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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by 불꽃유랑단 2024. 6. 25.

경영의 기본은 계획, 실행, 평가다. 경영의 한 사이클 마지막에 위치하는 평가는 아주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가를 통해 계획과 실행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업무 자체만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조직 구성원에게도 여지없이 평가의 대상이다. 그런데,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은 애초에 여러 난점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유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조직은 인사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상과 승진, 그리고 직원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평가는 흔히 '인사고과'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인사고과는 보통 특정 기간 동안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행한 업무의 성과와 개인적 능력, 장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평가하게 되는데, 직속상사가 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부하직원과 동료가 동시에 평가하는 제도도 많이 정착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다면평가'로 불리는 제도다. 

 

인사평가는 왜 불편한가?

이처럼 조직 내 일반화된 제도지만 문제는 인사평가에 대해 상당수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적용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을 불문하고 그렇다. 그러면, 필요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제도에 대한 불만은 왜 생기는 걸까? 이유를 생각해 보자.

 

먼저 시대가 변한 사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에 비해 업무는 복잡해졌고 또 서비스업 같이 객관적인 평가가 곤란한 업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20세기 초 테일러의 시대만 해도 평가업무는 비교적 단순했을 것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에 따르면 모든 조직구성원은 각자의 작업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체계 안에 있었다. 표준화된 작업절차와 작업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그러니 관리자는 구성원들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또 그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당시 생산라인에서는 시간당 생산량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적용했다. 즉, 평가가 단순했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평가는 누가 해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공정성에 의문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지식정보사회로 특징 지워지는 조직에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많은 조직원들이 생산이 아닌 서비스와 정보 생산 같은 업무에 종사하게 됐다. 이런 경우 업무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여러 가지 곤란한 사정에 직면하게 된다. 소매유통업에 종사하는 직원을 평가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몇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첫 번째, 판매 실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다. 이 직원은 유통매장의 과일 판매 담당이다. 그러면 실적이 이 담당 직원의 성과와 완전히 연동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과일 매출은 담당 직원의 능력과 노력 외에 경기 상황, 과일 시세, 그리고 매장 자체의 매력도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특히, 매출액으로 실적을 평가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과일은 시세에 따라 두 배 정도의 가격 변동이 쉽게 일어나는 품목이다.

 

두 번째, 직원의 능력을 평가해 보는 경우다. 외부적 요인으로 의해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그 직원 본래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면 능력이란 무엇일까? 능력이라는 것이야말로 주관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분야다. 따라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펙과 경력을 중요하게 참고할 수밖에 없다.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할수록 평가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객만족을 평가 지표로 삼는 경우다. 그럴듯한 생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객이야말로 현재의 실적을 책임질 뿐 아니라 미래의 실적도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직원이 고객만족에 기여한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그가 행한 서비스 질을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고객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지면을 통한 조사를 할 수도 있고, 홈페이지를 이용한 고객평을 수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하나 마땅치 않다. 그리고 고객평가라는 것도 우연한 상황에 좌우될 수 있고 직원의 단순한 인상에 좌우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사평가의 난점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았다. 몇 가지 단편적인 경우만 본 것이다. 이제 좀 더 정돈하여 살펴보자. 인사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인사평가와-인사고과
한국경제에 실린 "인사고과의 계절...잠 못 이루는 직장인들"

인사평가는 왜 공정할 수 없는가?

평가의 주관성

인사평가는 평가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평가자가 평가 대상자와의 개인적인 관계, 편견, 기준의 모호성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하여도 평가자의 주관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비교의 어려움

직무의 특성에 따라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창의적이거나 서비스 지향적인 직무의 경우, 양적인 평가 지표가 부족하거나 평가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직무라도 개인의 역량, 경험, 노력 수준 등에 따라 성과를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평가자의 역량 부족

평가자가 평가 대상자의 업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 또한, 평가자에게 충분한 교육과 평가 역량이 부족하면, 평가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 개인적 친분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본 평가의 주관성과도 연관된다.

조직적 요인

조직의 문화, 경영진의 리더십, 평가 제도 자체의 문제 등 조직적 요인도 인사평가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과보다는 인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에서는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한, 평가 결과가 승진이나 보상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 평가자들이 평가 결과에 압박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평가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개인적 요인

평가 대상자의 자기주장 능력, 의사소통 능력, 조직 적응력 등 개인적 요인도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어필하고, 평가 결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점은 거의 명확하다. 오죽하면 '숨은 일꾼' 상 같은 것을 고안했겠는가.

측정도구의 한계

인사평가에 사용되는 설문조사, 면접 등의 측정 도구도 완벽하지는 않다. 설문조사의 경우, 응답자의 편견이나 회피적 응답 등으로 인해 정확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으며, 면접의 경우, 평가자와 평가 대상자의 상호 작용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인사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하며, 평가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조직 문화 개선, 평가 제도 개선, 개인적 역량 개발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평가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평가 대상이 바로 인간이고 평가하는 사람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완벽에 다가가는 노력이 있을 뿐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불가능한 과제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인사평가 결과를 다른 식으로 활용하려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승진과 보상에 활용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커리어 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조직문화를 경쟁에서 화합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말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경영에 정답은 없다. 어쨌든 오늘 강조하고 싶었던 얘기는 인사평가 결과를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한 존재라는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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