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을 고용하려면 대가로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임금은 조직 구성원이 조직에 제공하는 노동에 대한 금전적 대가이자 직접적인 보상이다. 따라서 제공하는 노동 대비 보상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면 구성원은 불만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적정한지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인 측면이 강하다. 남들과 비교를 통해 공정성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임금의 공정성에 관한 것이다.
임금은 조직에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임금은 생산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에 대한 직접 보상이기 때문에 낮은 임금으로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임금은 제조원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비생산부문, 비제조기업의 임금은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손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 임금은 인적자원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여 결과적으로 동기부여와 안정적인 성과 창출의 바탕이 된다.
임금결정에서 공정성이 중요한 이유
그러면 임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절대적인 임금 수준도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충족된다면 공정성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여기에서 공정성은 공헌과 보상의 균형을 의미한다. 이때 균형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성원이 투입한 노력과 그에 따른 보상이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하여 파악하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보상의 실제 크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해 얼마나 받는가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이 성립된다고 생각할 때 보상시스템이 공정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자신의 급여와 비교하는 대상을 준거인물이라고 하는데, 조직 내 동료, 상사, 부하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 사람들, 그리고 과거의 자기 자신도 포함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준거인물과 비교하여 불공정함을 느끼면 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줄여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어떤 노력을 하게 될까? 먼저, 조직에 불공정성을 설명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는 쉽지 않다. 불공정함을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짜인 급여체계 내에서 자신의 급여만 인상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남은 한 가지 방법은 투입하는 노력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다. 이때 갖는 마음가짐은 '받는 만큼만 일하자'일 것이다. 그 사람 입장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조직과 갈등을 일으킬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균형 회복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임금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위와 같은 경우는 조직에 엄청나게 불행한 일이다. 해당 조직의 임금 수준이 타 조직과 비교하여 높은 편이라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임금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그 조직 임금체계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신의 임금을 타 조직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직 내에서 비교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고 영향력도 더 강하다. 국가 차원에서 행복지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사회적 양극화라고 하는 점과 유사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임금으로 지급하는 보상 대비 노동력 투입 효율이 나빠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갑 기업과 을 기업이 있다. 두 기업 모두 5명의 임금근로자가 있다.
먼저 갑 기업의 투입(노력)과 산출(임금)의 경우다.
구분 | 투입(노력) | 산출(임금) |
A | 80 | 100 |
B | 100 | 100 |
C | 100 | 80 |
D | 90 | 80 |
E | 70 | 80 |
계 | 440 | 440 |
위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투입은 440이고 임금도 440이다. 회사 입장에서 투입대비 산출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인 입장에서는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그러면 불편함을 느끼는 구성원들이 생기고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투입(노력)을 줄인다고 해보자. 만약 자신의 투입 대비 산출의 공정성을 동일 임금을 받는 사람과 비교한다고 하면 이런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구분 | 투입(노력) | 산출(임금) |
A | 80 | 100 |
B | 80 | 100 |
C | 70 | 80 |
D | 70 | 80 |
E | 70 | 80 |
계 | 370 | 440 |
각자 투입과 산출을 남과 비교하여 투입을 조정한 결과 회사 전체 입장에서 투입은 370으로 내려가고 산출은 440 그대로가 된다. 임금 지출은 그대로이면서 노력의 투입은 70이나 낮아졌다.
그런데, 을 기업의 경우를 보자.
구분 | 투입(노력) | 산출(임금) |
A | 100 | 90 |
B | 100 | 90 |
C | 80 | 70 |
D | 80 | 70 |
E | 80 | 70 |
계 | 440 | 390 |
위의 경우를 보면 총 투입과 산출 대비 공정성이 확보된 상황이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투입과 산출 간 불공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구조다. 회사 입장에서 임금 지불은 갑 기업보다 50이나 낮지만 노력은 갑 기업 대비 70이나 더 끌어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임금효율(노력/임금)을 보면 갑 기업이 0.84이고 을 기업이 1.13이 된다. 비교하면 갑 기업이 을 기업에 비해 임금효율이 74%에 불과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갑 기업의 투입(노력)이 구성원들이 불공정성을 느끼기 전 상황에서 을 기업과 같았다는 것이다. 갑 기업의 전체적인 임금 수준이 높았지만 공정성 확보 실패로 노력 투입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타 조직과의 공정성 비교는 없다고 가정한 것이다.
임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일정 가정을 통해 간단한 예시를 보았는데, 너무 극단적이고 단순화된 사례에 불과하지만 가능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한편으로, 임금 공정성 확보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공정성의 판단 기준이 무엇보다 개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체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객관적인 설계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 확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출발은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일을 적게 한다는 불만일 것이다. 남들과의 비교는 조직이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경쟁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는 남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경쟁이 조직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무식한' 발상부터 재검토해봐야 한다. 협력적인 조직 분위기 조성과 서로 돕는 조직문화 창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경쟁적인 환경에서는 공정성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조직 내부 차원에서만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연히 외부적으로 타 조직 대비 공정성은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적으로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타 조직과 비교하여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더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요즘은 그런 세상이다. 정보화시대 아닌가. 대만의 TSMC 노동자가 삼성전자 노동자와 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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