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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이론 : 인간의 자율과 동기부여에 관한 '에드워드 L. 데시'의 통찰

by 불꽃유랑단 2024. 5. 3.

동기부여에 관해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동기부여는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큰 관심사항이다. 그것은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무엇을 통한 동기부여가 바람직한가? 오늘은 여기에 대한 중요한 통찰에 대해 보려고 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보상이야말로 의욕과 동기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기제라고 주장하는 이론을 지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이론적 주장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보상에 의해서 움직이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다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이론이 있다. '에드워드 L. 데시'의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 바로 그것이다. 

 

'에드워드 L. 데시'는 사회심리학자로 자발적 동기부여 연구의 가히 일인자라고 할 수 있다. 외적 동기보다 스스로 결정한 자발적 선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자기결정이론'으로 심리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에드워드-L.-데시의-"Why-We-Do-What-We-Do
Edward L. Deci, "What We Do What We Do"

보상, 위협, 경쟁과 내적 동기부여

동물실험에서 보면 어떤 행위를 이끄는 힘보상인 경우가 많다. 애견 훈련을 보아도 보상으로서 간식이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은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라고 칭할 수 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내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다. 스스로 학습해서 하려는 의욕이 그것이다.

 

데시는 보상이 내적 동기부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실험을 위해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퍼즐놀이를 하게 했다. 한 그룹에는 금전적 보상조건으로 걸고, 다른 그룹에는 아무 조건 없이 30분 동안 퍼즐을 하게 했다. 퍼즐 게임이 재미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 그룹 모두 열심히 퍼즐을 풀었다. 그런데, 문제는 휴식시간에 나타났다. 보상이 없는 그룹은 휴식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퍼즐을 풀었는데, 보상이 주어진 그룹퍼즐 풀기를 그만뒀다. 휴식시간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해석하자면, 보상이 퍼즐의 흥미를 반감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실험도 있다. 대학신문사에서 무급으로 신문제작을 하던 학생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지나 급여 지급중단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흥미를 잃어버렸다. 무급일 때는 흥미를 갖고 열심히 신문제작을 하던 학생들이었다. 

 

위의 두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외부로부터 조정당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때 더 활발히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율성(Autonomy)'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각이 약해지고, 그로 인해 내적 동기부여가 낮아진다.  

 

그러면, 보상 대신 페널티를 주는 것은 어떨까? 퍼즐 실험에서 보상 대신 퍼즐을 풀지 못할 경우 벌을 준다고 했더니 퍼즐을 즐긴다는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다른 것과 연결시켜 보면, 목표 강요, 마감시간 설정, 감시 같은 것은 일종의 위협이다. 이런 것들도 내적 동기부여를 약화시킨다고 봐야 한다.

 

퍼즐 실험을 통해 경쟁의 효과도 분석했다. 데시는 퍼즐을 2인 1조로 풀게 하면서, 한 그룹에는 경쟁 없이 빨리 풀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는 상대와 경쟁하도록 했다. 결과를 보니 경쟁을 붙인 그룹은 내적 동기부여가 약해짐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타인과의 경쟁 역시 내적 동기부여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퍼즐 실험 결과를 정리하면, 보상, 위협, 경쟁은 모두 내적 동기부여를 약하게 만들거나 아예 소멸시킨다. 해석하자면, 사람은 자발적 선택으로 행동할 때 그 행동에 의미를 느끼고 수긍한다. 선택의 기회가 내적 동기부여를 높이는 것이다.

 

보상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쓸 때 유의할 점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해도 현실에서 보상을 통한 유인을 포기할 수는 없다. 보상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단순 반복 업무의 경우는 적절한 보상을 통해 통제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보상이 주어질 때만 행동을 한다는 태도가 고착화될 수는 있을 것이다.

 

데시의 이론에 의하면 보상은 주의해야 할 요소가 2가지 있다.

 

첫째, 일단 보상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유도된 행동은 보상이 주어지는 동안에만 지속된다. 

 

둘째, 일단 보상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 버리면, 빠르고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어려운 과제에는 도전하지 않게 된다. 성과에 걸맞은 보상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일 자체가 아니라 보상에 관심을 두게 되면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내적 동기부여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유능감(Competence)'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능감에 자신이 선택해서 행동했다는 자율성이 동반되면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성과도 크게 오를 수 있다. 반대로 보상, 위협, 억압으로 행동하고 자율성과 유능감을 둘 다 느끼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비참한 감정상태에 빠질 수 있다.

 

통제와 동기부여의 문제

자율성과 유능감을 갖고, 거기에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통제에 의해 움직이면 스스로 배우려는 동기가 떨어진다. 통제가 없어지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그러한 모습은 무기력으로 나타난다. 그런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더 큰 통제에 의존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악순환이다. 조직의 리더라면 이 순간에 유의해야 한다. 통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조직원에게 더 큰 통제를 가할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지원해줘야 한다. 인간을 유능하고 자율적인 존재로 인정해 주면 내적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유능함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유지하도록 배려한다면 내적 동기가 올라갈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숭고한 작업이다. 성과주의에 함몰되어 디테일하게 통제하고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유능감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관리와 통제로는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내어 스스로 유능감을 경험하는 내적 동기부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보고 에드워드 L. 데시의 이론이 자칫 너무 이상적인 이론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동기부여 수단을 보상과 위협, 통제와 관리 같은 것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다. 동기부여가 그리 단순하게 되질 않는다. 성과를 위해 역량을 끌어내려고 궁리하기 이전에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는 것이 동기부여 문제를 다루는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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