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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평가이론 : 내적 동기와 과잉정당화, 그리고 보상의 위험성

by 불꽃유랑단 2024. 5. 6.

'취미도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진다'는 말이 있다. 취미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 외에는 어떤 보상도 없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일이 된다는 것은 보상이 따라온다고 할 수 있는데 왜 싫어진다는 것일까? 얼핏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이 있다. '인지평가이론'이다. 저번에 다룬 '자기결정이론'의 연장이다. 알아보자.


인지평가이론과 과잉정당화

'인지평가이론(Cognitive Evaluation Theory)'은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에 의해 제시된 동기이론이다. 어떤 직무에 대해 내재적 동기가 유발되어 있는 경우 외적 보상이 주어지면 내재적 동기가 감소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내재적 동기일 자체에서 느끼는 흥미나 성취감, 만족감을 말하고, 외재적 보상급여, 승진, 포상금 등을 가리킨다. 

 

데시는 내재적 동기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재적 보상이 주어질 경우 내재적 동기 수준에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퍼즐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퍼즐 자체를 즐기고 있던 피실험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자 이전보다 오히려 퍼즐을 잘 맞추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데시는 '자기귀인(Self-attribution)'이론에 근거하여 설명을 시도했다. 

 

내재적 동기 상태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작업자는 다른 외재적 보상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열심히 일하는 원인을 그 직무가 제공하는 재미에서 찾았다. 그런데 여기에 외재적 보상이 제공되면 열심히 일하는 원인이 일 자체의 재미가 아닌 성과급 같은 외재적 보상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같지만 그 원인이 내재적 동기에서 외재적 동기로 바뀌는 것이다. 즉, 작업자는 자신이 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귀인을 인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작업 중 제공됐던 외재적 보상을 제거해도 작업자가 가졌던 내재적 동기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지평가이론
외재적 보상 개입, 내재적 보상효과 하락 / 이후 외재적 보상이 제거되도 내재적 보상효과 이전 수준으로 회복 불가능

 

인지평가이론조직 구성원이 직무에서 느끼는 내재적 동기가 동기유발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내재적으로 보상을 주고 있는 셈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기존의 상식과 달리 오히려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독특한 의견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 이론을 수용한다면 보상체계에 대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데시와 라이언의 인지평가이론의 핵심 주장은 결국 '과잉정당화(Overjust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이 바로 내재적 동기로 인해 행동하는 사람에게 외적 보상을 제공하면 오히려 내재적 동기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과잉정당화 개념을 접하고 나면 기존에 가졌던 상식과 충돌을 겪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논쟁적인 주제라는 이야기다. 과잉정당화에 대해 당연히 반론이 따른다. 데시의 인지평가이론과 과잉정당화 개념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반론도 살펴봐야 한다. 

 

과잉정당화에 대한 반론과 재반박

여기에서는 과잉정당화에 대한 쥬디 카메론(Judy Cameron)의 반박과 데시의 재반박을 보려고 한다. 실무에 아주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쥬디 카메론은 원래 이민자와 난민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당시 그는 교육 과정에서 적절한 보상을 주는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이후 카메론은 대학원에서 과잉정당화 논문을 접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과잉정당화 효과에 대한 연구를 본격 시작한다. 카메론은 기존의 과잉정당화 논문들을 분석하여, 해당 이론의 허점을 지적하기에 이른다. 카메론은 먼저 과잉정당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박의 골자는 이렇다.

 

과잉정당화를 주장하는 논문들은 흥미롭지 않은 과제는 연구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흥미롭지 않은 과제를 분석에 포함했을 경우 전반적으로 보상은 흥미와 내적인 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칭찬 같은 언어적 보상은 내적인 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또한 보상이 명확하게 수행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경우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과잉정당화 효과는 행동과 보상 간의 관계가 느슨한 경우에만 일어나는 제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데시는 카메론의 주장을 반박했다. 과잉정당화 효과는 원래 흥미로운 과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밝힌 것이고, 언어적 보상이든 보상이 명확하게 수행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든 내적인 동기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도 덧붙였다. 어떠한 기준으로 보상을 주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이 생기게 되고,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흥미나 내적인 동기는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보상을 받기 위해 경쟁적인 상황을 조성하는 것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잉정당화 논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

위와 같은 논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보상이 상황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에서나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나 무척 중요한 시사점이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상은 독이 될 수 있다. 상황과 조건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 가장 안전한 보상보상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칭찬과 같은 비물질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다. 또 하나 있다. 보상은 흥미롭지 않은 과제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흥미로운 과제를 행할 때는 외재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흥미롭지 않지만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과제에 보상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흥미로운 과제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직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 이 불가능한 영역에 보상을 집중 투입하는 체계를 구축하면 어떨까.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과잉정당화 위험 요소를 인지하는 것이다. 성과급 및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과잉정당화 요소선별해야 할 것이며, 경쟁적인 업무환경 조성을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 선택권 부여도 중요하다. 만약 가능만 하다면, 내재적 동기가 강한 직무와 외적적 동기가 중요한 직무를 구분하여, 전자기본적 급여를 높게 책정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가면 갈수록 보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보상체계가 정교화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일이라는 것이 점점 재미없는 것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말이다. 우리는 외재적 보상이 필요하지 않은, 혹은 심지어 외재적 보상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흥미로운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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