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정 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유독 많은 일본 기업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보려고 한다. '니이하라 히로아키'의 "기업성공 6가지 핵심 조건"이다. 제시하는 성공 조건들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참고할 만한 것들도 많다. 간단하게 살펴보자.
어떻게 하면 우수한 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우수한 경영이란 어떤 것인가. 이 책은 닌텐도. 신에츠 화학, 혼다 등 일본 초우량 기업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6가지 조건을 통해 우수기업의 성공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니이하라 히로아키'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일본 경제 산업성 관료로 기업경영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기업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경영의 겉모습인 '형태'만이 아닌 기업 경영의 '본질'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 책은 그의 사례 연구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일본 기업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본 기업의 강점을 연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가 말하는 우수기업은 '자신들이 잘 아는 사업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고, 우직하고 성실하게 스스로의 머리로 열심히 궁리하면서 열정을 갖고 일하는 기업'이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1 : 모르는 것은 나눠라
자사가 잘 모르는 것은 아예 하지 않는다. 집중해야 할 사업이 분명히 있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사업이라면 경영자는 '우리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능한 경영자는 자사의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사업에 관한 중대한 의사결정 문제도 담당자에게 떠맡긴 채 의견들을 들어보려고 할 뿐이다. 이래서는 회사가 서서히 기울 수밖에 없다.
좋은 성공사례가 있다. '마부치 모터'는 세계 시장에서 55%의 마켓셰어를 갖고 있고, 경상이익률이 20~30%에 이르는 초우량 기업이다. 생산하는 제품은 모터 단 하나다. 특히, 소형모터에 특화되어 있다. 오래전에 전기면도기 회사 브라운으로부터 모터를 새로 개발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마부치는 제안을 거절하고 대신 자신의 모터를 브라운이 원하는 성능으로 맞춰 낮은 가격으로 제안했다. 현재까지도 브라운은 마부치 단 한 회사에서 모터를 전량 조달한다고 한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2 :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라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의 경영자는 예외 없이 논리적이다. 다소 상식에서 벗어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업에 대해 자기 스스로가 끊임없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마토 운송'의 사례를 들어 보려고 한다. '야마토 운송'의 마사오 오구라 사장은 1976년에 택배업을 시작했다. 당시 경쟁자는 당연히 우체국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아무런 기반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상식에 어긋나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오구라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런 구상을 했다. 광역 행정구역에 허브 터미널을 만들고 영업소도 만든다. 야간에 허브에서 허브로 화물을 운송하고 아침에 영업소로 보내면 익일 배달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우체국 소포는 5일의 기간이 걸렸다. 택배업은 고정비용이 높기는 하나 배송물량을 끌어 모으면 이익을 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우선으로 하고 이익은 나중에 생각한다는 모토로 구상한 절차대로 밀고 나갔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영자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3 : 객관적 시각으로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라
개혁에 성공한 기업 중에는 자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가 발탁된 사례가 많다. 자회사로 가면 좌천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 기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에서 예로 든 '야마토 운송'의 오구라 사장도 폐업 직전의 운수 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해외지사에서만 일했을 뿐 본사 근무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선임 사장이 갑자기 타개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사장에 취임하게 됐는데, 외부자의 시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회사를 바라볼 수 있는 장점으로 회사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4 : 기업의 위기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전환하라
사업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가 바로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찾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적기다. 무능한 기업일수록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고 성공한 회사를 그저 흉내 내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강점까지도 모도 버린 채 말이다. 더 심각한 회사는 위기가 와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 채 낙관적 태도를 유지한다.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는 것은 기업 성공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다시 위에서 이미 살펴본 회사들의 예를 들어야겠다. '야마토 운송'이 택배업을 시작한 것은 장거리 운송 시장에 경쟁사들보다 늦게 진출했기 때문이다. '마부치 모터'는 처음에 완구용 모터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일본제 완구 수입을 중단하는 바람에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업계의 수요를 발굴하게 되었고, 몇 가지 핵심 분야 모터를 개발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좋은 예이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5 : 과도한 성장을 지양하고 사업 리스크를 직시하라
우량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감당할 수 있는 자금 범위 내에서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자사가 보유한 현금 범위 안에서 투자하면 주주나 은행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끈기 있게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가오'라는 회사가 히트시킨 화장품 '소피냐'는 연구개발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까지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적자가 누적되어 사내에서도 상품 개발 중단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의 결정에 의해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고, 결국 큰 성공을 거뒀다. 그 바탕에는 자신의 자금 범위 내에서 투자를 한다는 리스크 관리 측면의 원칙이 있었다.
기업성공 핵심조건 6 : 세상을 위해, 인간을 위해서라는 자발적인 기업문화를 가져라
세상을 위해, 인간을 위해 일한다는 기업 이념은 구성원들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기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윤 추구인데, 너무 이상적이고 허울 좋은 명분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익이 중요한 것은 당연히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만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윤 추구는 절대 기업의 이념이 될 수는 없다.
우량기업이 그 우수성을 장기간 지속하려면 구성원 모두의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일으키는 사회적 물의는 대개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익 추구는 기업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우량기업의 사례를 연구를 통하여 내놓은 성공기업의 핵심조건에 대해 알아보았다. 혹자는 너무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만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옳은 이야기는 원래 재미가 없는 법이다. 어쨌든 일본의 초우량 기업들을 연구하여 성공요인을 뽑아낸 것이고, 책을 쓴 연구자는 경제 산업성 고위 관료로 기업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일본 기업들 만을 연구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본 기업의 특색이 많이 묻어난 감이 있다. 그래도 보편적인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단기적 국면에서의 성공은 거품인 경우도 많다.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분야가 엄청난 붐이라면 웬만한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성장의 거품이 걷히고 나면 이윽고 기업의 본질이 드러나고 만다. 그리고 결국 본질적 역량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에서 든 성공요인도 결국 사람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임을 알아야 한다. 한때 잘 나가던 기업이 쇄락하는 것을 보면 우수한 인재가 부족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뛰어난 기업은 사람의 역량을 끌어낼 줄 안다. 그것을 위해 기업 이념이 필요한 것이고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당연한 이야기만 한다고 비웃을 일은 아니다. 그 당연함에 성공의 비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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