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의 임원들을 보면 마치 대리인 것처럼 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부하직원들은 대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실제 자기들끼리 '아무개 대리'라고 흉보기도 한다. 반면에 임원이나 부장이 일 하듯이 업무를 하는 대리가 있기도 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데, 달리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가령 실무까지도 챙기는 세심한 임원, 업무의 큰 틀을 보는 미래지향적 직원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파워먼트의 의미
조직에는 구성원들 사이에 내면화된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그 규칙에 맞지 않는 행위는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 조직이 규모화되면서 생겨난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권한위임'이다. 요즘은 그대로 임파워먼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Empowerment를 직역하면 '힘을 실어주다'라는 뜻이다. 조직에서 임파워먼트는 단순히 업무를 위임하는 것을 넘어 직원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파워먼트는 일을 시키는 입장에 있는 리더가 구성원에게 어떤 전략을 실행할 때 그 실행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스스로 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임파워먼트의 핵심은 결국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 자율성 :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 책임감 :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
- 성장 : 새로운 도전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임파워먼트 등장 배경
임파워먼트는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통제 메커니즘만으로 충분히 조직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의 경영진이 회사 전반을 통제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다뤄야 할 문제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수많은 고객과 경쟁사의 존재는 일의 양상을 복잡하게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도 많아졌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도 전문화, 고도화, 글로벌화되어 있다. 시장환경 자체가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임파워먼트가 필요한 중요 사정이다. 소비자와 최종적으로 접촉하는 고객접점의 직원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경우가 많아져 임파워먼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임파워먼트는 조직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 입장에서나 반대편의 직원 입장에서나 파급력이 크다. 리더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을 통제하는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있고, 그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므로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업무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장점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조직에서 중요한 유연성 강화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임파워먼트에서 중요한 것들
이처럼 임파워먼트는 현대 조직에서 불가피하기도 하고 많은 장점을 갖는 것이지만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겉모습 흉내 내기에 그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의 성향에 따라 임파워먼트가 크게 흔들린다면 제대로 된 제도라고 할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화이기도 하고, 잘 정착된 체계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임파워먼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과목표와 전략을 매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임파워먼트는 곤란하다. 리더가 부여하고자 하는 성과목표를 서로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직원이 구상한 내용을 리더가 인정할 때 비로소 임파워먼트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임파워먼트에 필요한 조건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신뢰 : 리더는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명확한 목표 설정 : 직원들이 달성해야 할 성과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 필요한 자원 제공 :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지원해야 한다. 업무를 위임했다고 해도 관심과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 지속적인 피드백 :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여 성장을 도와야 한다. 이는 통제와는 다른 문제다.
- 오류에 대한 관용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문화조성도 필요하다. 임파워먼트 목적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성장이다.
지금까지 임파워먼트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약간 너무 이상적인 모습만 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조직에서는 아직까지도 임파워먼트와는 거리가 먼, 지시하고 통제하는 리더들이 넘쳐난다. 이런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일을 맡겨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조직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임파워먼트가 필요함은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거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논리도 자주 등장한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중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임파워먼트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임파워먼트의 기술적인 측면 이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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