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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역량을 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 더닝-크루거 효과

by 불꽃유랑단 2023. 4. 29.

사람마다 역량 차이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두 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역량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 그 사실을 모른다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방법은 없는 걸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성숙함의 지표라 할만하다. 대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다. 이는 미루기 증상과도 연관되어 있다. 어떠한 과제를 완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너무 적게 설정하면 미루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능력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실제보다 과제수행에 걸리는 시간을 짧게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때 시작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실행력에 심각한 타격을 갖고 온다. 작은 성공이라도 축적해 가야 하는데 오히려 실패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이다.      

 

성취도가 좋은 사람들은 메타인지가 뛰어난 경향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다. 능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 그래야 발전의 여지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쓴 글이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사례 : 자신감의 환상

 

신경과학자인 Kate Fehlhaver의 'What Know-It-Alls Don't Know, or the Illusion of Competence'라는 글이다. 

1995년 어느 날, 몸집이 큰 중년 남자가 대낮에 피츠버그의 두 은행을 강도질했다. 그는 가면도 안 썼고 어떤 변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 은행에서 나오기 전에 모든 감시 카메라에 미소를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날 밤에 경찰은 깜짝 놀란 맥아더 휠러를 체포했다. 경찰이 감시 비디오를 보여줄 때, 휠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난 레몬주스를 발랐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아마도 휠러는 자신을 비디오카메라에게 보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 피부에 레몬주스를 발랐을 것이다. 레몬주스는 불가시성 잉크로 사용되기 때문에, 열원 근처에 가지 않았다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레몬액을 잉크로 사용하면 평소 보이지 않다가 열을 가하면 갈색으로 변한다). 경찰은 휠러가 미쳤거나 약물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단지 엉뚱한 생각을 한 것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의 관심을 끌었고, 그는 자신의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를 불러들여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더닝과 크루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회 및 지적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자신감의 환상(Illusion of Confidence)"은 지금은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불리며, 자아 평가를 과장하는 인지적 편견을 묘사하는 용어로 쓰인다.

 

고양이가-거울속에서-호랑이의-모습을-보고-있는-이밎
자기 능력에 대한 환상

 

자신의 능력에 대한 착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실험실에서 이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더닝과 크루거는 몇 가지 실험을 디자인했다. 한 연구에서, 그들은 대학생들에게 문법, 논리 및 조크에 관한 일련의 질문을 하고, 각 학생이 자신의 전체 점수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한 상대적 순위를 추정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항상 자신이 얼마나 잘했는지 과대평가했다. 최하위 사분위수에 속하는 학생들은 나머지 3분의 2 정도보다는 더 잘 수행했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자신감의 착시' 현상은 정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운전자들 중 80%가 자신을 평균 이상의 운전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치임은 물론이다. 인기도나 인지능력과 같은 다른 개인 능력을 평가할 때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거나 불행한 선택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 학기 동안의 연구에서 우수한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와 상대 백분위수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미래 시험 성적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저조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명확하고 반복적인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무능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방식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황하거나 하는 사려 깊은 인식 대신 자신들의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찰스 다윈이 1871년에 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말했듯이, '무지는 지식보다 자주 자신감을 낳는다.'

놀랍게도, 아주 똑똑한 사람들도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할 때가 있다. D와 F학점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A학점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Dunning과 Kruger의 고전적인 연구에서, 인지 능력이 상위 1/4에 해당하는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의 상대적인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이들은 이러한 인지적인 과제가 자신에게 쉬웠다면,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쉽거나 심지어 더 쉬울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를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Dunning-Kruger 효과의 역과 같은 것이다. 높은 성적을 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동등하게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능한 사람들은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의 평가를 조정할 수 있다.
(Imposter Syndrome: 심리학 용어로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성공이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나 자신이 과대평가된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의 근면성과 성실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바보 같은 강도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 무지한 의식을 피하고, 우리의 능력을 정확하게 다시 평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공자의 말씀대로, 진정한 지식은 자신의 무지함의 정도를 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버트란트 러셀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기 위하여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그 오류를 스스로 바로 잡을 방법은 없는 걸까? 위에서 쓴 것처럼 상위에 위치한 사람들만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걸까? 

 

먼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깨달았다면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나가야 한다. 지속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기록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시간과 관련해서 흔히 나타나므로 자신이 하는 일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너무 짧게 예상하는 경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일을 미루게 되기도 하고 너무 늦게 일에 착수하는 바람에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게도 된다. 무능력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실제 소요된 시간을 기록하고 당초 계획한 시간과 계속 비교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자기 능력에 대한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 자체가 자기 객관화의 시작일 것이다.

 

 

[ Reference:  Kate Fehlhaver, What Know-It-Alls Don't Know, or the Illusion of Competence,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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