답하는 현상 같은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무엇 무엇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바로 잠입적 결정론과 사후 확신 편향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성공이 운이었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은 그런 편향이 사로잡히지 않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계와 복잡계
세상에는 애초에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그 구분점은 단순계 인가 복잡계인가이다. 단순계는 수식이나 모델을 사용해 과학적으로 계산해서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복잡계는 그런 예측이 잘 통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분야가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목이 있고 무수히 많은 참여자가 있다. 주가는 사람, 금리, 경제상황, 특정 사건 등 다양한 요인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작은 계기가 증폭되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끝에 결정된다.
복잡계는 확률의 영역이다. 주가는 몇 퍼센트 확률로 이렇게 될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주가는 분명히 선으로 표시할 수 있지만 미래 주가는 확률로 어떤 범위 내에 수렴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거의 선처럼 미래도 움직일 것이라고 착각한다.
미래 예측과 경영
전략에서 초기 예측의 중요성
기업 경영에 미래 예측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전략을 세우고 구사해도 실패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있으며, 확고한 전략을 갖고 있는 회사가 더 실패하기 쉬울 수도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인데도 마치 예측 가능한 것으로 전제하고 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략 실패의 주된 원인은 잘못된 전략이 아니라 전략이 불운하게 빗나간 것인 셈이다.
전략의 성패는 사실 최초 전망이 옳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처음에 세웠던 가정이 틀리면 큰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망이 옳을지 아닐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좋은 전략보다는 전략이 초기 전망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전략보다 '측정과 대응' : ZARA의 예
이러한 대응의 예로 들기 좋은 것이 ZARA다. 패션 업계는 일반적으로 다음 시즌의 유행을 대비하게 되는데, ZARA는 그러한 유형의 예측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대신 그들은 '측정과 대응'에 집중한다. ZARA는 번화가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조사원을 보내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관찰하고 어떤 옷이 잘 팔릴 것인지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한다. 그러면 본사는 다양한 옷을 소량으로 생산해 매장에 보내고 그곳에서 무엇이 잘 팔리는지 측정한 다음 그 정보를 기반으로 잘 팔릴만한 제품 제조를 확대한다. 이러한 과정, 즉 새로운 의류를 디자인해서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하기까지는 2주일만 소요될 뿐이다.
이러한 ZARA의 대응은 헨리 민츠버그가 말한 '창발적 전략'과 유사하다. 창발적 전략이란 장기적인 전략 동향을 예측하지 않고 현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우선하는 것을 말한다. 즉, 현재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며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서 신속하게 철수하고 그 자원을 빠르게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실험하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빠르고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다. 본사에서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이미 현장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계획을 할 때, 해결책까지 미리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이미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를 해결책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지는 것을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미래는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대신 신속한 대응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한 자세가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ZARA는 패션 업게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에 대한 확신보다 성공은 운과 타이밍에 좌우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 겸손한 자세를 갖고 현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자세다. 삶이나 비즈니스 모두에서 겸손해야 한다. 직감에는 편향이 따르게 마련이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항상 측정하고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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