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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과 '자아 고갈'의 문제 : 자기 통제도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by 불꽃유랑단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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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의지력에만 기대는 태도가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의지력에만 매달리면 더 자주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노력의 역법칙이라는 것도 있다. 의지를 갖고 노력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자아 고갈'이라는 개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실 생활에 활용해 봤으면 좋겠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개 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력이 이것밖에 안되나 하면서 실망감을 빈번히 느끼게 된다. 이러한 좌절과 실망은 '작심삼일'이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여기에서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의지력이 처음에는 잘 작동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무너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와 금연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다이어트의 최대 적은 야식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 종일 음식 조절도 하고 음식의 유혹을 잘 참아오다 밤늦은 시간에 갑자기 다이어트 의지가 무너지는 경험을 많이들 해봤을 것이다. 금연도 마찬가지다.  낮 시간에는 잘 버티다 밤늦게 고비가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술자리에만 가면 금연 결심이 꺾인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이 있다. 바로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다. 

 

'자아 고갈'이란 무엇인가?

어떤 유혹에 버티는 것은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식욕을 참는 것을 저항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저항은 에너지를 동반하는 작용이다. 음식에 대한 유혹을 설득 메시지로 해석해 본다면 의지력을 발휘하여 참는 것은 반론 제기로 비유할 수 있다. 반론을 제기하기 위한 인지적 활동, 심리적 반발을 위한 심리적, 감정적 활동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 소모를 요구한다. '자아 고갈'이론은 저항과 에너지 소비의 관계에 대한 매우 흥미진진한 관점을 제공한다. 

 

설득에 대한 저항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항을 위해서는 인지적 활동필요로 한다. 의도적인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유한하다. 그렇다면 설득 메시지에 저항을 하다가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무라벤'과 '바우마이스터'에 의해 제시된 '자아 고갈' 이론을 살펴보자. 유혹을 이겨내는 능력인내력, 의지력, 자기 통제력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자아 고갈 이론에 따르면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인내력을 발휘하는 데는 매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언가를 인내하는 것은 감성적인 활동이지만 물리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는 것이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아 고갈 이론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 자기 통제력은 무한정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 자기 통제력을 사용하면 거기에 필요한 자원은 고갈된다.
  • 자기 통제를 위한 에너지는 다시 보충된다. 다만 보충되는 속도는 고갈되는 속도보다 느리다. 따라서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생긴다.
  • 자기 통제 능력은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릴 수 있듯이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자원의 용량을 확장시킬 수 있다.

위의 이론적 핵심을 알고 나면 우리는 왜 다이어트가 그토록 빈번히 실패하고, 특히 야식의 유혹에 무너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아침부터 먹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한다. 아예 먹지 않거나 조금만 먹기 위해 하루 종일 인내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통제를 위한 에너지는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다. 통제력을 자주 사용하면 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그래서 늦은 밤에 이르러 에너지가 고갈되고 이때의 유혹은 견디기 어려워진다. 야식의 유혹에 특히 취약한 이유다. 

 

정서적-활동도-에너지를-필요로-한다
자기 통제를 위한 정서적 활동도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따라서 언젠가 고갈되고 만다

 

자아 고갈에 관한 실험들

자기 통제를 위해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있다. 실험은 이렇다. 피실험 집단에게 비디오를 보게 하는데, 이 비디오는 화면 한쪽에 글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도록 되어 있다. 피실험자들 중 일부는 이 글자를 무시하고 영상에만 집중하라고 지시받았다. 그러자 비디오를 보는 동안 이 사람들의 혈당이 급격이 떨어졌다. 반면에 글자를 무시하라는 별도의 지시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혈당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글자를 무시하라고 지시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 위해 적지 않은 자기 통제력을 발휘해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자기 통제만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다.

 

2013년 한국에 방문한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의 의지력 혹은 통제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능력을 항상 아껴 써야 한다."

 

자아 고갈 이론은 근육 운동의 비유를 사용하여 설명할 수도 있다. 근육을 쓰는 운동을 하여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면 운동 능력에 지장을 초래한다. 마찬가지로 자기 통제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하여 에너지가 고갈되고 나면 이후 활동에서 자기 통제력 발휘가 실패하게 된다는 연구가 많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자기 통제력을 요구하는 활동을 시켜 에너지를 고갈시킨다면 그 이후에는 비교적 설득이 수월할 것이라는 예측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력이 바닥나면 쉽게 저항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쉽게 동조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정치 광고를 이용한 실험이다. 연구자들은 7개의 정치 광고를 준비했다. 광고 내용은 7개 모두 상대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정치 광고를 보고 난 후 피실험자들에게 광고 내용을 평가하도록 했다. 첫 번째 광고를 보고 난 후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광고물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피실험자들의 반응은 이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이전 6개의 정치 광고를 보면서 광고의 설득에 저항하느라 에너지가 고갈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상업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는 통제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 소비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회에서는 과소비로 인한 개인파산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자기 통제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

그러면, 자기 통제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자아 고갈 개념을 제시한 마우마이스터 교수의 제안을 들어보자. 그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방법들은 설득에 대한 저항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아침을 든든히 먹어라 :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자기 통제력과 관련이 있다. 포도당 결핍은 자기 통제력에 치명적이다. 통제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포도당이 많이 사용된다. 특히, 채소와 견과류처럼 천천히 소화되는 음식이 좋다. 빵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통제력의 주기가 짧아진다.
  • 피로할 때는 잠을 자라 :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활성화를 방해하고 단기적으로 통제력을 약화시킨다. 의지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싶다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 폭음, 폭식이 모두 밤에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 : 자기 통제 훈련이 의지력을 향상 키는데 효과가 있다. 의지력은 근육과 비슷하다. 훈련을 하면 향상될 수 있다. 자기 통제 훈련으로 올바른 자세, 운동, 일기 쓰기를 추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기 쉬운 부분이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까? 당연히 어떤 행동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인내력과 통제력이 필요하다면 행동에 못지않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단순히 수동적 행동이 아니다. 음식을 참는 데는 막대한 예너지 소모가 동반되는 자기 통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지 말자. '나는 왜 이렇게 자기 통제를 못할까'라고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명하게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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